[기자의눈] 결국 유예된 '실거주의무' 누구를 위한 조치인가
폐지 논의되던 실거주의무, 결국 '3년 유예'로 가닥
실거주의무·임대차3법, 시장에서 공존 가능한지 따져봐야
"3년 유예 주어졌지만 3년 뒤 같은 문제 발생할 것"
[뉴스투데이=김성현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실거주의무가 결국 3년 유예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실거주의무는 그동안 윤석열 정부를 통해 폐지를 추진했지만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1월 3일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전매제한을 완화하고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는 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에 집중해온 기조와 맞닿아 있다. 정부는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제한 폐지와 생애최초 주택구매 가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집값의 80%, 최대 6억원까지 대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펼쳤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입법부를 향해 '실거주의무 폐지'에 관한 발언을 줄기차게 이어왔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 폐지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며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법을 어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잘못된 입법으로 집값을 올려놓더니 무분별한 규제로 국민의 주거이전 자유와 재산권 행사까지 제한하는 것"이라며 야당과 지난 정권을 향해 강도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과 공인중개사들은 윤 대통령 발언을 대체로 옹호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공인중개사 A씨는 "실거주의무를 통해 투기를 막는 효과는 어느정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당장 자본이 부족한 이들 입장에는 평생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국민에게 집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중한 만큼 빚을 져서 집을 사고 전세를 내 잔금을 치르는 행위는 개인 판단에 맞겨야지 법으로 규제하는 건 옳지않다"고 덧붙였다.
국내 건설업 종사자는 "야당이 폐지가 아닌 유예를 고집하는 이유는 폐지가 곧 문재인 정부 정책이 실패한 것을 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실거주의무 3년 유예 조차도 못마땅해하는 의견이 적지않았다.
공인중개사 B씨는 "실거주의무 3년 유예 조치가 큰 의미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아파트 값이 한두푼 하는 것도 아닌데 3년 뒤 몇 억원의 돈이 생기지 않는 이상 무슨 의미가 있냐"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비사업이 이뤄지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투기가 만연했기 때문에 실거주의무가 생겨난 것 자체는 이해하지만 문제는 비슷한 시기에 공존이 불가능한 '임대차3법'이 등장한 데 있다"며 "실거주의무와 임대차3법의 계약갱신청구권이 시장에서 같은 시기에 이뤄지면 매물이 급격히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덕례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집을 구하는 수요는 꾸준한데 매물이 사라지니 시장에서 회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공급 자체가 많은 것도 아닌만큼 시장 상황을 호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자유로운 주거 이동이 이뤄질 수 있는 시장이 형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장 3년 유예기간이 주어졌지만 3년 뒤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분양받은 이들이 전세를 준 뒤 잔금을 치르고 다시 전세를 줘 자금을 모아 결국 내 집을 마련하는게 그동안 일반적인 방식인데 이게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과연 누구를 위한 3년 유예인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택정책은 국민 대다수가 혜택을 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현재 부동산 정책은 국민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정치적 입장의 대립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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