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신학기·봄 이사철 앞두고 월세 비중 50% 넘은 이유 알고보니...

김성현 기자 입력 : 2024.02.25 07:00 ㅣ 수정 : 2024.02.25 07:00

2023년 전국 임대차 전세비중 44.6%로 4년 연속 하락세
전세사기, 높은 금리가 주 원인으로 지목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구입보다 임대차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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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및 높은 금리로 임차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 [사진=프리픽]

 

[뉴스투데이=김성현 기자] 신학기와 본격적인 봄 이사철을 앞두고 월세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전세사기가 늘면서 월세 비중이 50%를 뛰어넘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이는 전세사기 여파로 집을 찾는 임차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추세에 따른 것이다.

 

또한 미국발(發) 고(高)금리 여파로 가계대출이 주춤하면서 전세 수요가 급감한 점도 월세 수요를 부추기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세사기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이후인 지난해 6월 서울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1∼5월 서울 주택(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아파트) 전월세 거래 가운데 월세 거래 비중이 51%를 기록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서울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비해 전국 주택 임대차 거래 가운데 전세 비중은 △2019년 60.7%를 기록한 후 △2020년 59.0% △2021년 53.9% △2022년 45.6% △2023년 44.6%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 전세사기·고(高)금리에 전세 시장 '냉랭' 

 

갈수록 늘어나는 전세사기 피해자와 높은 금리로 국내 주택시장에서 전세 선호도가 급락했다. 이에 따른 주택 수요는 월세로 넘어가는 추세다. 

 

전세사기는 지난 2022년 12월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2700여 가구에 이르는 아파트와 오피스텔에 차명으로 약 300명과 전세 계약을 체결한 뒤 260여억원을 가로챈 60대 건축업자가 경찰에 붙잡히며 사회적 이슈가 됐다.

 

국토교통부(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는 지난 21일 제22차 전체회의를 열어 피해자 결정 신청 720건에 대한 심의를 한 결과 556건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1일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시행 이후 9개월간 피해지원위원회가 인정한 피해자는 누적 기준 1만2928명에 이른다. 이에 따라 전세를 바라보는 임차인 시선은 곱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고 금리도 전세 시장을 옥죄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2일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가 지난해 2월부터 무려 9회 연속 연 3.5%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1년 넘게 동결된 상황이지만 연간 3.5%는 높은 수준"이라며 "기준금리가 지난 2021년 8월 0.75%를 시작으로 가파르게 치솟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준금리가 현 상황에서 더 내려가지 않으면 전세에 필요한 거액의 자금을 대출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러한 이유로 소비자가 전세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월세 수요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가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통해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비(非)아파트 전월세 계약 가운데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단독·다가구주택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9.8%로 2022년(66.2%)에 비해 3.6% 포인트 늘어났다. 연립·다세대주택 역시 지난해 47.4%를 기록해 39.4%를 기록한 2022년 대비 8% 포인트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 거주 중 월세로 전환하는 비중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수도권에서 비아파트에 거주하는 인구 가운데 전세에서 월세로 갱신한 계약은 8.8%로 전년 7.7% 대비 1.1% 포인트 상승했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지난해 수도권 비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 계약건이 67.8%로 10건 계약 가운데  7건이 월세 계약"이라며 "임차인의 월세 선호가 커진 데다 전세보증보험 가입 요건이 강화되면서 월세로 돌아서는 임대인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전세보증보험 가입 요건은 기존 공시가격의 150%에서 126%로 강화됐다.

 

■ 수요자, 주택 구입 망설이고 전세 못미더워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이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의 확정일자 통계를 바탕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전세 비중은 45.08%로 2022년 48.18%에 비해 3.1% 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월세는 51.82%에서 54.92%로 3.1% 포인트 늘었다. 전세 세입자들이 전세에서 월세로 갈아탄 것이다.

 

직방 관계자는 "주택구입 관망 흐름과 주택가격 상승 불확실성으로 주택 구입보다 임대차에 머무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높은 전세 대출 이자 부담과 수도권 전세가격 오름세가 영향을 미쳐 보증부월세를 포함한 월세전환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주택 매매시장이 좋지 않아 수요자들이 집 사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며 "이에 비해 임차수요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덕례 연구위원은 또 "주택 수요자들은 당분간 주택가격 변동을 관망하며 위험성이 큰 전세보다 월세에 머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인중개사 A씨는 “금리가 높아져 집주인들은 전세로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임차인들은 월세를 찾는 문의가 예년보다 늘어났다”며 최근 추세를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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