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이재용 회장·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10년 만에 만나 어떤 '보따리' 내놓을까

전소영 기자 입력 : 2024.02.26 07:00 ㅣ 수정 : 2024.02.26 07:00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마크 저커버그 이달말 한국에서 재회
두 기업 총수, 315조원대 XR시장 공동 보조 방안 배제 못해
저커버그, AI와 MR 결합한 융합사업으로 승부수 띄워
메타, 삼성전자와 AI·생성형 AI 반도체 생산 위한 논의 펼칠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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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사진 = 뉴스투데이 편집]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10년만에 다시 만나는 두 기업 총수는 어떤 투자 보따리 내놓을까'

 

마크 저커버그 메타(Meta·페이스북 모회사) CEO(최고경영자)는 2014년 한국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과 '세기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IT(정보기술) 업계 거물 간 회동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졌다. 

 

그리고 두 기업 총수가 이달 말 한국에서 다시 만날 전망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는 이달 말 한국을 방문해 이재용 회장과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0년 전 처럼 두 사람이 만나 어떤 얘기를 나눌 지가 화제가 되고 있다.

 

과거 두 사람은 가상현실(VR) 서비스 부문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 이후 삼성전자와 페이스북은 VR 등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두 기업 총수가 이번 만남에서 어떤 분야에 대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이에 따른 사업 시너지 효과를 일궈낼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재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양사 모두 지난 10년간 새로운 성장동력을 꾸준히 모색해와 이번 회동에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우선 한차례 경험이 있는 VR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그는 또 "2014년 콘텐츠에 중점을 둔 페이스북이 당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VR을 결합한 서비스에 관심을 뒀다"며 "이에 따라 당시 페이스북은 디바이스에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삼성전자와 협업하기 위한 논의를 나눈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삼성전자는 2014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막을 올린 유럽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IFA 2014’에서 ‘기어 VR’을 공개해 VR시장 선점을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그 이후 VR 등 최첨단 기술을 갖춘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메타와의 시너지에 가속페달을 밟았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와 메타는 'VR 동반자'라는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삼성전자는 360도로 VR을 즐길 수 있는 이른바 '360 VR' 기술을 활용해  2016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갤럭시S7 언팩 행사를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이 자리에 등장한 저커버그는 ‘가상현실은 차세대 플랫폼(VR is the next platform)’이라는 주제로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소개했다.

 

저커버그는 또 삼성전자의 모바일 하드웨어와 메타의 VR 소프트웨어 협업으로 세계 최고 VR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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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픽사베이]

 

그러나 10년만에 다시 만든 두 기업 총수가 VR 분야에서 추가 협력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VR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신제품을 계속 내놓았지만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VR기기는 2017년을 끝으로 단종됐다. 

 

그리고 VR 서비스마저 모두 끝나 삼성전자가 VR 분야에서 사업을 사실상 철수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물론 최근 VR에서 더 나아가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기술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인 ‘XR(확장현실)’ 시장이 새로운 유망 분야로 떠오르면서 삼성전자는 관련 사업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XR은 시공간 제약 없이 가상 공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실감콘텐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XR 시장 규모는 연평균 77% 성장해 오는 2025년에는 약 2417억달러(약 31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동안 VR 사업을 꾸준히 강화해온 메타는 현재 글로벌 XR 기기 시장 점유율이 80%에 이르는 세계 1위 업체다. 저커버그가 직접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에게 협력을 모색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삼성전자 역시 미국 반도체 업체 퀄컴,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과 ‘XR동맹’을 맺고 있다.

 

삼성전자가 개발하는 XR 폼팩터(제품 형태)와 퀄컴의 칩셋, 구글의 OS(운영체계)가 만난 XR기기로 업계 1위 메타와 그 뒤를 잇는 애플을 제치고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또 메타는 LG전자와 MR 헤드셋 개발 동맹을 맺어 2025년 첨단 MR 헤드셋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메타와 VR, XR 등 가상공간 분야에서 추가 협업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두 회사가 현재 협업을 할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가 ‘AI(인공지능)’다.

 

저커버그는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메타버스(가상세계)를 낙점하고 사업을 강화해왔다. 그러나 메타버스는 처음 등장했을 때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챗GPT(ChatGPT) 등장과 함께 시작된 AI 열풍으로 동력을 잃었다.

 

이에 따라 저커버그는 “AI와 MR 결합이 메타”라며 메타버스와 AI의 결합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그는 또 AI의 새로운 화두로 등장한 '인공범용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개발을 선언하고 최대 규모의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저커버그는 최근 IT 전문매체 '더버지(The Verge)'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AGI 연구를 위한 엔비디아 H100(최신 GPU) 35만개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메타로서는 현재 전 세계 AI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엔비디아에 의존도를 더 높일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메타는 지난해 5월 'MTIA'라는 자체 개발 AI 반도체를 처음 공개한 데 이어 최근 2세대 칩을 개발해 연내 시장에 내놓은 계획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메타는 삼성전자와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 생산을 논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메타 입장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맹주인 삼성전자가 최선의 선택지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AGI 전용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AGI 컴퓨팅 랩’이라는 조직을 새롭게 구성하는 등 AI 반도체 기술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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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S24 울트라 실시간 통역 기능. [사진 = 삼성전자 유튜브 영상 일부 캡처]

 

AI 반도체뿐만 아니라 생성형 AI 협력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전자가 올해 1월 내놓은 '갤럭시 S24 시리즈'에 삼성의 자체 LLM(거대언어모델) ‘삼성가우스’의 일부 기능을 축약한 생성형 AI ‘갤럭시 AI’가 탑재됐다.

 

이를 기반으로 갤럭시 S24 시리즈는 13개 언어의 번역과 메시지 톤 변화를 지원하는 ‘채팅 어시스트(Chat Assist)’와 ‘실시간 통역(Live Translate)’ 등 전례 없는 기능으로 ‘온디바이스 AI’를 활짝 열었다. 

 

갤럭시 S24에는 자체 LLM을 비롯해 구글 ‘제미나이(Gemini)’와 중국 바이두 ‘어니’ 등 타사 LLM도 적용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로서는  메타와의 협력을 노려볼 만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최근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은 기고문을 통해 “다양한 제품군과 서비스 영역에 갤럭시 AI를 적용해 더욱 강력한 모바일 AI 생태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혀 생성형 AI 기반으로 한 강력한 모바일 AI 생태계 구축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는 LLM 부문에서 협력할 수 있는 디바이스 영역이 더욱 넓어진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메타는 삼성과의 생성형 AI 동맹을 성사시킬 명분이 생긴 셈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예상대로 AI, 특히 반도체에서 동맹 관계가 형성되면 삼성전자는 새 고객사를 확보하고 메타는 공급망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두 기업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저커버그의 방한이 10년 만에 이뤄진 만큼 삼성전자 외에도 다양한 한국 기업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이재용 회장과 저커버그와의 회동과 관련해 삼성전자 측은 알 수 있는 내용이 없으며 확인도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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