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쌓이는 손보사 매물에도 인수 소극적…지주사 전환 지지부진

김태규 기자 입력 : 2024.02.20 08:15 ㅣ 수정 : 2024.02.20 10:35

하반기 목표로 지주사 전환 추진 중이나 손보사 인수 답보 상태
지난해 카카오페이손보 지분투자 무산 이후 구체적 논의 없어
재무적투자자 어피니티와 갈등에 첫 단계인 인적분할도 지연
"전환 시점 못 박은 것 아냐…지주사 전환 위해 대화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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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교보생명]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인 교보생명이 손해보험사 인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속적으로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손보사 인수가 늦어지면서 지주사 전환 역시 예상보다 지연될 전망이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해 카카오페이손해보험에 대한 지분투자 무산 이후 손보사 인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재 M&A 시장에 나온 손보사는 MG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이 있다. MG손보의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만큼 낮은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을 기록하고 있어 인수한다고 해도 건전성 강화를 위한 비용을 많이 투입해야 한다. 또 지난해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손해율이 높아 수익성도 크지 않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역대 최대의 순익 규모를 기록하며 보험사 M&A 최대어로 꼽히고 있다. 다만 매각가로 2조원대의 금액이 거론되고 있어 부담이 큰 데다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금융지주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어 눈치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잠재매물로 거론되는 AXA손보는 지난해 교보생명에 매각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교보생명은 AXA손보 인수에 선을 그은 바 있다.

 

■ 재무적투자자 설득 관건

 

교보생명은 지난해 2월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금융지주사 설립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교보생명은 인구구조 변화,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생명보험업 경영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생보사 중심의 지배구조로는 그룹의 장기성장전략 수립‧추진에 한계가 있다고 지주사 전환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 과정은 △인적 분할 △교보생명의 지주 자회사 편입 등 두 단계로 나뉜다. 하지만 재무적투자자(FI)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어 현재까지 인적분할 단계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12월 5일 정기이사회에서 인적분할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었으나 부의되지 않았다. 교보생명은 인적분할 등 지주사 전환을 위해 교보생명 지분 24%를 보유한 FI 어피니티컨소시엄(이하 어피니티)을 설득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어피니티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풋옵션을 두고 분쟁을 지속하고 있다. 어피니티는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입하면서 신 회장과 3년 내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풋옵션을 행사하는 내용의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교보생명은 추진 기한인 2015년까지 IPO를 이행하지 못했고 어피니티는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했다. 풋옵션 가격을 두고 양 측의 분쟁이 촉발됐다. 어피니티는 주당 40만9000원을 제시했고 신 회장은 가격이 과도하다며 국제상공회의소(ICC)에 중재를 신청했다. 현재 ICC 중재판정부는 2차 중재를 진행 중이다.

 

풋옵션을 둘러싼 분쟁은 소송으로 번지기도 했다. 어피니티가 평가기관으로 선임한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와 어피니티 임직원들이 공모해 풋옵션 행사가격을 부풀렸다며 형사고발한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안진 소속 회계사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ICC 중재부터 소송까지 교보생명과 '악연'이 된 어피니티를 설득하는 것이 지주사 전환의 관건이 된 상황이다.

 

■ 지주사 전환 통한 '경영승계' 분석도

 

교보생명이 내세운 지주사 전환 이유는 '그룹의 장기성장전략'이지만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창재 회장의 장남 신중하 교보생명 그룹데이터전략팀장과 차남 신중현 교보라이프플래닛 디지털혁신팀장은 교보생명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인적분할 과정에서 일부 지분을 증여하고 계열사 경영을 맡도록 해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다만 교보생명은 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을 뿐 경영 승계를 위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주사 전환은 생명보험 업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그룹의 장기성장전략 추진을 위한 것"이라며 "경영권 승계를 위해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주사 전환이 지연되는 것에 대해서는 "지주사 전환을 위한 FI 설득을 진행 중"이라며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하반기 중 지주사 전환이 가능하겠으나 시점을 못박고 진행하는 것은 아니어서 FI와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손보사를 대상으로 인수를 검토 중이나 특정 손보사를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손보업계 외에 저축은행 등 다른 업권 매물을 인수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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