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내놓은 '실거주의무 3년 유예안' 시장에 미칠 영향 알아보니...
[뉴스투데이=김성현 기자]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실거주의무제 폐지는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여겨졌다.
정부는 지난해 1·3부동산 대책을 통해 전매제한을 완화하고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은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실거주의무 법안 존폐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다수당'인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한결같이 실거주의무 폐지에 반대 입장을 드러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당이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더불어민주당은 실거주의무 폐지 대신 실거주 의무를 3년 유예하는 협상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다가 올 총선(4월 10일)을 앞두고 실거주의무제 폐지 법안에 따른 표심 이반을 우려해 3년 유예안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더불어민주당, '실거주의무 3년 유예 제안' 배경은?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완화 정책 가운데 하나였던 실거주의무제는 지난 2021년 2월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됐다.
말 그대로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이 직접 거주하는 것을 뜻하는 실거주의무제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에 청약이 당첨되면 주택법에 따라 2~3년 간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당시 도입된 부동산 정책은 대부분 실패작이었다. 실거주의무제 역시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결같이 손봐야 하는 정책으로 꼽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 법안을 폐지하면 오히려 투기를 부추길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당 내부에서 실거주의무 법안 폐지가 무산되면 후폭풍이 고스란히 다가 올 총선 표심에 반영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실거주 의무 시점에 대한 유예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존 내용인 '최초 입주 가능일'에서 '최초 입주 가능일로부터 3년 이내'로 바뀌었다.
■ "실거주의무 유예되면 부동산 거래에 숨통 트일 듯"
실거주의무 3년 유예가 국회에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예가 현실화되면 수분양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단지는 전국 72곳, 4만7595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1만5000여가구는 올해 입주할 예정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실거주의무와 임대차3법은 애초에 공존이 어려운 법안이었지만 시장에 함께 존재해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며 "이 법안으로 국민들은 입주 후 전세를 내놓고 잔금을 치르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는 등 실질적 문제가 많아 주거안정화를 위해서라도 손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덕례 선임연구원은 "실거주의무라는 장치를 유지하려면 명분이 무엇인지 명확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시민과 공인중개사 또한 비슷한 입장이다.
입주를 앞두고 있는 직장인 A씨는 "법안 폐지가 무산됐다는 소식에 막막했는데 3년 유예가 된다면 잔금을 치를 수 있어 다행"이라며 "아직 여야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여 꼭 성사돼 나와같은 서민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A씨는 "전세를 끼고 구매한 이들의 수가 적지않은 만큼 이번 조치로 전세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전세매물이 늘어나면 결국 시장이 활성화 되는 등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고 말했다.
반면 이러한 법안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실거주의무제를 폐지하지 않겠다는 것은 여전히 시장을 통제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자유롭게 거래하는 이들을 마치 죄인처럼 규정짓는게 옳은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업 종사자는 "폐지가 아닌 유예를 고집하는 이유는 폐지가 곧 본인 정책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공인중개사 B씨는 "유예 조치는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며 "아파트 값이 1~2원도 아니고 3년 안에 그 큰 돈이 생길리 없는데 무슨 소용이 있냐"며 반문했다.
■ 실거주의무 유예안, 무주택자 내 집 마련 더 어려워질 수도
실거주의무 유예가 현실화되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실거주의무제로 그동안 자금 여력이 있었지만 청약에 관심을 두지 않던 이들도 대거 청약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우려하는 점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최근 견본주택을 오픈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는 분양가상한제로 인근 단지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가가 책정됐다.
이에 따라 실거주의무 유예로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을 가진 이들이 이 단지 청약에 대거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권에 또다시 청약 경쟁이 집중돼 주택시장 양극화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