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러? 부업을 바라보는 기업과 직장인들의 동상이몽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한국에서 흔히 부업이라고 하면 퇴근 후나 주말에 짬짬이 하는 단시간 아르바이트처럼 본업과는 그다지 상관없는 일들을 생각하는 것과 달리 일본에서는 직장인들의 부업을 공식적으로 허용하였고 올해로 벌써 만 5년이 지났다.
후생노동성이 취업규제와 관련하여 부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아 개정한 해가 2018년으로 일본에서는 부업 원년으로 불렸는데 처음에는 정보유출과 과중한 노동량, 이직 우려 등으로 종업원의 부업을 꺼려하는 기업들이 많았지만 2022년 기준으로 전체 기업의 53.1%가 부업을 허용하고 있을 정도로 관련 인식은 많이 개선되었다.
부업을 허용하는 기업은 규모를 가리지 않아 대기업 NTT서일본(NTT西日本)은 직원의 성장과 인맥형성, 혁신 창출 등을 위해 2019년부터 부업을 본격적으로 허용했고 빌딩용 전력을 판매하는 레질(レジル)은 아예 사무실 내에 부업 전용공간을 마련할 정도로 직원들의 부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그럼 부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고 기업들도 권장할 정도니 직장인들 사이에 부업이 흔해졌을까 하면 그렇지도 않다.
퍼슬종합연구소 조사에서는 정규직의 부업참여율은 2023년 기준 7.0%로 2018년 이후 오히려 하락세에 있고 리크루트 조사에서도 2022년 기준 9.9%만을 기록하여 부업은 전혀 대세로 자리 잡지 못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 번째는 부업일자리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퍼슬캐리어는 부업희망자(프리랜서 포함)와 기업을 매칭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2023년 2분기 기준 구인공고 대비 부업희망자는 5.6배 많았다. 리크루트의 매칭서비스에서도 1개의 부업에 대해 평균 20명의 지원자가 있었던 것으로 발표되어 일손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인 일반 채용시장과 달리 부업시장은 기업이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기업과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부업의 목적 자체가 전혀 다르다는데 있다.
대형취업포털 마이나비가 2023년 상반기에 경력직 채용을 진행한 적 있는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부업을 허용한 이유로 가장 많은 37.3%가 ‘종업원의 의욕을 높이기 위해’라고 답했다. 본업 외에 다른 업무를 경험하면서 새로운 깨달음과 성장을 가능케 하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노동정책연구기구 조사에서는 직장인들이 부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로 ‘수입을 늘리기 위해’, ‘지금 일로는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등의 경제적 이유를 우선으로 꼽아 기업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동기를 드러냈다.
애초에 퇴근하고 쉬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지 늦은 시간과 주말까지 두 개, 세 개의 업무에 매달리고 싶어 할 사람은 없다. 때문에 일본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부업은 그저 허울일 뿐이고 실체는 계약직,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보전을 위한 추가 노동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도 한 때는 N잡러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부업이 흥할 것 같다가 다시 잠잠해진 것을 보면 결국 경제적 어려움만 없다면 워라밸을 희망하는 것은 만국 공통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