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시장 변화 분석 -(하)] 동원F&B, 흰우유 ‘Hej’ 출시 임박…국내 시장 ‘포화상태’ 해외로 눈 돌려야
서민지 기자 입력 : 2024.01.30 11:00 ㅣ 수정 : 2024.01.30 11:22
우유 시장이 흰우유 소비 감소세에 큰 영향을 받고 있어 동원F&B 기존 유제품 브랜드 시장 점유율은 전체 매출 5순위 밖 전문가 “해외로 수익성을 제고해 볼 만하다”
[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저출산과 치솟는 원유(原乳) 가격, 다가올 2026년 자유무역협정으로 국내 흰우유 시장에 위기감이 멤돌고 있다. 동원산업의 종합식품회사인 동원F&B가 유가공 브랜드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유 시장에 지각 변동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동원F&B가 포화상태인 국내 유가공 시장에 경쟁할 필요 없이 새로운 브랜드로 해외 시장을 노리는 것도 생존 전략일 수 있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해외 원유 가격은 국내에 비해 절반 수준이라 원재료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동원F&B가 해외 현지 공장을 지어 국외 사업 비중을 늘리고 동원산업의 물류사업을 활용한다면 매출 신장이 가능하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동원F&B는 최근 유가공 브랜드 'Hej(하이!)' 상표 출원을 마쳤다. 지정 상품으로는 발효 우유와 유가공 식품, 유산균 음료 등이 등록됐다.
동원F&B는 이미 자사 유제품 브랜드로 '소와 나무' '덴마크' 총 2가지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이들 브랜드가 우유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해 업계는 동원F&B가 새로운 브랜드를 통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 우유업계 어두운 그림자, 생존 탈출구 필요한 상황
최근 국내 우유 시장은 저출산 기조로 주 소비층인 영유아가 줄어 악재를 맞이했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우유 소매점의 매출은 2조4651억원에서 2조1531억원으로 14.5% 감소했다. 이 중 동원F&B의 '덴마크' 브랜드가 매출 순위에서 7위를 기록했다. 유업계 빅3인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남양유업, 매일유업은 시장 점유율 상위 5위권에 들었으나 동원F&B는 이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게다가 업계는 유제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원유 가격이 갈수록 올라 우유와 유제품의 가격이 갈수록 인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낙농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장의 수요-공급 원리와 관계없이 농가의 생산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원유 가격을 결정한 뒤 인상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농식품수출정보는 국내 원유 가격이 2020년 ℓ당 1082.67원에서 2022년 1115.62원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또, 오는 2026년 자유무역협정으로 수입산 우유에 붙는 관세가 적용되지 않을 예정이다. 업계는 가격 경쟁력이 높은 해외 제조 우유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관망고 있어, 국내 우유 업계는 수익성을 제고할 저마다의 생존 탈출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 흰우유 ‘Hej’ 출시, 동원F&B 시장 진입 이휜 이렇다 할 전략 못 내놔
동원F&B 관계자는 "이번에 출시할 Hej는 기존 동원이 운영하는 유가공 브랜드의 하위 개별 브랜드"라며 "Hej의 정확한 사업 계획은 아직 발표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개별 브랜드(individual brand)는 한 기업에서 생산된 제품군에 사용하는 브랜드로, 기존 제품보다 차별화하거나 새로운 소비 대상을 공략하기 위한 확장 전략의 일환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동원F&B의 국내 점유율과 대외적인 우유 시장 상황을 두고 더 이상 국내에서 새로운 소비층을 선점할 수 없을 것으로 관망하고 있어, 동원F&B가 확보하려는 신규 시장이 어디일지 주목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출산과 다가올 2026년 자유무역협정으로 국내 우유 업계는 위기를 맞이했는데 시장 점유율도 낮은 동원F&B가 국내 업체들과 무리해서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동원F&B의 지주사인 동원산업이 이미 물류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사업의 성장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가공 브랜드로 해외 수출입을 통한 수익성을 견인할 수 있을 분석된다.
■ 김성용 동원F&B대표 ‘글로벌 경쟁’ 관심…원유값 싼 해외시장 적극 활용해야
현재 국내산 원유에 비해 해외 원유 가격은 절반 수준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미국의 원윳값(ℓ당)은 491원이며 유럽은 470원이었으나 한국의 경우 1083원을 기록했다. 가격 성장률도 한국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미국 원윳값이 2001년 439원에서 2020년 491원까지 11.8% 올랐다면 한국은 2001년 629원에서 2020년 1083원으로 72.2% 증가했다.
김성용 동원F&B 대표이사는 한 매체를 통해 "그간 동원F&B의 해외 사업은 소극적인 수출에 그쳐 비중에 5%밖에 되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현지에 생산공장을 가동하며 3년 내 해외 사업 비중을 지금의 3배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동원산업은 최근 국민 소득의 증가와 소비 행태가 편리함을 추구하는 행태로 변하면서 1인 가구와 노령인구가 증가해 신속 배송에 대한 욕구 또한 커지며 콜드체인 산업이 급성장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동원산업은 냉장보관사업으로 감천냉장센터와 이천냉장센터, 성남냉장센터를 운영하며 전국 저온 물류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주요 보관품목으로 냉동 수산물과 농·축산물, 가공식품을 두고 있다. 동원산업은 저온 보관센터와 계열사 저온 보관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물류사업의 영업망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즉, 동원F&B가 값싼 해외 원유를 사들이면 국내보다 중간 유통상 이윤을 크게 남길 수 있으며, 해외 생산공장을 가동하며 새로운 유가공 브랜드의 제품을 생산한 뒤 냉장센터 등의 물류사업을 통해 국내와 세계 각지로 물건을 배송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국내 식음료 대다수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며 값싼 재료비와 인건비를 통해 마진을 남기면서도 높은 품질로 경쟁하며 현지에서 살아남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동원F&B도 해외 시장에 유가공 브랜드를 안착시키는 것이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교수는 "국내에선 우유 가격이 인상되는 가장 큰 원인이 원유 때문인데, 외국에서 공장을 준공해 해외산 원유를 값싸게 사들여 유제품을 제조한 뒤 국내로 들여오면 동원F&B가 가격 경쟁력을 높이면서도, 해외 시장에선 국내의 우유 제조 기술로 만들어진 우유를 섭취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