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우 기자 입력 : 2024.01.17 08:35 ㅣ 수정 : 2024.01.17 18:35
효성·한컴·위메이드 계열 코인, 신뢰도 문제 대두 코인 문제 주가에 영향…리스크 관리 필요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국내 증시 상장사와 그 계열사들이 발행한 가상자산에서 지속적인 잡음이 발생하면서 시장 신뢰도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수사당국이 일부 관계자를 구속기소까지 하는 등 높은 강도의 수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는 상장사의 책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한글과컴퓨터(030520)그룹과 그 계열사 관계자들은 검찰 조사를 통해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29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배임 혐의로 한컴그룹 계열사 전직 이사 김모씨와 아로와나테크 대표 A씨를 구속기소했다.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씨와 A 대표는 2021년 12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약 7개월간 국내 가상자산 컨설팅 업자에게 아로와나토큰 1457만1344개의 매도를 의뢰해 수수료 등을 공제한 정산금 약 80억3000만원 상당의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을 김씨 개인 전자지갑으로 전송받는 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22년 3월에는 해외 가상자산 관련 업자에게 아로와나토큰 약 400만개의 운용 및 매도를 의뢰하고, 운용수익금 15억700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김씨 개인 전자지갑으로 전송받은 것을 조사됐다.
김씨가 해당 방식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은 약 96억원 수준이었으며, 해당 비자금은 NFT(대체불가토큰) 구입과 주식 매입, 신용카드 대금 지급, 백화점 물품 구입 등 김씨 개인적으로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로와나토큰은 한컴 계열사인 블록체인 기업 한컴위드에서 지분을 투자한 가상화폐인데, 한컴그룹 측 자금으로 인수된 아로와나테크는 아로와나토큰 총 5억개를 발행하며 이를 디지털 6대 금융사업 플랫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상자산이라고 홍보한 바 있다.
아로와나토큰은 2021년 4월 20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지원됐으나, 지난해 8월 거래소들은 ”프로젝트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아로와나토큰의 거래지원을 종료했다.
검찰 관계자는 "선량한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매수해 조성된 자금이 피고인들의 비자금 조성 및 개인적 사용에 이용돼 사업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졌고, 이에 따라 가상화폐 상장이 폐지돼 그 시세마저 급락함으로써 선의의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쳐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사건"이라며 "피고인들의 불법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효성그룹 계열사 갤럭시아머니트리(094480)가 자회사를 통해 운영하고 있는 가상자산 갤럭시아(GXA)도 유통량 불일치 논란이 불거지면서 일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지원이 종료될 예정이다.
최근 빗썸은 이달 29일 오후 3시부터 갤럭시아에 대한 거래지원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빗썸 측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갤럭시아 해킹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갤럭시아 측이 제출한 소명자료와 후속 대처로는 투자유의종목 지정 사유를 해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17일 운영대행사인 갤럭시아메타버스가 보유 중이던 갤럭시아 지갑 일부에서 토큰 약 3억8000만개 수준의 무단 출금이 발생했다. 갤럭시아메타버스는 갤럭시아 운영을 맡고 있는 갤럭시아머니트리의 100% 자회사다.
해킹 발생 당시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닥사, DAXA) 소속 거래소 중 갤럭시아의 거래를 지원하던 빗썸과 고팍스는 일제히 갤럭시아를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후 갤럭시아 해킹 관련 조사 과정에서 더 많은 유통량의 차이가 확인됐다. 앞서 갤럭시아 측이 공지한 유통량은 약 25억6000만개였는데, 실제 유통량은 약 5억개 더 많은 30억6000만개였다. 해킹 물량을 고려해도 약 1억2000만개의 추가 유통이 이뤄진 것이다.
유통량 차이가 확인된 이후 빗썸은 거래지원을 종료한 한편, 고팍스는 거래를 지원하지만 유의종목 지정 기간을 연장해놨다.
앞서 2022년에는 위메이드(112040)의 가상자산 위믹스가 유통량 논란에 휩싸이며 닥사 소속 거래소로부터 일제히 거래지원 종료 처분이 내려지기도 했다. 위믹스는 닥사의 거래지원 종료 기간인 1년이 지난 현재 업비트를 제외한 모든 닥사 소속 거래소에서 거래지원이 재개됐다.
해당 기업들은 상장사인 만큼 계열사에서 벌어진 가상자산 문제가 해당 기업들의 주가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위메이드의 주가는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와 재개를 전후로 등락 폭이 심하게 커지기도 했다.
또 아로와나토큰의 사례처럼 자칫 횡령과 배임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도 기업 신뢰도를 실추시키는 우려 요인인 만큼, 가상자산 운영 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교수는 “상장사를 거느리고 있는 그룹 계열사에서 가상자산 관련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자칫 주주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고 있는 상장사로써의 의무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