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의무제도' 폐기 사실상 무산..입주 앞두고 대혼란 예상
[뉴스투데이=김성현 기자]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이 또다시 본회의를 통과하는데 실패했다.
이달 15일 ‘1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이 다시 논의될 예정이지만 현재 분위기에서 법안 통과는 요원해 보인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 폐지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 관련 공약으로 제시한 것 가운데 하나다.
정부는 지난해 초 ‘1·3 대책’을 통해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를 없애고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도 최장 10년에서 6개월~3년으로 줄이기로 했다. 반면 민주당은 실거주 의무 폐지가 결국 갭투자와 같은 투기를 자극하는 요소가 될 뿐이라며 극구 반대하는 입장이다.
■ '실거주의무제'란
실거주의무제는 지난 2021년 2월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됐다.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에 청약 당첨되면 주택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2~3년간 거주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말 그대로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이 직접 거주하는 것을 뜻한다.
2021년 2월 19일 이후 분양된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일반분양 청약에 당첨되면 최초 입주일로부터 2~5년간 의무적으로 실제 거주를 해야 한다.
전세를 통해 잔금을 치르거나 판매 때 최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여기에 실거주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입주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해당 주택을 매도해야 한다.
이는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구매하는 이들은 보호하고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투자방식 '갭 투자'를 차단하는 취지가 담겨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가격 급등을 막는 등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면 ‘갭투자’가 성행할 수 있다”며 “실거주 의무 폐지는 전세 사기를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는 말로 법안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는 폐지를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은 8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분양 대금 마련이 쉽지 않은 대다수 무주택자는 대부분 새집을 전세 놓고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러왔는데 실거주를 강제하게 되면 계획이 틀어져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며 "전세를 놓아 금융 부담을 낮출 수도 없고 분양권을 팔고 싶어도 전매제한에 걸려 팔 수 없는 진퇴양난에 처한다"고 지적했다.
유의동 정책위원장은 또 "(법안이 폐지되지 않으면)주택 분양시장 전반이 위축되고 전세시장 불안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 입장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 자료를 통해 “실거주 의무는 국민 주거 이전을 제약하고 신축 임대주택 공급을 위축시키는 등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해 조속히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사실상 무산된 ‘실거주 의무’ 제도 폐지가 가져올 여파는
여야 간 대립이 이어지며 실거주 의무 폐지를 폐지하는 주택법 개정안은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단지는 전국 72곳, 4만7595가구에 이른다.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는 실거주 의무 폐지법을 반대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최근 민주당 내에서 법안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몇몇 민주당 의원들은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이 민생과 직결되는 법안인 만큼 무산시 후폭풍이 전부 민주당을 향할거라 우려하고 있다. 22대 총선(4월10일)이 코 앞으로 다가온 만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 소비자들도 실거주의무제도 폐지에 크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올해 입주 예정인 직장인 A씨는 “전세를 통해 잔금을 해결하려 했는데 실거주의무가 폐지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벌써부터 눈앞이 캄캄하다”며 “아파트가 한두푼 하는 것도 아닌데 전세로 잔금 해결하는 길마저 막아버리면 나 같은 서민은 도대체 어떻게 내 집 마련을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하소연 했다.
현 사태를 바라보는 공인중개사 입장도 비슷하다.
공인중개사 A씨는 "둔촌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조합원 물량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하다고 들었다"며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구매하는 것은 집을 사는 하나의 방법이지 투기라고 볼 수 없어 법안 폐지는 필요한 조치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당은 야당에 실거주 의무는 유지한 채 아파트 매각 전까지 의무 기간을 채우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야당이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시국회 기간인 이달 21일 마지막 법안소위에서 이 법안이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법안 폐기 가능성이 크다.
공인중개사 B씨는 "실거주 의무 적용 단지 중 30%에 가까운 약 1만5000 가구가 올해 입주 예정"이라며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되면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