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희 기자 입력 : 2024.01.16 05:00 ㅣ 수정 : 2024.01.16 05:00
정부, 강경한 통신비 인하 요구 목소리 갈수록 커져 디즈니플러스·유튜브 등 OTT 업체 줄줄이 가격 인상 이통3사 "정부 압박과 OTT 가격 인상으로 수익 악화"
[뉴스투데이=이도희 기자] '정부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이에 낀 새우 신세가 따로 없다.'
SK텔레콤(이하 SKT), KT, LG유플러스(이하 LGU+)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최근 깊은 고민에 빠졌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유명 OTT가 일제히 가격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이통 3사는 OTT와 결합요금제를 선보였지만 OTT 가격 인상에 발맞춰 요금 인상 추세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기조 속에서 이통 3사가 OTT 가격 인상분을 그대로 반영할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셈이다.
■ OTT 업계 가격 줄줄이 인상
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유튜브 등 국내외 OTT 업체들이 지난해말부터 구독료를 인상했다.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 업체들은 서비스 출시 초기에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저렴한 요금제를 앞다퉈 내놨다. 그러나 콘텐츠 제작비용이 가파르게 오르자 OTT 업체들은 누적된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구독료를 인상하기로 했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11월에 월 구독료를 9900원에서 1만3900원으로 40.4% 올렸다.
유튜브는 지난달 프리미엄 가격을 월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42.6% 인상했다. 이에 질세라 티빙도 프리미엄 가격을 기존 1만3900원에서 지난달 1만7000원으로 20% 가량 올렸다.
OTT 업체가 이처럼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은 투자에 나선 시점을 지나 이제는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경영 판단에 따른 것이다.
OTT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크게 늘어나 OTT 업계가 급성장을 했다"며 "그러나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일상 회복에 따른 외부 활동 증가로 과거와 같은 성장을 기대할 수 없어 가격 인상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결국 수익이 주춤해지자 요금을 올리기로 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OTT 구독료가 오르면 이통사의 결합 요금제를 이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SKT는 통신 요금에 월 9900원을 더하면 유튜브 프리미엄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가 월 평균 1만45∼1만49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5000원을 절약할 수 있다.
KT도 통신 요금에 월 9450원을 더 내면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또한 KT와 LGU+는 유튜브 프리미엄 등 OTT 서비스 업체 가운데 하나를 구독하면서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는 요금제를 각각 9만원, 10만5000원에 출시했다.
■ 이통 3사, 정부 압박에 속앓이
OTT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지만 이통 3사들은 가격 인상에 동참할 수 없는 처지다. 정부가 가계통신비를 줄이기 위해 통신 요금 인하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통 3사들은 OTT 가격 인상분을 결합 요금제에 반영하지 않으면 그만큼 손실을 떠안아 정부 조치에 속앓이를 하는 모습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OTT 가격이 오르면 결합 요금제도 올려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 압박에 OTT 가격 인상에도 이통 3사가 요금을 올리지 못하면 수익구조가 악화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보여주듯 지난해 3분기 이통 3사 경영실적표를 살펴보면 SKT를 제외하고 KT와 LGU+ 영업이익은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이통 3사 4분기 경영실적 전망이 밝지 않은 점도 걱정거리다.
한편 OTT 업체의 가격 인상이 잇따르자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지난달 21일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 위반 여부에 대해 실태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전기통신이용자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 △전기통신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전기통신서비스 이용요금, 약정 조건, 요금할인 등 중요한 사항을 설명 또는 고지하지 아니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 방통위는 이를 위반했는 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실태점검을 통해 위반행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계법령에 따라 처분할 계획이다.
그러나 방통위 조치가 실효성이 있을 지는 의문시된다.
방통위가 2022년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법을 통해 OTT를 미디어로 분류하고 규제를 강화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유료방송 사업자와는 달리 OTT 서비스는 요금 개편을 정부당국에 신고하거나 사전 고지해야 하는 법적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