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 시장 영향과 넘어야 할 산은
갑진년(甲辰年) 첫 거래일을 맞아 국내 증시도 첫걸음을 뗐다. 코스피지수는 2,700선을 육박해 시작은 좋았다. 많은 투자자가 한국 시장은 저평가됐다고 보는 이유 중 MSCI 선진국 편입과 물적분할에 따른 소액주주 피해 확대, 배당 투명성, 외국인투자자 등록제도 폐지,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공매도, 부자 감세 등 다양하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공약했고 시장 내 저평가 요인을 하나씩 털어내는 분위기다. 정부의 공매도 한시적 금지와 주식 양도세 대주주 요건 완화에 이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 발표가 핵심 경제 정책 과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 기사 게재순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금투세 폐지 시장 영향과 넘어야 할 산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②] 주식 양도세 완화 효과 있었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③] 증시 저평가 극복 위한 남은 과제는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한국 증시가 새해 첫발을 떼기 전, 정부가 2025년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방침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의 금투세 유예론에 힘이 실렸던 지난해 이어 아예 폐지 방침까지 꺼내 든 것이다.
금투세가 폐지되면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도 크지만, 금투세 폐지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적잖은 파장도 예상된다. 야당의 동의를 얻어 세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인 만큼, 법을 다시 개정하는 과정에서 야당 설득이 쉽지 않아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최초로 전일 오전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에서 개최된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년 도입하기로 했던 금투세 폐지를 목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면서 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이 완화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한민국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인 기업이 많지만, 주식시장은 매우 저평가돼 있다"며 "임기 중 자본시장 규제 혁파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해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투세는 전임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것으로 주식·펀드 등 금융상품 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간 5000만원 이상일 경우, 초과분에 대해 20%(3억원 초과 시 25%)를 분리 과세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투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적인 주범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들 중 금투세 폐지를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의 일환으로 평가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금투세가 도입되면 납부 여부는 수익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일단 상당수의 소액 투자자가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결국은 우리 주가나 시장에 불확실성과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투세 폐지는 지난달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기존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완화한 것과 맞물려 증시 활성화 기대감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에 긍정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또 시장은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 투자를 주식시장으로 유도해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도 금투세 폐지의 기대효과로도 보고 있다.
금투세가 폐지되면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금투세 폐지가 시장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증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전망이다.
반면 반발 여론도 만만찮다.특히 금투세 폐지는 입법 사안으로 국회 논의가 필요해 야당의 반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큰손의 이탈을 막는 등의 순효과가 있지만 과세 형평성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소득 있는 곳에 세금있다’는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데다, 내년 시행하기로 약속했던 야당과의 합의를 깨는 것이어서 입법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래서 상법 개정만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모두 해소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금투세 폐지 추진은 분명 시장 활성화에 도움 되겠지만 세수 부족 대책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세수결손은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주식 양도세 완화에 이어 금투세까지 폐지하면 다른 세금을 증세하거나 증권거래세를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금투세 도입으로 연간 1조5000억원의 세금이 걷힐 것이란 추산이 나오는 가운데, 세수 부족 상황에서 대책마련 없이 금투세가 폐지되면 또 다른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금투세가 실제 폐지된다면 개인투자자들이 환영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면서 시장활성화에 도움되는 부분은 분명 있을 것”이라며 “다만 세수 문제를 어떻게 할거냐 고민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은 맞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주가부양으로도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일관성 있는 정책과 방향성인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