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규모 '기록경신'…보험사기방지특별법 통과는 언제쯤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보험사기 피해 규모가 날로 커지는 가운데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 처리 여부가 주목된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 상정 여부를 결정한다. 법사위는 이달 19일 진행된 전체회의에서 해당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2016년 제정된 이후 7년간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보험사기 규모가 증가하면서 개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1조818억원으로 지난해 9434억원에 비해 14.7% 증가했다. 적발인원도 10만2679명으로 10만명대를 기록했다.
올해에는 그 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6233억원으로 전년 동기 5115억원에 비해 21.8%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보험사기 금액 규모가 6000억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 연말에는 전년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 인원도 5만5051명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상반기 기준 5만명을 넘어섰다. 이 기간 적발된 인원 가운데 보험업 모집 종사자는 914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27.2% 늘었다. 병원 종사자는 614명으로 나타났다. 이외 보험업을 제외한 일반 회사원 1만1002명, 무직‧일용직 6662명, 전업주부 5225명, 학생 2945명 등으로 집계됐다.
보험사기 규모가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제20대 국회에서 총 8건이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제21대 국회에서도 총 17건이 발의됐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을 통화시켰다. 이에 따라 법사위 및 본회의 의결 절차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해당 개정안들은 보험설계사와 의료기관, 정비업체 관계자 등이 보험사기를 저지를 경우 이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은 보험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커 정교한 범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중처벌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 개정안에는 보험사기를 알선하고 권유한 사람도 보험사기를 직접 저지른 사람과 동일한 수준으로 처벌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 밖에 보험사기로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보험사가 부당하게 지급된 보험금을 환수하고 해당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한도 포함됐다.
백영화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기죄의 경우 보험사의 손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선량한 다수 보험계약자 집단 전체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고 사회안전망으로서 기능해야 하는 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범죄"라며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해 기본적으로 엄히 처벌할 필요성이 있으며 이것이 바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의 입법 취지"라고 개정안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험업계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바라는 분위기다. 총선을 앞두고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일정이 밀려 법안이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철주 생보협회장은 이달 21일 '2023 보험범죄방지 유공자 시상식'에서 "건강보험 급여와 민영보험 비급여의 재정건전성 악화의 주원인인 보험사기를 근절하기 위해 수사기관, 보험업계, 유관기관의 공조와 함께 정부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면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 등 법‧제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여야 간 이견이 없어 법사위 단계만 넘어서면 본회의 통과까지는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총선을 앞둔 상황인 만큼 선거전에 돌입하면 법안 통과가 지지부진해질 수 있어 늦어도 연초에는 통과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과 관련한 사기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보험사기가 증가하면 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어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피해가 더욱 심해진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1조원을 넘어섰지만 적발되지 않은 사례를 포함하면 그 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며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경각심을 고취시킬 수 있도록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