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리포트] 올해 기업 10곳 중 8곳이 충원 목표 못채운 이유…채용 전문가, "실력있는 '중고 신입' 선호돼"
박진영 기자 입력 : 2023.12.21 18:17 ㅣ 수정 : 2023.12.21 18:18
기업 27%는 필요 인원 절반도 충원 못해…대기업이 가장 심각 적합한 인재가 부족해서 인력 충원에 어려움 겪는 것으로 나타나 내년 채용 규모는 올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1~5년차 경력 인재 채용 추세 뚜렷해져…'중고 같은 신입' 선호 전망 채용담당자들, “실무‧프로젝트 경험과 조직적합성 중요하게 평가” 최승철 소장, "저연차 인재 교육훈련‧긍정적 직원 경험 강화 필요"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직무 역량을 제대로 갖춘 인재가 부족해서 기업별로 필요한 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10곳 중 8곳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기업 위주로 미스매칭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내년 인재 채용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직무 역량 강화를 통해 기업이 원하는 적합한 인재가 되는 것이 높은 눈높이에서 인재를 갈망하는 기업들을 움직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채용담당자들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1년∼5년차 '중고 신입'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신입 지원자는 '직무 역량 경험'을, 경력 지원자는 '고도화된 직무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취업에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이와관련 사람인(대표 김용환) 산하 사람인 HR연구소가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기업 31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채용결산과 2024년 전망’ 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조사에서 사람인 HR연구소는 올해 직원을 채용한 기업(291개사)의 80.4%가 연초 계획한 인원만큼 충원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충원 기업은 지난해(88.5%)보다는 소폭 감소했지만 구인난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26.8%는 계획한 인원의 절반(50%)도 충원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지난해 절반 미만 충원기업이 24.9%였던 것에 비해 오히려 2.1%포인트(p) 증가해 충원에 성공하는 기업과 실패하는 기업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양상이다.
특히, 기업 형태별로 50% 미만 충원 비중을 살펴보면 ▷대기업(30.8%) ▷중소기업(28.7%) ▷스타트업(25%) ▷중견기업(17%) 등의 순으로 많았다. 대기업 10곳 중 3곳이 필요한 인원의 절반도 못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연초 채용 계획만큼 충원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지원자 중 적합 인원 부족’(51.7%)을 들었다. 이밖에 ▷지원자 부족(15.4%) ▷시장 불확실성으로 채용 보류(13.2%) ▷채용 예산 부족 및 인건비 부담(10.7%) 등의 순이었다.
기업들이 경영 효율화를 위해 인건비 지출이 큰 고경력자나 채용 후 교육에 시간‧자본이 투입되는 신입 사원보다는 1년~5년차의 경력자 속칭 ‘중고 같은 신입’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기업들의 움직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신입 전형 지원자의 경우 ‘직무 역량과 관련한 경험’과 ‘조직에 적합한 지원자 특성’을 강조하고, 고경력자는 경쟁자와 차별화할 수 있는 ‘고도화된 업무 기술’을 갖추는 것이 중요해졌다.
다음해 채용 규모는 올해와 비슷하거나 줄어들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했다. 다음해 채용 예정 인원을 물어보는 설문에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3.2%였다. 이외에는 ‘줄어들 것’(34.1%)이라는 응답이 ‘늘어날 것’(22.7%)이라는 답변보다 11.4%p 높았다.
경력 연차별로는 고연차에서 저연차 인재로 선호 연차가 이동한 점이 눈에 띈다. 다음해 우선 확보할 인재는 ‘1년~5년차’가 37.9%로 1위였다. 계속해서 ▷대리~과장급인 ‘5년~10년차’(28.4%) ▷신입(25.2%) ▷10년차 이상(3.8%)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말 조사 대비 ‘신입’ 채용은 3.9%p(2022년 21.3%→2023년 25.2%) 증가했고, ‘1년~5년차’는 3.3%p(34.6%→37.9%) 늘어났다. 반면에 5년~10년차는 9.5%p(37.9%→28.4%) 감소했다. 구인난이 심해지며 5년~10년 고숙련 인재들의 수요가 신입과 저연차 인재로 바뀐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해에 인재를 채용할 때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는 ‘실무 및 프로젝트 경험’(42.3%)을 첫번째로 꼽았다. 뒤이어서 ▷조직 적합성(24%) ▷역량 및 잠재성(15.8%) ▷유관 경력 연차(9.8%) 등을 들었다.
결과적으로 취업준비생들은 ‘실무 경험 위주로 직무 역량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취업 전략을 세우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인 관계자는 21일 본지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올해 채용 맥락과 공채가 수시로 전환되는 트렌드 관점에서 살펴보면 신입 지원자는 직무 역량을 강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분별한 경험보다는 직무 스토리를 논리적으로 구성해서 지원자가 가진 직무 역량을 어필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면서 “전공과 일치하는 경우 배운 내용을 설명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직무와 관련한 경험을 적는 것이 좋다”고 했다.
더불어 “AI를 활용해서 디지털 인재라는 것을 강조하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 전반에 걸쳐서 디지털 인재를 채용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며 “금융권에서는 행원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재교육이 활발하고, 변호사를 대상으로 한 AI 활용 교육도 한창이다”고 했다.
경력 사원 채용과 관련해서는 “경기 침체로 연봉이 높은 경력 사원을 채용하는데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있지만 프리미엄 인재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며 “전문화, 고도화된 기술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운영 효율화 차원에서 저연차 중심의 경력직 인재 채용을 선호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고연봉 경력직들은 남과 차별화 되는 수준 높은 직무 역량을 갖춰야 재취업이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승철 사람인 HR연구소 소장은 “기업들이 비용 통제에 나서며 고비용·고연차 인재 선호에서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은 신입, 저연차 인재로까지 눈을 넓히는 모습이다”면서 “채용 실패를 막기 위해 인재풀의 스펙트럼을 넓혀 인력 공백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저연차 인재들에 대한 교육훈련과 긍정적인 직원 경험 강화에 집중한다면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