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국토교통부 LH혁신안, '공염불'로 끝나지 않으려면

김성현 기자 입력 : 2023.12.15 05:00 ㅣ 수정 : 2023.12.15 05:00

국토부, ‘LH 혁신 방안’,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 발표
LH 퇴직자 재취업 심사 대폭 강화로 ‘전관예우’ 차단
“LH 진행 사업 단가 너무 낮아 LH 영향력 여전히 남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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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왼쪽 두 번째)이 지난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LH 혁신 및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성현 기자] 정부가 그동안 한국주택토지공사(LH)가 독점해온 공공주택 사업의 문을 민간에게 활짝 열었다. 

 

이에 따라 LH독점 공급체제로 이어진 국내 공공주택시장에 처음으로 경쟁시스템이 도입됐다.

 

정부의 이와 같은 결정은 일견 예상됐다.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지난 4월 발생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정부 개혁안의 출발점이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지난 7월 사고 경위에 대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설계·감리·시공 등 부실에 따른 전단보강근의 미설치 △붕괴구간 콘크리트 강도부족 등 품질관리 미흡 △공사과정에서 추가되는 하중을 적게 고려한 것을 주요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당시 김규철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특별점검 시 지적 내용과 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에서 규명한 원인조사 결과를 토대로 위법 사항에 대해 관계기관에 엄정한 조치를 요구하고 재발방지대책도 조속히 마련해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 철근누락 사태 이후 각종 비리 온상으로 지목된 이른바 '건설 카르텔' 해쳬 요구에 대해 정부가 뒤늦게 조치를 내린 셈이다.

 

■ 국토부, 공공주택사업 민간에 대폭 개방

 

조속한 재발방지대책을 약속한 국토부는 약 5개월 이후 지난 12일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LH 혁신 방안’,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 등을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내년 상반기 공공주택 특별법을 개정해 민간 건설업체도 공공주택 분양을 시행할 수 있는 유형을 신설하고 공공주택 시장에 LH와 민간의 경쟁 체제를 도입해 더 많은 공급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오진 국토부 1차관은 "민간 건설사도 공공주택을 단독으로 건설할 수 있도록 해 공공주택 분야에서 LH와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 공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시공업체와 감리업체 선정 권한은 각각 조달청과 국토안전관리원으로 이관된다. 이를 통해 감리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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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 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 [사진=연합뉴스]

 

 

■ LH, 공공주택 공급 72% 차지…연간 발주 금액 10조원 넘어

 

공공주택사업은 그동안 'LH 텃밭'이었다.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LH가 사업을 독식할 수 있었기 때문이이다. 

 

이를 보여주듯 LH는 공공주택 공급량의 72%를 차지하며 나머지를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 지방공사가 공급한다.

 

설계·시공·감리 등 LH의 발주 규모는 연간 10조원에 이른다.

 

독점 상황에서 LH가 거머쥔 공공주택 공급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건설 과정에 대한 관리 소홀, 부실 감리, 품질 저하 등 악순환이 되풀이 된 셈이다.

 

LH가 공급한 공공주택 물량은 2013∼2017년 26만4000가구, 2018∼2022년은 28만4000가구다. '5년간 270만가구' 공급 계획을 내놓은 윤석열 정부도 LH에 대부분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 LH 퇴직자 재취업 심사 대폭 강화… ‘전관예우’ 원천 차단

 

국토부는 또  2급 이상 LH 전직 관료(전관)가 퇴직 후 3년 내 재취업한 업체는 LH사업을 수주할 수 없으며 3급으로 퇴직한 LH 전관이 재취업한 업체는 낙찰이 어려운 수준의 불이익을 준다.

 

기존에는 5년 이내 퇴직자(퇴직자가 임원인 회사 포함)의 수의계약 외에 건축설계공모 및 경쟁입찰에는 제한이 없었다.

 

LH 퇴직자의 재취업 심사 규모도 기존 30%에서 50%로 확대되며 대상 업체 또한 기존 200여 개에서 4000여 개로 늘어난다.

 

이는 국내에서 건설업을 하는 거의 모든 업체를 대상으로 LH 퇴직자 근무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이를 통해 전관 예우와 같은 담합 등을 미연에 방지해 ‘순살 아파트 사태’와 같은 건설사고를 막겠다는 국토부 의중이 담겨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지난 14년간 LH 퇴직자 재취업 심사 결과 불가로 판정난 사례는 10%에 불과하다"며 "이 가운데 재취업 승인 허가가 떨어진 곳 중 두 곳은 철근 누락 현장이 적발된 업체"라고 지적했다.

 

■ 국내 건설업계 “2021년 혁신안 되풀이 되지 않을 지 지켜봐야"

 

국토부의 대대적인 쇄신안은 작은 실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건설 현장의 현실을 감안할 때 환영할 만한 내용임에 틀림없다.

 

LH에서 시공, 감리업체 선정 권한을 박탈한 것만으로 불안 요소가 어느 정도 사라진 셈이다.

 

하지만 민간업체가 공공주택 분양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해 LH와 경쟁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부 의지가 실제 건설 현장에 반영되기 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LH가 진행하는 사업 단가가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일반 건설업체 관점에서 맞추기 어렵다"며 "국토부 의지와 다르게 건설 현장에서 LH 영향력이 아예 배제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민간 건설업체가 LH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데에는 수익 구조를 맞추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라며 “국토부 개혁안이 당장 민간 기업이 사업에 뛰어들게 만들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업계는 아직까지 국토부 의중 등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다”며 “토지 공급가격, 분양가, 인센티브 등 사업적으로 따져봐야 할 게 많지만 세부 내용이 부족해 의견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업계는 특히 공공주택 사업이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LH와 달리 민간 건설사들은 수익을 최우선으로 한다. 공공주택은 수익 보다 낮은 금액으로 공급해 주거안정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 업체가 공공주택 사업에 뛰어들어 분양가격이 오르면 공공주택 의미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함께 국토부의 이번 쇄신안이 2021년 혁신안처럼 흐지부지 되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21년 당시 문재인 정부는 직원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LH에 대해 '해체 수준의 혁신안'을 내놨다.

 

당시 혁신안 내용은 △대대적 조직 개편 △20% 이상 인력 감축 △전관예우 근절 △투기 방지 시스템 구축 △방만 경영 개선 등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혁신안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채 공염불에 그쳤다.

 

정부 뜻대로 LH가 민간업체와 경쟁해 쇄신을 이루려면 말뿐인 혁신안이 아닌 보다 구체적이고 촘촘한 내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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