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연말 ‘반도체·AI’ 중심 글로벌 경영 ‘잰걸음’… ‘BBC 전략’ 변화 흐름

전소영 기자 입력 : 2023.12.11 15:21 ㅣ 수정 : 2024.08.16 10:25

美 실리콘밸리 SK하이닉스, 가우스랩스, 루나에너지 등 계열·투자사 연쇄 방문
“글로벌 시장 역학관계 변화, 지정학 등 여러 요소 감안해 유연한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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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서 한일 경제협력체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 = SK그]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최태원 SK 회장이 연말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을 오가며 글로벌 광폭 경영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1일 SK그룹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지난 8~9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중심지인 새너제이(San Jose) 소재 SK하이닉스 미주법인과 가우스랩스, 루나에너지 등 계열사와 투자사 3곳을 연이어 방문해 현장경영을 전개했다.

 

가우스랩스는 SK가 지난 2020년 설립한 첫 AI(인공지능) 연구개발 전문기업이며, 루나에너지는 SK가 미국 현지 1위 주거용 태양광 설치기업 ‘선런(Sunrun)’과 함께 공동 투자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전문기업이다.

 

먼저 최 회장은 지난 8일 SK하이닉스 미주법인에서 HBM(고대역폭 메모리) 관련 사업 현황을 보고받고 구성원들을 독려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개선한 고성능 D램으로 AI반도체의 핵심부품으로 평가된다.

 

최 회장은 구성원들에게 "기존 사업구조 외에 시장 내 역학관계 변화부터 지정학(Geopolitics)에 이르는 다양한 요소까지 감안해 유연하게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HBM 선도기업인 SK하이닉스는 최근 정기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AI 인프라(Infra)’ 전담 조직을 새롭게 설립하고 산하에 HBM 관련 역량과 기능을 모은 ‘HBM 비즈니스(Business)’ 조직을 꾸렸다.

 

최 회장은 9일 가우스랩스와 루나에너지 사업장을 연이어 방문해 사업 현황과 시장 전망 등을 꼼꼼히 살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정에 가우스랩스의 AI 솔루션을 도입해 생산 효율과 수율을 개선하고 있다.

 

최 회장은 가우스랩스 구성원들에게 “AI 솔루션을 반도체 제조 공정에 적용할 때 LLM(거대언어모델)도 접목하고 향후 반도체를 넘어 다른 분야 공정에 확대 적용하는 방법도 검토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루나에너지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미국 시장 외에도 유럽, 아프리카 등 진출을 미리 고려해 특히 전력 공급이 힘든 지역을 위한 오프그리드(off-grid) 솔루션 제공 방안도 살펴달라”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미국 일정을 마무리한 뒤 바로 유럽으로 건너가 독일, 네덜란드에서 글로벌 경영 행보를 계속한다. 

 

11일(현지시간)에는 독일에서 도이치텔레콤 팀 회트게스 회장을 접견해 글로벌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날 만남에는 SK텔레콤 유영상 대표도 동석한다. 앞서 도이치텔레콤은 SK텔레콤 등과 함께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만들어 세계 45개국 약 12억명을 아우르는 인공지능 개인비서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후 최 회장은 네덜란드로 옮겨가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 동행해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기업인 ASML 본사를 방문한다. 또 최 회장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소재 SK엔무브 유럽법인도 찾아가 현지 구성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의 미국 현장경영은 현지 계열사와 투자사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경영환경에 잘 대응하고 있는지 등을 직접 점검해 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의 연말 글로벌 경영행보는 2024년 새해에도 반도체, AI, 미래에너지 등 그룹 신성장 사업을 직접 돌보고 ‘글로벌 스토리’를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 회장의 이 같은 행보를 통해 SK그룹의 전략 방향에도 변화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022년 5월 SK그룹은 반도체(Chip),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등 이른바 'BBC'를 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으로 삼고 중장기 투자 및 고용 창출 계획을 설계했다.

 

오는 2026년까지 △반도체와 소재 142.2조원 △전기차 배터리 등 그린 비즈니스 67.4조원 △디지털 24.9조원 △바이오 및 기타 12.7조원을 등 총 247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전체 투자금의 90%가 BBC에 집중됐다. 

 

하지만 불과 일년 사이 AI가 전 산업에 확산되며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떠올랐고, AI로 전략 방향을 바꾸 흐름이다. 

 

실제 올해 초 최 회장은 전 세계 3대 ICT 박람회 중 하나인 ‘MWC 2023’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며 한국 AI의 저변을 넓히는 ‘AI 조력자’로 나섰다. 당시 최 회장은 세계 유력 기업 CEO들과 만남을 가지며 AI협력에 대해 논의하는 등 AI 생태계 확장에 힘을 실었다. 

 

최 회장은  “AI기술이 다른 영역과 융합해 사람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BBC에 AI가 더해진 SK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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