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3.12.11 05:00 ㅣ 수정 : 2023.12.17 16:30
LG유플러스, 기존 통신사업 기반 다지고 AI 등 미래 성장동력 본격화 KT, 'ICT 서비스 전문기업' 만들기 위해 AI 등 디지털혁신 가속화 나서 SKT, 명실상부한 'AI 컴퍼니' 만들기 위해 4대 사업부 체계 갖춰 눈길 국내 AI 시장 연평균 14.9% 성장해 2027년 4조5000억원대로 커질 전망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SK텔레콤(이하 SKT)을 끝으로 국내 이동통신(이통) 3사의 2024년 조직개편·임원인사가 막을 내렸다.
KT가 지난 8월 김영섭 대표를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지만 SKT는 유영상 대표, LG유플러스는 황현식 대표를 유임해 이통업계 사령탑에는 거의 변화가 없는 셈이다.
다만 이통 3사 모두 조직개편·임원인사의 핵심 키워드로 ‘AI(인공지능)’을 채택한 점이 눈길을 끈다.
3사 모두 AI 혁신과 경쟁력 확보에 방점을 뒀다고 밝혀 AI가 이통사 미래 핵심 먹거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 이통 3사 ,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AI 혁신·경쟁력 확보에 초점 둔 조직 개편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임원인사를 단행한 LG유플러스는 전무 1명을 승진시키고, 신규 상무 7명을 선임했다.
LG유플러스는 고객 경험 혁신을 통해 기존 통신 사업 기반을 견고하게 하고 미래 성장동력이 될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말하는 핵심 신사업은 AI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AI와 데이터 기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고객 관점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고 미래 신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적극 중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전병기 AI/데이터 사이언스그룹장(상무)의 전무 승진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전병기 신임 전무는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 석사·전자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전 전무는 LG유플러스에서 AI 기술담당을 거쳐 AI·데이터사이언스그룹장을 지내고 있는 ‘AI 전문가’다.
‘ICT(정보통신기술) 서비스 전문기업’이라는 청사진을 그리는 KT는 AI 등 전문적이고 핵심적인 기술을 토대로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는 조직개편·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KT는 IT(정보기술)부문과 융합기술원(R&D)을 통합한 ‘기술혁신부문’을 새롭게 구축해 연구단계에서 서비스 구현까지 기술개발 모든 과정의 혁신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KT는 기술혁신부문장(CTO)에 오승필 부사장이 발탁했다. 그는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MS), 현대카드/커머셜 등을 두루 거친 IT전문가다. 이에 따라 오 부사장은 KT그룹의 IT·AI 거버넌스 체계 수립을 위한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기술혁신부문 산하에 클라우드, AI, IT 분야의 역량이 뛰어난 고수 집단 ‘KT컨설팅그룹’을 새롭게 조직해 눈길을 모았다.
KT컨설팅그룹장에는 정우진 전무를 임명했다. 정 전무는 삼성SDS, MS, 아마존웹서비스 등을 두루 거친 디지털 클라우드 기술 컨설팅 전문가다. 그는 KT그룹에서 클라우드, AI, IT분야 기술 컨설팅 조직의 수장 역할을 한다.
아울러 KT는 최근 초거대 AI ‘믿음’을 상용화한 데 이어 AI 사업을 본격화하고 AI 거버넌스를 수립하기 위해 AI 연구개발(R&D) 조직을 강화하고 디지털 혁신에 속도를 낸다. 또한 기존 AI2XLab 외에 AI 테크랩(Tech Lab)을 추가로 구축해 AI 분야 핵심 기술 경쟁력을 키워갈 방침이다.
KT 관계자는 “디지털 혁신과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계 최고 수준 전문가를 외부에서 추가 영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통 3사 가운데 가장 대대적인 조직개편·임원인사를 한 곳이 SKT다.
유영상 SKT 대표이사는 이번 조직개편·임원인사 배경에 대해 “회사 전략 실행에 가장 효과적인 조직구조를 갖추고 글로벌과 AI 역량 및 전문성이 검증된 인재를 주축으로 리더십을 개편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직접 밝혔다.
SKT는 지난 9월 데이터센터, AI반도체, 초거대AI 등 AI 기술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주요 사업영역에 AI를 입히고 글로벌 협력 모델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AI 피라미드 전략’을 발표했다.
SKT는 AI 피라미드 전략을 보다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구체화하기 위해 이번에 ‘4대 사업부 체계’를 새롭게 구축했다.
이에 따라 AI 서비스사업부와 글로벌/AI 테크사업부는 글로벌 PAA(Personal AI Assistant·개인 AI 비서)와 함께 텔코 특화 LLM(대규모언어모델)을 만들기 위해 ‘자강’과 ‘협력’에 나선다.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AI 서비스를 만들어 고객과 관계를 밀접하게 만드는 ‘자강’과 AI 얼라이언스 중심의 ‘협력’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유무선 통신, 미디어, 엔터프라이즈 등 기존 핵심 사업의 AIX(AI전환)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T-B 커스토머(Customer)사업부와 T-B 엔터프라이즈 사업부는 유무선 통신, 미디어, 엔터프라이즈 등 전 사업 영역에서 AI를 적극 도입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는 역할을 한다.
또한 SKT와 SK브로드밴드의 T-B 원바디(One Body) 체제로 시너지를 더욱 강화해 최고의 성장세를 이끌어갈 예정이다.
또한 SKT는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AI 솔루션 사업을 전담할 ‘톱 팀(Top Team)’을 새롭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솔루션 오피스를 설립해 AI DC(데이터센터), UAM(도심항공교통), AI반도체, 양자(Quantum), 엑스칼리버(X caliber) 등 AI 솔루션 관련 내부 역량을 모으고 글로벌 시장에 발맞춰 사업을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함께 꾸려지는 글로벌 솔루션 테크(Global Solution Tech)는 글로벌 솔루션 오피스를 기술적으로 지원해 시너지를 내는 역할을 한다. 신설 조직은 기존 엔터프라이즈 사업의 AIX 지원도 이끌 계획이다.
SKT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CR(대관), PR(홍보) 기능을 총괄하는 대외협력 담당을 만들어 기존 사업과 더불어 AI 및 글로벌 사업 확장을 적극 지원한다.
새롭게 선임된 임원 역시 AI 피라미드 전략 실행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역량은 물론 성과와 리더십이 검증된 인재를 중심으로 발탁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글로벌 AI 컴퍼니로 성공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모든 구성원이 AI 역량과 글로벌 사업 수행 역량을 키우며 AI 인재로 성장하는 업무문화가 안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AI 연평균 15% 고속성장…'AI 중심·탈(脫)통신' 전략 가속페달
무선 통신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이에 따라 통신업계가 성장을 지속하고 고수익을 창출하려면 반드시 비(非)통신 부문 사업확장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간 이통 3사는 탈(脫)통신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AI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국내 AI 시장 규모는 2023년부터 연평균 14.9% 성장해 2024년 3조662억원, 2027년까지 4조4636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24년 통신업계는 변화를 준 인사와 조직과 각 사마다 AI 전략을 기반으로 한 AI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020년부터 AI와 관련 서비스를 계속 내놓고 있는 SKT는 AI 인프라와 AIX, AI 서비스 등 3대 영역을 중심으로 산업과 생활 모든 영역을 혁신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에 따라 AI 관련 투자 비중이 2019∼2023년에 12% 수준이었지만 2024∼2028년까지 향후 5년간 33%로 약 3배 늘리고 2028년 25조원 이상의 매출액을 올릴 방침이다.
아울러 글로벌 통신사들과 결성한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 오픈AI, 앤트로픽 등 글로벌 플레이어와 제휴를 넓히고 국내 유망 AI 기업과 함께 구축한 ‘K-AI 얼라이언스’ 등으로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AI 생태계를 주도할 계획이다.
KT의 AI 사업 전략은 ‘맞춤형 AI 서비스’ 제공에 중점을 두고 있다.
AICC(AI컨택센터), AI물류, AI로봇, AI케어, AI교육 등 다양한 고객과 산업의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더욱 전문화된 ‘AI 서비스 제공자’로 탈바꿈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KT는 이미 AICC와 AI물류 등 AI 사업에서 누적 수주 약 8000억원 이상의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KT는 AI 기술을 로봇, 케어, 교육 등에 확대해 AI 관련 사업 매출을 2025년까지 1조원까지 키울 계획이다.
또한 초거대 AI 기술, AI 반도체, 클라우드 등 강점을 활용해 고효율 경제성을 갖춘 ‘AI 풀스택’을 토대로 AI 생태계 활성화에도 나설 방침이다. AI 인프라는 서비스 구현을 위한 핵심 기반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2027년까지 5년간 △초거대 AI 기술 △AI 핵심 인프라인 클라우드·IDC(인터넷데이터센터) 인프라 고도화 △AI 신사업 발굴 및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약 7조원을 투자해 경쟁력을 강화한다.
LG유플러스는 ‘AI 3대 서비스’를 앞세운 B2B(기업 간 거래)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3대 서비스는 △AI 기반 고객센터 ‘AICC’ △AICC 클라우드 △소상공인 AI 설루션 ‘우리가게 AI’ 등이다.
LG유플러스가 2021년 3월 출시한 ‘U+ AICC On-프레미스(Premise)’는 2년여만에 550억원의 수주 매출을 기록했다. 또한 지난 9월 구독형 서비스 ‘U+ AICC 클라우드’를 공개하고 중견그룹과 중소기업을 위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이와 함께 LG유플러스는 지난 10월 영세 사업자를 겨냥한 전화 단말과 AI 응대, 손님 메모 기능을 갖춘 ‘우리가게 AI’ 정액요금제를 출시했다.
무엇보다 LG유플러스는 자체 개발하는 통신 맞춤형 AI ‘익시젠(ixi-GEN)’에 힘을 주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자사 AI 브랜드 ‘익시(ixi)’의 초거대 AI 엔진으로 익시젠을 개발한 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추천, 예측, 검색, 비전 AI 엔진을 고도화해 전체적인 AI 기술 전문성을 키울 방침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중 익시젠 서비스를 본격 출시하고 너겟과 IPTV(인터넷TV) 등 고객 접점이 많은 서비스와 플랫폼에 챗봇 형태로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AI는 고속성장이 기대되고 통신사가 가진 무선 통신기술과 데이터의 경쟁력 향상은 AI와 직결됐다”며 “이미 AI 시장을 선점한 빅테크 기업에 이통 3사까지 가세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