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3.12.08 05:00 ㅣ 수정 : 2023.12.08 05:00
SK그룹, 7년만에 대대적인 인사 태풍 불어 글로벌 복합 위기 맞서 회사 경쟁력 강화 위한 '처방전' 부회장단 4인 퇴진과 4050 젊은 인사 대거 전면 배치 최태원 회장 사촌동생 최창원 '그룹 2인자' 수펙스 의장 선임 최 회장 장녀 최윤정 팀장,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해 '눈길' 조대식 의장·장동현 SK(주) 부회장·김준 SK이노 부회장·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경영일선 물러나 SK그룹 올해 신규 선임 임원 평균 연령 48.5세로 '젊은 회사' 지향 주요 대표이사 부회장직 유지하며 회사 도와 '변화와 안정' 두 토끼 잡아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최근 재계 화두였던 SK그룹의 2024년 임원 인사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SK그룹은 공식적인 인사 발표 전부터 부회장단 4인의 퇴진설(說)과 최창원 부회장의 SUPEX추구협의회(이하 수펙스) 의장 선임 등 세대교체에 무게를 둔 인사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사와 관련해 “새로운 경영진과 젊은 경영자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때가 필요하다. 변화는 항상 있는 것”이라고 언급해 대대적인 인사 태풍을 예고했다.
그리고 7일 공개된 실제 인사 내용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SK그룹은 ‘세대교체’와 ‘준비된 인사’에 포커스를 두고 주요 관계사 CEO(최고경영자)에 차세대 리더를 전진 배치해 조직에 대대적인 변화를 불어넣었다.
이와 함께 최 회장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34)이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내 최연소 임원에 올랐다.
이번 인사에 대해 SK그룹은 “각 사가 오랜 시간 그룹 차원의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된 새 경영진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준비된 인사”라고 밝혔다.
우선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임기 2년의 수펙스 새 의장으로 선임됐다. 최창원 부회장은 4연임한 조대식 부회장 퇴진설과 함께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던 인물이다.
고(故) 최종건 SK 창업주 셋째 아들이자 최태원 회장 사촌동생인 그는 2007년 SK케미칼 대표이사로 취임한 데 이어 2017년 중간 지주회사 SK디스커버리 대표로 SK의 케미칼, 바이오 사업을 맡아 이끌고 있다.
그동안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이 이끌어 왔는데 최창원 부회장의 이번 인사로 일각에서는 SK그룹의 사촌경영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수펙스는 그룹의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과 신규 사업 진출, 기업 인수합병(M&A)을 총괄하기 때문에 의장 자리는 ‘그룹 2인자’로 불리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최창원 부회장이 이사회 중심 경영과 그룹 고유의 ‘따로 또 같이’ 경영 문화를 발전시킬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최태원 회장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팀장 인사도 화제다.
최윤정 팀장은 증국 베이징 국제고를 거쳐 미국 시카고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후 시카고대 뇌과학연구소 연구원과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그는 이후 2017년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 전략팀에 선임 매니저(대리급)로 입사한 후 이번 인사에서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1월 전략투자팀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1년 만에 본부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이들 4인은 SK그룹을 재계 2위까지 끌어올리는 데 핵심 역할을 해온 이들이다. 특히 조대식 의장은 2014년부터 2년여간 최태원 회장의 경영공백을 메우고 그룹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이들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지만 계속 그룹 안에서 그동안 쌓아온 경륜과 경험을 통해 후배 경영인을 위한 조력자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조대식 의장은 SK㈜ 부회장으로 주요 관계사 파이낸셜스토리 실행력 향상과 글로벌 투자 전략 등 자문단 역할로 그룹 성장에 이바지한다.
장동현 부회장은 SK㈜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박경일 사장과 SK에코플랜트 각자 대표(부회장)를 맡는다. 장 부회장은 성공적 IPO(기업공개) 추진을 목표로 사업영역 고도화 등을 이끈다.
김준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경륜과 경험을 토대로 회사 성장과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호 부회장은 SK㈜ 부회장과 SK하이닉스 부회장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AI(인공지능) 얼라이언스(Alliance)를 주도하며 AI 인프라를 토대로 한 미래 성장동력 확충에 집중한다.
박 부회장의 대표이사 퇴진으로 SK하이닉스는 곽노정 사장이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갖춘다.
이처럼 SK가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한 것은 7년 만이다.
최태원 회장은 2016년 6월 열린 확대경영회의에서 ‘서든데스(Sudden death·돌연사)’를 처음 언급하고 그해 연말 50대 젊은 경영진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사를 실시했다. 조대식 의장 등 4인도 이 무렵에 기용됐다.
이번 인사도 최근 지속되는 글로벌 경제 복합 위기에서 그룹이 살아남고 또 쇄신을 하기 위해 최태원 회장이 다시 칼을 빼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 회장은 지난달 ‘SK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폐막 연설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고 확실하게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면서 서든데스 위험성을 경고했다.
각 계열사 인사에서도 최 회장의 이 같은 기조가 드러난다.
이날 이사회를 통해 △SK㈜ 사장에 장용호 SK실트론 사장 △SK이노베이션 사장에 박상규 SK엔무브 사장 △SK실트론 사장에 이용욱 SK㈜ 머티리얼즈 사장 △SK에너지 사장에 오종훈 SK에너지 P&M CIC 대표 △SK온 사장에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 등이 선임됐다. 이들은 모두 1964~1975년생 사이로 50대다. 이들 외에 SK그룹은 올해 신규 선임 임원이 총 82명이며 평균 연령이 만 48.5세다.
SK그룹 관계자는 “자연스럽게 이뤄진 큰 폭의 세대교체 인사는 각 계열사가 지정학적 위기와 국내외 경기침체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각 분야 최고 글로벌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전환점 구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관계자는 “발표 전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변화와 세대교체를 위한 인사로 보인다”며 “주요 대표이사들도 일선에서 떠날 뿐 부회장직을 유지하며 회사에 남아 경영에 관여한다는 점에선 변화와 함께 안정도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