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버틴다”…유통업계 ‘희망퇴직’ 단행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이른바 '3고' 한파에 유통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마침내 11번가를 비롯한 GS리테일, 롯데홈쇼핑 등 유통업계는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 들고 인력 감축을 통해 비용 줄이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지난달 27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대상은 만 35세 중 근속연수가 5년 이상인 직원들로, 신청 기간은 8일까지다. 희망퇴직 확정자는 4개월분 급여를 받게 된다. 11번가가 희망퇴직을 받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11번가 관계자는 "경기 침체 등으로 유통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와중에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살리기 위한 취지"라며 "이번 희망퇴직으로 11번가가 효율적인 조직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11번가가 강제 매각 위기에 놓이자 선제적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자회사 SK스퀘어는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11번가에 5000억원을 투자받으며 ‘5년 내 기업공개(IPO)’를 약속했다. 그러나 IPO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한 내 IPO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투자금 상환을 위해 큐텐과 지분 매각 협상을 추진했으나 이마저도 물거품이 됐다.
결국 투자금 상환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SK스퀘어는 29일 이사회를 열고 FI 지분을 다시 사들이는 방식의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FI는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까지 제3자에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인력 감축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11번가는 2025년까지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난해부터 수익성 개선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11번가의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910억원에 달한다.
GS리테일도 지난달까지 희망퇴직을 접수했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77년생 이상의 장기근속자다. 서비스를 종료한 GS프레시몰 관련 임직원도 포함됐다. GS리테일은 약 18개월치 이상의 급여와 학자금 지원 등을 회망퇴직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9월에는 TV 시청자 감소 등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롯데홈쇼핑 역시 희망퇴직을 받았다. 만 45세 이상 직원 중 근속연수 5년 이상 직원이 신청 대상자다. 희망퇴직자에게는 2년치 연봉과 재취업 지원금, 자녀 교육 지원금이 지급됐다.
이밖에도 위메프는 큐텐에 인수된 후 지난 5월 퇴사 때 특별 보상금을 주는 '이직 지원 제도'를 전 직원 대상으로 운영했다.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유통업계 내 난항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에도 소비 시장은 침체될 것으로 추정한다”며 “고물가·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며, 가계 가처분소득이 지지부진하다”며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 역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비용 절감에 집중하는 기업이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유통업계 내 인력을 감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내년 신규채용 역시 줄어들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며 “최대한 적은 인력으로 효율성 있게 운영해 보자는 분위기가 확산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