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3.11.30 10:45 ㅣ 수정 : 2023.11.30 10:45
한은 기준금리 연 3.50% 동결···올해만 7차례 연속 가계부채 우려에도 경기 둔화·내수 부진 고려한 듯 금리 정점 기대감 확산···대출금리는 언제 내려가나 채권금리 하락에 이미 내림세···상생금융 효과 대기 내년 은행 이익 떨어지나··“마진 개선 기대 제한적”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7차례 연속 동결한 가운데, 사실상 금리 인상 흐름이 끝났다는 기대가 나온다.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난 가계부채 우려는 잔존해있지만,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 등을 고려해 더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시장에선 앞으로 은행권 대출금리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각종 지표가 안정세를 보이는 데다 각 은행들의 상생금융 동참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다. 금리가 떨어지면 앞으로 은행들의 수익성도 둔화될 수밖에 없다.
■ 올해만 7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금리 정점’ 기대감 커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30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올 1월 연 3.25%에서 3.50%로 인상한 뒤 2·4·5·7·8·10·11월 내내 동결 결정을 내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가계부채는 1875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고강도 긴축을 통한 가계부채 억제 필요성은 여전하지만, 고금리로 인한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이 기준금리 동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가장 큰 기준금리 인상의 목적인 소비자물가는 지난 10월 기준 전년동월 대비 3.8%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11월은 소폭 둔화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이상기온과 국제유가 등 물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이란 관측이다.
시장에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역시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연 5.25~5.50%의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입장에선 한-미 금리 격차 부담을 조금은 덜 수 있는 상황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는 이제 종료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며 “한국은행이 가장 주시하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조차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기점으로 추가 인상에 대한 의지를 약화했기 때문에, 한국은행도 추가 인상 의지를 강하게 주장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 “내 대출금리는 언제 내려갈까”···급락보단 완만한 하락세 보일 듯
관심은 은행권 대출금리 향방이다. 그동안 누적된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대출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는데, 올 연말이나 내년 초부터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은행권 전망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24일 기준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연 3.86~6.00%로 집계됐다. 이들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 하단이 연 3%대로 내려온 건 지난 9월 말 이후 2개월 만이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 산정의 준거(기준)금리로 쓰이는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가 하락한 영향이다. 연준의 긴축이 종료될 것이란 기대감에 미 국채금리가 떨어지면서 은행채 5년물도 내려갔고, 주담대 금리 하락으로 이어졌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 하락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상품의 준거금리인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가 지난 10월 기준 3.82%로 전월 대비 0.15%포인트(p) 높아졌기 때문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과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에 따라 움직인다. 그동안 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 등을 올린 영향에 코픽스가 상승했지만, 최근 경쟁이 잠잠해지면서 코픽스도 조만간 하락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 압박에 은행들이 내놓을 상생금융 정책도 대출금리 하락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직 구체적 지원 대상이나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금융당국으로부터 ‘체감 가능한 수준’을 주문받은 만큼 대출금리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채권시장이 요동치지만 않는다면 대출금리가 오를 재료도 없다”며 “그동안 금리가 워낙 가파르게 올랐다보니 떨어질 일만 남았다고 보는 게 맞다. 다만 가계부채 문제 때문에 금리 조절로 대출 문턱을 올릴 수 있다는 건 변수로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이자 이익’으로 먹고 산 은행들, 금리 떨어지면 수익성 둔화 불가피
앞으로 시장금리가 하락 전환하면 은행권 수익성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은행들은 고금리에 따른 이자 이익 증대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해왔는데, 대출금리가 내려가면 이익 규모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동안 누적된 금리 상승 충격에 대비해야 하는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대출금리가 조금씩 내려간다고 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차주들의 상환 능력도 위협받을 수 있다.
은행은 자산 건전성이 악화되면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로 ‘방파제’를 쌓는데, 모두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돼 최종 순이익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다. 더 이상의 이자 이익 증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손비용 부담이 커질 경우 수익성은 둔화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출금리 측면에서 추가적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과 정치권에서 소상공인 등의 이자 비용에 대한 부담, 초과 이익 환수 등을 언급하는 등 사회적 역할에 대한 요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했을 때 플랫(Flat)한 수준 이상의 추가적인 마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