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매각 불발' 상상인, 금융위 상대 불복 소송…매각 협상력 저하 불가피
대주주적격성 충족명령 취소소송…주식처분명령 집행정지 신청도
8월 대법서 과징금‧징계 적법 판단 나온 만큼 승소 가능성 희박
우리금융과 매각 협상 결렬되면서 '시간벌기용'이라는 분석도
건전성 악화‧부동산PF 부실에 주식매각 시한까지 협상 불리해져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금융위원회로부터 저축은행 계열사 지분 매각 명령을 받은 상상인이 금융위를 상대로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상상인은 이달 27일 금융위를 상대로 대주주적격성유지요건 충족명령(이하 충족명령)과 주식처분명령(이하 처분명령) 취소 청구소송과 효력정지 신청을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효력정지 신청이 인용되면 판결이 나올 때까지 효력이 정지된다.
금융위는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인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2019년 신용한도를 넘겨 381억원의 불법 대출을 내줬다며 상상인에 15억2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신용공여 의무비율을 미준수하고도 허위 보고하고 대주주가 전환사채를 저가에 취득할 수 있도록 형식적으로 공매하는 등 위법행위를 적발해 유 대표에 대해 직무정지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상상인은 금융위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은 올해 5월 금융위 징계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금융위는 올해 8월 30일 2019년 징계의 후속조치로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 대해 충족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상상인이 충족명령을 이행하지 못하자 금융위는 상상인이 보유한 두 저축은행의 지분을 매각하라는 처분명령을 조치했다.
상상인의 이번 소송은 우리금융지주와의 매각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처분명령을 이행하기 위한 시간벌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대주주적격성 위반의 원인인 유 대표의 직무정지 징계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온 만큼 기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기한 내에 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더한다.
우리금융은 이달 20일 "그룹의 저축은행부문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인수를 검토했으나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양 측의 협상 과정에서 상상인저축은행의 건전성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규모가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인다.
상상인저축은행의 2분기 기준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4015억원이며 이 중 연체액은 567억원이다. 연체율은 14.12%로, 지난해 말 5.03% 대비 9.09%포인트(p)나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높은 상황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의 2분기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67%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8.57%p나 올랐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연체율은 11.05%로 업계 평균인 4.61%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다.
상상인은 이번 소송과 별개로 저축은행 매각 작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상상인 관계자는 "행정소송과 별개로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 대한 매각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의 징계적법 판결이 있었던 만큼 법원이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효력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매각 기한은 당초 처분명령대로 내년 4월 4일까지 매각을 완료해야 한다.
결국 법원의 판단이라는 기한을 두고 매각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상상인은 매각협상 과정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때문에 적정 가격에 비해 낮은 가격에 매각할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업권의 업황이 악화하면서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들의 인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악재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저축은행업계는 당기순손실 962억원을 기록하며 9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4%포인트(p) 상승했으며 기업대출 연체율은 2.9%p 상승해 여신건전성도 악화됐다.
저축은행업권의 업황 부진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됐음에도 여전히 조달부담이 심화하고 있고 부동산금융 부실,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악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황이 부진하면서 애큐온저축은행, 한화저축은행, 조은저축은행 등 매각을 추진 중인 저축은행들 모두 원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업계 7위권의 규모임에도 부동산PF와 건전성 등 문제로 매각이 좌절됐다"면서 "업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원매자를 찾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상상인의 소송 제기는 시간을 버는 것 외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높은 연체율, 매각 시한 등 협상 과정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돼 적정가에 팔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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