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설…저축은행 업계 '지각변동' 일어나나
우리금융, 인수 시 수도권 영업구역 확보 이점
영업구역 겹치는 상상인플러스저축銀은 제외 전망
우리금융저축銀, 합병 시 자산규모 30위→8위 '껑충'
높은 연체율‧업황 악화 등 걸림돌…'행정소송' 변수도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매각 명령을 받은 상상인저축은행‧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등 상상인그룹 계열 저축은행 인수에 나선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저축은행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다만 우리금융은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금융은 이미 충청권을 영업기반으로 하는 우리금융저축은행을 보유하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경기권을 영업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금융이 영업권이 겹치는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을 제외하고 상상인저축은행만을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올해 6월말 기준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자산은 1조6104억원으로 업계 30위에 해당한다.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 계열 저축은행과 비교하면 △신한저축은행 3조892억원 △KB저축은행 2조9055억원 △하나금융저축은행 2조8182억원으로 우리금융저축은행이 가장 적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자산 규모는 3조2991억원이다. 우리금융이 이를 인수하면 자산 규모는 4조9095억원으로 업계 7위인 애큐온저축은행(5조9969억원)에 이어 8위로 올라서게 된다.
자산규모뿐 아니라 수도권으로 권역을 넓힐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우리금융을 제외한 4대 금융의 저축은행은 모두 서울을 영업구역으로 한다. 수도권의 경우 비수도권에 비해 영업이 수월한 것으로 여겨진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인수 이점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자산규모는 1조5806억원으로 두 곳을 모두 인수하면 업계 내 순위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으나, 영업구역이 겹칠 뿐 아니라 두 곳을 모두 인수하기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두 저축은행을 모두 인수하기 위해 6000억~7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만을 인수한다면 비용은 3000억~3500억원 수준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 인수를 우선으로 고려 중인 우리금융으로서는 저축은행 인수에 큰 자금을 쏟아부을 이유가 없다.
다만 상상인저축은행의 높은 연체율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올해 6월 말까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와 관련해 4015억원의 대출을 내줬다. 이 가운데 14.12%인 567억원이 연체 중이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67%로 전년 같은 기간 2.13%와 비교해 8.57%포인트(p)나 상승했다.
총자산이익률(ROA)은 마이너스 0.56%로 전년 동기 2.93% 대비 3.49%p 하락했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마이너스 6.30%로 전년 같은 시기 21.39%에 비해 27.69%p나 감소했다.
여기에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저축은행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어 우리금융이 비용을 들여 저축은행을 인수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저축은행은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과의 금리 경쟁으로 조달비용이 확대된 가운데 법정 최고금리에 막혀 대출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상반기 18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상상인저축은행 역시 상반기 248억원의 순손실을 보였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저축은행 업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리금융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에 나선다면 실적이 좋지 않을 때 낮은 가격으로 인수할 기회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금융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와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매물이 나오면 당연히 검토는 하지만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와 관련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면서 "우선순위로 고려하고 있는 증권사나 보험사 인수도 적정한 매물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한다면 수도권으로 영업기반을 확장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면서도 "이미 저축은행을 보유하고 있어 인수에 나설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상상인저축은행이 금융당국의 명령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점도 변수다. 금융당국의 처분에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90일 이내에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상상인저축은행 관계자는 "처분명령 이행 또는 행정심판 제기 등을 모두 검토 중"이라며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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