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매물로 나오나…우리금융 인수 가능성도
금융위,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銀 '대주주적격성 충족 명령'
사실상 이행 불가해 강제매각 수순…'주식처분명령' 내릴 듯
우리금융저축銀 충청권 영업구역…인수 시 수도권 진출 가능
우리금융 "증권사가 1순위…저축은행 인수 검토되는 바 없어"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금융당국이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등 상상인그룹의 저축은행계열사 두 곳의 대주주적격성을 문제 해결을 요구한 가운데 매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에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수도권 저축은행을 보유하지 않은 우리금융지주가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4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정례회의에서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을 소유한 상상인에 대해 대주주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렸다. 상상인은 두 저축은행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상호저축은행법 제10조의6 제6항에 따르면 금융위는 대주주적격성 유지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대주주에 대해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유지조건 충족을 명할 수 있다.
금융위의 명령에 따라 상상인의 지분 23.33%를 보유한 대주주 유준원 대표는 2주 안에 대주주 자격 유지를 위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금융위의 이번 명령은 2019년 금융당국이 유 대표에게 내린 징계의 후속조치다. 당시 두 저축은행은 신용한도를 넘겨 381억원의 불법 대출을 내준 혐의로 과징금 15억2100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아울러 신용공여 의무 비율을 준수하지 못했음에도 거짓 보고하고, 대주주가 전환사채를 저가에 취득할 수 있도록 형식적으로 공매하는 등의 위법행위도 적발됐다. 이로 인해 유 대표는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유 대표는 금융위 결정에 불복해 과징금 취소 소송을 냈으나 올해 5월 대법원은 금융위의 처분이 적법했다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금융위의 이번 명령은 재무상태와 관련된 것이 아닌 당국의 처분에 대한 것이어서 사실상 이행이 불가능하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금융위로부터 강제매각 명령을 받게 된다. 금융당국은 유 대표에 대해 6개월 내로 대주주 보유 지분 10% 이내를 남기고 매각하는 '주식처분명령'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상상인이 금융위의 명령에 대해 집행정지 소송 등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지만, 대법원이 금융위의 징계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만큼 승소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소송을 진행한다면 매각 처리 시일이 늦어질 수는 있다.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두 곳이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이면서 누가 인수자로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자로는 우리금융지주가 꼽힌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이 충청도를 영업구역으로 하는 만큼 경기도를 영업구역으로 하는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한다면 지방과 비교해 고객 확보 등 영업이 더 수월한 수도권으로 영업망을 넓힐 수 있다.
상호저축은행법 제4조는 저축은행의 영업구역을 본점 소재지를 기준으로 △서울 △인천‧경기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강원 △광주‧전남‧전북‧제주 △대전‧세종‧충남‧충북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다만 합병 또는 계약이전을 받는 경우 해당 영업구역을 포함할 수 있다.
우리금융을 제외한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NH농협)의 저축은행 계열사는 모두 서울을 영업구역으로 하고 있다.
또 우리금융이 상상인의 저축은행 두 곳을 인수한다면 고객을 대거 확보할 수 있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우리금융저축은행의 거래고객 수는 14만9457명이다. NH저축은행 37만9437명, KB저축은행 37만9327명, 신한저축은행 36만4424명, 하나저축은행 28만5512명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다.
같은 시기 상상인저축은행의 거래고객은 16만3139명,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10만4868명으로 우리금융저축은행이 두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41만7464명으로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고객을 보유하게 된다.
다만 올해 2분기말 상상인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67%,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10.68%로 업계 평균인 5.61%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의 2.76%와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인수 이후 부실 위험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우리금융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두 곳 모두 재무상황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도권 영업구역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메리트가 크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은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인수에 대해 특별히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증권사 인수를 1순위로 검토하고 있고, 적정한 우량 보험사가 나온다면 검토할 것"이라며 "저축은행 인수는 검토되는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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