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현대차·HL홀딩스, 약 30조원 대 중고차 시장 공략 '가속페달'

남지완 기자 입력 : 2023.12.04 05:00 ㅣ 수정 : 2023.12.04 07:12

2022년 3월 중고차 매매업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배제... 대기업 진출 가능
현대차, 상품성 강화와 소비자-판매업자 간 정보 격차 해소에 초점 맞춰
HL홀딩스, 중고차 상품성 개선에 초점 두고 사업...판매 및 렌탈은 위탁
가성비 있는 중고차 물량 확보 앞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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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양산 중고차센터(왼쪽), HL홀딩스 화성 중고차센터 [사진=각 사 홍보팀]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약 30조원대에 이르는 국내 중고차 시장을 잡아라'

 

현대자동차·HL홀딩스(옛 한라홀딩스) 등 한국을 대표하는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솔루션 업체가 수 십 년 간 무주공산이었던 중고차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그동안 중고차 매매업은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이 뛰어들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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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과 HL홀딩스의 중고차 사업 현황 [사진=뉴스투데이]

 

그러나  지난해 3월 중소기업청(중기부) 심의위원회는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를 비롯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문이 활짝 열렸다.

 

반대 의견이 없었던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일자리가 위협받는다는 목소리도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기업이 진출해 그동안 '레몬마켓(Lemon market)'으로 불린 중고차 시장이 한층 선진화 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레몬마켓은 쓸모없는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을 말한다. 즉, 소비자가 제품 품질을 정확히 알수 없어 불량 제품이 넘치는 시장을 뜻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대기업은 분기마다 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이를 통해 사업의 투명성과 수익성을 일반인에게 공개해야 한다.

 

현대차와 HL홀딩스 등 대기업의 참여로 이와 같은 시스템이 도입되면 중고차 시장의 정보 투명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는 데에는 중고차 시장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사업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나증권의 중고차 산업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시장은 현재 28조원에 이르고 2024년에는 거래 대수가 260만 대를 초과해 29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진투자증권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유진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연간 약 27~29조원에 이른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완성차 기업(현대차)은 중고차 판매 진출을 통한 수익이 주 목적이 아니다"라며 "중고차 판매 가격을 조정해 신차 판매를 더욱 쉽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창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입해 중고차 수출 시장, 중고차 유통망 개선 등 사업 기회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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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네시스 인증중고차 앱의 하이랩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중고차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 [사진=현대/제네시스 인증중고차 앱 캡처]

 

■ 현대차, 중고차 품질 개선 전문화·투명한 매매정보 제공 

 

현대차는 올해 10월 ‘현대/제네시스 인증중고차’ 사업을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현대·제네시스 인증중고차 앱'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는 ‘상품화’ 과정을 거쳐 품질 인증이 끝난 인증중고차를 주력으로 본격적인 판매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가 직접 상품화를 담당한다는 점이 기존 중고차 판매업자와 차별화된 포인트다.

 

현대차는 상품화를 위해 자사가 보유한 제조 및 서비스 기술을 활용해 ‘인증중고차센터 입고점검, 정밀진단(차량 선별), 품질개선(판금·도장 등), 최종점검, 품질인증, 배송 전 출고점검, 출고세차’ 등 7단계에 걸친 ‘상품화 프로세스’를 마련했다.

 

이 같은 시스템은 경상남도 양산시 3만1574m2(약 9550평) 부지에 조성된 인증중고차센터에서 진행된다.

 

상품화센터 입고점검 후 진행하는 정밀진단은 차량 외관과 실내는 물론 주행성능, 엔진룸, 타이어 등에 현대차 272개 항목, 제네시스 287개 항목에 걸쳐 진행되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 스마트 진단 장비가 사용된다.

 

정밀진단 결과에 따라 기능 정비와 판금·도장 등 품질개선이 이뤄지며 수리과정에서 사용되는 부품 역시 신차와 동일하게 현대차가 인증한 부품만 투입된다.

 

이후 최종 점검을 추가 진행하는 등 모든 검사 항목을 통과한 차량에만 공식 인증 마크 '현대차 인증(Hyundai Certified)', '제네시스 인증(Genesis Certified)'을 부여한다.

 

공식 품질인증이 끝난 차량은 상세한 점검리포트가 발행되며 점검리포트는 모바일 앱 및 웹을 통해 고객에게 투명하게 제공한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투명한 매매 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해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하이랩’을 운영한다. 이 서비스는 현대·제네시스 인증중고차 앱 내부 매뉴에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아직까지 많은 소비자들이 중고차 시장을 외면하는 것은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정보의 비대칭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이와 같은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대차는 다양한 출처의 중고차 관련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후 종합해 이를 보여주는 하이랩을 통해 고객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하이랩에는 △중고차 성능·상태 통합 이력(history)뿐만 아니라 △국산·수입차 전모델 현재 시세 및 추이 △실거래 대수 통계를 통해 브랜드별·성별·연령별·지역별·가격대별·연료타입별 등 다양한 카테고리별 인기 모델 순위도 제시해 최신 중고차시장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으며 △중고차 거래 가이드 등도 제공한다.  

 

특히 ‘중고차 성능·상태 통합 이력’은 현대차가 자체 보유한 정기 점검 및 수리 이력은 물론 국토교통부와 보험개발원 등 공공데이터까지 활용해 분산돼 있던 다양한 차량 이력 정보를 고객이 편리하게 조회할 수 있도록 통합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매하려는 중고차 기본 정보는 물론 △전손, 도난, 침수 등 특수사고 및 보험사고 이력 △중고차 성능점검 및 자동차검사 이력 △정비 이력 △리콜 이력 등 차량의 현재 성능·상태와 이력을 한 눈에 조회할 수 있으며 △정상매물 여부까지 확인해 허위·미끼 매물을 파악할 수 있다.

 

■ HL홀딩스, 중고차 상품화에 중점...판매·렌탈 등은 다른 업체에 맡겨

 

HL홀딩스도 현대차와 유사한 상품화 시스템을 구축해 중고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다만 HL홀딩스는 상품화된 중고차를 직접 판매하지 않고 위탁 판매 방식을 추진한다. 

 

HL홀딩스는 이달 중순 경기도 화성시 3만m2(약 9075평) 부지에 '플릿온(Fleet-ON) 센터'를 열어 중고차 상품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플릿온 센터는 △차량 점검 △진단 △복원 △인증 △판매’로 이뤄지는 원스톱 5단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고차 상품화를 위해 플릿온 센터는 자체 진단, 인증 검사장 구축을 완료했다.

 

특히 이 센터는 2024년에 영상인식 AI(인공지능) 검사 장비를 도입해 보다 첨단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차량 외관, 하부, 타이어, 판금 상태 등을 단 10초 만에 진단할 수 있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중고차 서비스 외에 자동차 재렌탈 중개, 위탁판매 지원 서비스도 플릿온 센터의 주요 사업 영역이다.

 

HL홀딩스 관계자는 “중고차 서비스 상품화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중고차 판매, 렌탈 사업을 하지 않고 롯데렌탈, 박차컴퍼니, 카카오모빌리티 등에 중고차 판매·렌탈 등을 맡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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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 최신 모델(20∼23년)은 중고차 물량이 있는 상황이나 구형 모델(17∼20년)은 물량이 없는 상황이다. [사진=현대/제네시스 인증중고차 앱 캡처]

 

■ 구형 모델 거의 없어 '가성비 매매' 어려워...양질의 차량 확대 숙제로 남아

 

현대차가 중고차 품질 개선과 투명한 매매에 앞장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중고차 시장 영향력은 그다지 크지 않은 편이다. 게다가 중고차 사업 개시를 밝힌 후 최근 한 달 간 판매량을 공개하지도 않았다.

 

특히 일반 소비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자동차 연식의 경우 '오래됐지만 가성비가 있는 차량'이 거의 매물로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다.

 

지난 11월말 기준 현대·제네시스 인증중고차 앱에 따르면 아반떼, 쏘나타 등을 비롯해 대부분 판매되는 차량 가운데 2019년 이전에 생산된 차량은 거의 판매되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2020~2023년에 생산된 차량은 다수 판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품질 좋은 차량을 판매하겠다는 현대차 계획은 제대로 진행되는 모습"이라며 "그러나 일반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가성비 차량에 대한 물량은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소비자들이 중고차 시장에 어느 정도 관심을 보이는 것은 연식이 오래 됐지만 쓸 만한 품질의 차량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기 위해서다"라며 "그러나 현대차가 아직까지 소비자들의 이러한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판매 중인 중고차 물량도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11월말 기준 현대·제네시스 인증중고차 앱에 따르면 현대차의 중고차 물량은 266대이며 제네시스는 154대에 불과하다.  이는 다른 중고차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물량의 10%에도 못 미친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는 중고차 주행 이력 5년, 주행거리 10만km 이내 현대차, 제네시스 차량을 한정 매입한다”며 "품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무작정 중고차 물량을 늘리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10월 말 중고차 매매 플랫폼을 출범한 후 본격적으로 중고차 물량을 확보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물량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서비스를 추진 중이니 지켜봐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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