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 KOREA 파행 논란 (6)끝] K방산 키워온 글로벌 방산전시회 무산 위기 봉착...킨텍스, 눈치보기 대신 책임있는 결정 내려야
남지완 기자 입력 : 2023.11.23 17:07 ㅣ 수정 : 2023.11.23 17:45
디펜스엑스포와 육군협회 간의 법적 분쟁 장기화로 글로벌 방산 전시회 무산 위기 킨텍스 이재율 대표이사, 기계적 중립에서 탈피해 한국방산업계 발전을 위한 결정 내려야 전시회 참여를 준비중인 방산기업의 선호도와 국제인증 여부 등을 중요 기준으로 삼아야
DX KOREA(대한민국방위산업전)’가 파행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육군협회가 주최하고 ‘디펜스엑스포’가 주관해온 이 행사는 지난 10년 동안 K-방산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려온 국내 대표적인 방산전시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올해 육군협회가 돌연 국내 1위 전시기업인 ‘메쎄이상’으로 주관사를 교체하고 전시회 명칭을 ‘KADEX’로 바꾸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내년도 방산전시회의 정상 개최를 위해 이해당사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사태의 전모를 알아보고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지난 10년 동안 K방산 브랜드를 키우는 데 기여해온 DX KOREA(대한민국방위산업전)’가 좌초 위기에 처했다. 기존의 DX KOREA를 주최해 온 육군협회가 KADEX라는 새로운 전시회를 추진하고 디펜스엑스포가 DX KOREA 브랜드를 살려서 전시회를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섬에 따라 킨텍스가 전시회장 대관을 유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킨텍스 측은 DX KOREA와 KADEX가 유사 전시회이기 때문에 둘 중 하나만 전시회장 대관을 해줄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측은 현재 소송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조기에 결론이 날 수 없다. 킨텍스가 국가경제와 한국방위산업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주체적인 판단을 내려서 양측 중 어느 한쪽의 전시회에 대관을 해주는 정책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킨텍스가 육군협회와 디펜스엑스포 측에 책임을 미루면서 전시회 대관을 지연시킬 경우 DX KOREA는 내년에 개최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DX KOREA가 무산되는 것은 국가경제적으로 큰 손실이라는 게 방산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따라서 킨텍스의 이재율 대표이사가 기계적 중립에서 탈피해 DX KOREA와 KADEX 중 어느 전시회가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K방산의 가치를 부각시키는 데 유용한지에 대해 책임있는 판단을 내려서 이달 말까지는 대관을 결정해야 한다는 게 전시회 참여를 준비하고 있는 국내 방산기업들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킨텍스는 글로벌 방산전시회에 참여하려는 국내 방산기업들의 '선호도'와 효율적인 정부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국제인증 전시회' 여부 등과 같은 두 가지 기준을 판단의 잣대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양측이 분쟁 중이므로 킨텍스는 누구도 편들지 않겠다는 태도는 무책임한 면피주의에 불과하고, 결과적으로 K방산 전시회를 무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 전시회 국제인증= 디펜스엑스포는 DX KOREA 전시회 국제인증 보유... 육군협회, KADEX에 대한 국제인증 보유 여부에 대해 답변하지 않아
첫 번째 변수인 전시회에 대한 국제인증을 DX KOREA는 보유하고 있다. 뉴스투데이가 입수한 인증서에 따르면 주최기관은 육군협회가 아니라 디펜스엑스포로 명기돼 있다.
박춘종 IDK 대표는 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DX KOREA는 그간 여러 번의 개최를 거치면서 ‘국제인증 전시회’로 거듭났다”며 “국제인증 전시회라는 인증서를 보유했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인데 KADEX의 새로운 주관사로 선정된 메쎄이상은 이 같은 자격 요소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국제인증 전시회 자격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동일 분야 전시회에서 2회 이상 개최한 실적이 동반돼야 한다”며 “당사는 이미 수차례 방산전시회를 진행하면서 국제인증 전시회 인증서를 확보했고, 이를 토대로 지속적으로 방산전시회 규모를 확장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국제인증 전시회 자격을 보유해야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수출바우처사업 - 전시회 참가지원사업’의 대상으로 인정돼 참가업체의 참가비 지원이 가능하다”며 “이와 함께 주한외국공관, KOTRA 해외무역관,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 중화권협단체 등 국내외 유관기관 및 해외 바이어 등에 인증전시회 홍보 협력 요청 또한 원활히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메쎄이상은 방산 분야 전시회를 여러번 개최한 업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국제인증 전시회 자격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어떻게 전시회를 진행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국제인증 전시회 인증서에 따르면 '주최기관 : 디펜스엑스포(IDK)' 이름으로 인증서가 발급됐다"면서 "전시회에 대한 실질적인 주최사는 IDK이며 육군협회는 간판으로서의 역할 만을 수행해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안에 관해 메쎄이상 관계자는 “국제인증 전시회 여부는 주관사의 업무가 아니라 주최사의 자격여부에 달려 있다”며 “메쎄이상은 주최사가 아니라 주관사다. 국제인증전시회 신청 및 자격은 전시를 주최하는 육군협회의 일이다”고 설명했다.
또 메쎄이상 관계자는 “육군협회는 방산전시회를 지난 10년 동안 ‘DX KOREA’라는 명의로 계속 주최해 왔고 2024년부터는 ‘KADEX’라는 명칭으로 변경해 방산전시회를 여는 것이기 때문에 국제인증전시회 자격을 얻는데 문제없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전시회 인증제도는 ‘전시회’를 인증하는 것이지, 전시회를 실제로 준비하는 주관사나 대행사를 인증하는 제도가 아니다”며 “육군협회는 지난 10년 동안 방위산업전시회를 지속적으로 주최해 왔으므로 설령 주관사를 변경한다고 하더라도 전시회 인증에는 아무런 차질이 없다”고 강조했다.
뉴스투데이는 이 같은 메쎄이상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육군협회 측에 국제인증 전시회 자격 여부 등을 문의했다. 세 차례 육군협회에 통화를 시도하고 카카오톡으로도 관련 사실에 대한 자료 요청을 했으나 육군협회 측은 답변하지 않았다.
메쎄이상은 KADEX가 DX KOREA 명칭을 변경한 동일 전시회라고 설명했으나, 육군협회 측은 디펜스엑스포와의 민사소송에서 KADEX는 DX KOREA와 무관한 별도의 전시회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따라서 KADEX에 대한 국제인증을 육군협회가 별도로 갖고 있지 않다면 KADEX는 국제인증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 지원 등을 이끌어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2년에 한번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최되는 방산전시회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의 수많은 기업 및 군 관계자들이 참가하는 초대형 전시회다. 이에 따라 방산업계에 종사하는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들 역시 해당 전시회에 참가해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영 전략이다.
다만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중견기업들이 국제인증 전시회 자격 없이 개최되는 전시회에 참가하려면 각종 참가비 지원 혜택을 누리기가 힘들 것으로 예상되기에 상당한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파악된다.
■ 방산기업들의 선호도= 방사청 수요조사에 응한 34개 기업 중 DX KOREA는 26 곳, KADEX는 8곳이 각각 선택
둘째 변수는 방산기업들의 선호도이다. KADEX와 DX KOREA 중 어느 전시회를 선택할 것인지가 킨텍스의 결정기준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 방산업계의 규모는 최근 2~3년 새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이에 전세계 기업 및 군 관계자들은 뛰어난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을 모두 사로잡은 한국 방산업체들의 제품에 지속적인 관심을 표출하고 있다.
결국 한국 방산업계가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기업들의 의사가 필히 존중돼야 한다. 또 기업들이 전세계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무대(방산전시회)를 철두철미하게 준비해야 한다.
뉴스투데이가 국회 국방위원인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로부터 제공 받은 ‘국고보조금 방산전시회에 대한 수요조사’에 따르면 방위사업청(방사청) 수요조사에 응한 기업은 총 34개사다. 대기업 8개사, 중소기업 26개사 등이다.
이 가운데 DX KOREA와 KADEX에 모두 참가한다고 밝힌 기업은 대기업 1개사, 중소기업 4개사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DX KOREA에 대한 수요를 밝힌 기업은 총 26개사며, 대기업이 6곳, 중소기업이 20곳이다. KADEX에 대한 수요를 밝힌 기업은 대기업 2곳, 중소기업 6곳이다.
DX KOREA와 KADEX의 수요 참여를 총 비율로 살펴보면 26대 8이다. 배진교 의원실은 “방산전시회는 공적 예산이 들어가는 전시회기 때문에 국방부 등을 통한 공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은 이익을 극대화하는 행위를 통해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방산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방산기업들이 전시회 참여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글로벌 방산전시회가 열리도록 도와주는 게 관련 정부부처와 킨텍스의 의무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