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 KOREA 파행 논란 (3)] 한기호 국방위원장, 사실상 권오성 육군협회 회장을 질책한 까닭은..."돈벌이하다 소송당하고 불명예스러운 짓 해"
남지완 기자 입력 : 2023.10.26 15:31 ㅣ 수정 : 2023.10.28 10:21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육군협회의 방산전시회 주최 문제점 비판 한기호 위원장, "제가 업체들에게 전화를 받고 있다. 육군협회가 돈 남겨 장사하고 있어서 문제" 배진교 의원, "육군협회가 주관사(IDK)에게 10년간 10억 받아, 신규업체 공모과정에서 밀려난 IDK가 소송 걸어" 권오성 회장에게 질의했으나 응답하지 않아...육군협회 관계자는 입장 표명 약속 지키지 않아
‘DX KOREA(대한민국방위산업전)’가 파행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육군협회가 주최하고 ‘디펜스엑스포’가 주관해온 이 행사는 지난 10년 동안 K-방산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려온 국내 대표적인 방산전시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올해 육군협회가 돌연 국내 1위 전시기업인 ‘메쎄이상’으로 주관사를 교체하고 전시회 명칭을 ‘KADEX’로 바꾸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내년도 방산전시회의 정상 개최를 위해 이해당사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사태의 전모를 알아보고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지난 18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기호(국민의힘) 국방위원장과 배진교(정의당) 의원이 육군협회가 글로벌 방산전시회를 개최하면서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해 그 이유가 주목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육군협회가 '돈벌이' 하다가 육군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배 의원은 육군협회가 10년 동안 파트너격인 주관사에게 10억원을 지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신규업체를 공모하면서 배제한 사실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 국회 국방위원장이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후배인 육군협회 회장을 겨냥해 질타한 것은 이례적 사건
지난 10여년 동안 '육군협회'는 '대한민국방위산업전시회(DX KOREA)' 주최를 맡았으며 민간 기업인 '디펜스엑스포(IDK)'는 주관을 담당했다. 육군협회가 DX KOREA 주최를 맡은 것은 IDK의 요청에 의한 것이다. 그런데 육군협회가 내년 개최되는 방산전시회의 명칭을 'KADEX'로 바꾸고 주관사 역시 또 다른 민간 기업인 '메쎄이상'으로 변경하면서 IDK-육군협회-메쎄이상 간의 갈등이 격화됐다. 결국 IDK는 기존 전시회인 DX KOREA를, 육군협회는 신규 전시회인 KADEX를 내년에 개최하는 방안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한 위원장이 "육군협회가 돈벌이하다 소송까지 당하고 이러면, 이게 얼마나 불명예스러운 짓이냐. 부끄러운 줄 알아야한다"고 비판한 것은 사실상 권오성 육군협회 회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IDK와의 갈등 과정에서 소송을 당한 것은 육군협회가 아니라 권 회장 개인이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육사 31기이고 육군참모총장 출신인 권 회장은 육사 34기이다. 국방위원장이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육사 후배를 질타한 것은 이례적인 사건이다.
■ 한기호 국방위원장, 육군협회의 방산전시회에 대해 육군이 협조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 표명 / IDK에 소송을 당한 당사자는 육군협회가 아니라 권오성 회장 개인
이날 열린 국감서 한 위원장은 엄동환(육사 44기) 방위사업청장에게 “KADEX가 정부에서는 누가 하는 거냐”고 질의하자 엄 청장은 “아직 KADEX라는 명칭과 어떻게 전시회를 꾸려나갈지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다. 아직 실체를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어 한 위원장은 “그러면 육군협회가 자체행사로 하는 거냐”고 묻자 엄 청장은 “육군협회가 중심이 돼서 육군이 협조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육군협회의 방산전시회 개최에 대해) 육군본부가 협조를 안 해줘도 되는 거냐”는 질의에 “(육군이)협조를 해줘야 된다는 구체적인 협약 등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한 위원장은 “제가 (방산)업체들에게서 계속 전화를 받고 있다. (이는) 육군협회가 장사하고 있다는 거다. 돈 남겨 장사하고 있어서 문제라는 것”이라며 “이래서 자꾸 문제가 되는 것이고 그렇다면 (육군이) 협조해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이 육군협회 주최의 방산전시회에 육군 등이 협조해주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국감장에서 표명한 것이다.
이어 한 위원장은 “(육군협회에 속해 있는) 예비역들이 모여서 돈벌이 하는 거냐. 제가 육군(육사 31기) 출신이라서 이 질의가 방송에 나가면 수도 없이 항의를 받겠지만, 그러나 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안된다. 육군 총장도 마찬가지다”고 언급했다.
한 위원장은 “(육군참모총장과 방사청장이) 육군협회에 계신 분들의 후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까지 왔는지 모르겠지만, 공식적으로 이렇게 진행돼선 안된다”며 “소송까지 당하고 이러면, 이게 얼마나 불명예스러운 짓이냐. 부끄러운 줄 알아야한다”고 질타했다. 한 위원장이 불명예의 핵심적 근거로 제시한 소송 당한 주체는 누구일까. 한 위원장은 그 주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외견상 육군협회를 의미하지만, 구체적으로 총책임자인 권오성 육군협회 회장을 지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IDK 박춘종 대표는 "육군협회가 DX KOREA가 KADEX로 전시회 명칭이 변경됐다고 안내하는 등 주관사 IDK의 전시사업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있다"면서 "권오성 회장 개인을 형사고소를 했다. 전직 육군총장이 피소돼 경찰에 출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한 위원장은 소송당한 주체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권오성 회장을 겨냥해 "소송을 당하는 등 불명예스러운 짓을 하고 있고,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질책한 것으로 풀이된다.
■ 배진교 의원, “공적 기관이 아닌 육군협회 주최 방산전시회에 공적인 지원금과 인력을 지원하는 게 문제”
배 의원은 공적인 자금과 인력이 상당한 규모로 투입되는 방산전시회를 공적 기관이 아닌 육군협회가 주최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배 의원은 “방산전시회 참여 중소·중견기업에 업체별로 500만원씩, 육군은 매년 3억원의 예산과 전차 등 각종 무기, 군병력 1200여명을 지원했다. 1인당 10만원만 계산해도 12억원이다”고 추정했다.
배 의원은 “이렇게 국고가 지원되는 방산전시회를 둘러싸고 최근 소송전이 벌어졌다.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이에 엄 청장은 “DX KOREA라는 명칭과 세부 계약조건을 둘러싸고 주최사(육군협회)와 주관사(IDK) 간에 이견이 있는 것 같다”며 “두 행사(DX KOREA와 KADEX) 모두를 내년 국고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배 의원은 “공군의 ADEX, 해군의 MADEX 전시회는 한 단체가 독점해서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그동안 육군협회가 주최사가 되면서 주관사(IDK)에게 지난 10년 간 10억원 정도를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2022년에는 군수산업연합회(군산연)와 IDK로부터 각각 1억5000만원을 받아 총 3억원을 수령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배 의원은 “소송이 발생한 이유는, 지난 10년 간 IDK가 주관을 맡았는데, 이 업체(IDK)를 밀어내고 신규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공모 기준을 신규 업체(메쎄이상)에 맞춰서 진행했기에, IDK가 소송을 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IDK는 지난해 육군협회에 2억원을 지원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육군협회가 지난해 두 민간기업에게 받은 지원금은 3억5000만원인 셈이다.
이에 대해 엄 청장은 “세부적인 내용은 잘 모른다. 이는 협회와 업체의 관계이기 때문에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고 배 의원은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배 의원은 “육군협회가 육군 전체 및 방위산업을 대표하는 단체도 아닌데, 이 단체가 주최사로서 지난 10년 간 이렇게까지 수익 창출을 하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며 “소송이 제기된 만큼, 공적으로 봐도 (방산전시회 개최에) 국가 자금, 지원금 등이 지원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폭적인 지원을 공적 기관이 아닌 육군협회에 몰아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배진교 의원실 관계자,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적 자금이 들어가면 공적 기관이 합당한 역할을 해야” 강조 / "방사청이 책임지고 주관사 공모하는 게 해결책"
뉴스투데이는 지난 25일 배 의원이 언급한 육군협회의 역할 그리고 바람직한 전시회 운영 방안에 대해 배 의원실에 질의했다. 배 의원실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핵심은, 공적 자금이 들어갔으면 공적 기관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가장 포인트다”며 “(전시회 개최에) 세금이 들어가고 병사들의 노고도 들어가는데 육군, 방사청이 아무것도 개입을 하지 않고 있다면 그 자체로도 문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군(해군, 공군 등) 같은 경우는 협회와 관계를 맺으면서 여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육군협회 같은 경우는 예비역 출신이기는 하나 방위산업 전문가는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이는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방위산업 전문가가 아닌데 무슨 방산 전시회를 하냐. 그 자체도 말이 안된다. 그리고 육군협회는 공적 기관이 아니지 않느냐. 그런데 육군협회가 (방산전시회를) 독점하고 있는 것도, 어떤 근거로 독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결국 우리의 입장은 방사청이 (방산전시회 관리를) 하라는 거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우리가 봤을 때 가장 좋은 대안은 방사청이 주최를 하고 주관사를 공고해 진행하는 것이다. 이러면 주관사에 대한 논란도 없을 것이고 그 다음에 공적 자금이 들어간 것에 대한 책임도 확실해 질 것이다. 그래서 방사청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주관사가 어떤 기업 또는 어떤 협회가 되든 이 주관사에 대한 공모는 방사청이 책임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 같은 한 위원장과 배 의원의 주장에 대한 육군협회의 입장을 밝혀줄 것을 지난 24일 권오성 회장에게 요청했다. 권 회장이 육군협회를 책임지는 수장일뿐만 아니라 IDK가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 회장은 기자의 카카오톡을 읽었지만 응답하지는 않았다.
대신에 24일 오후 육군협회 관계자가 "육군협회는 25일 오후 3시까지 답변을 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25일 오후 통화에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고 “직접 육군협회를 찾아오면 숨김없이 밝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