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우 기자 입력 : 2023.11.13 09:32 ㅣ 수정 : 2023.11.13 09:34
‘박지모’ 회원들, 애널리스트 붙잡고 “매국노냐” 비난 에코프로 ‘매도’ 보고서에 항의 봇물…“대응 안할 것” 애널리스트 이탈세 가속화…객관성 강화 필요한 시점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최근 여의도의 한 증권사 앞에서 개인투자자들이 항의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한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소위 ‘집단 린치’를 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해당 개인투자자들은 이차전지 종목에 주로 투자한 인터넷 카페 ‘박지모’(박순혁을 지키는 모임) 회원들이었고, 이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애널리스트는 이달 에코프로(086520)에 대해 ‘매도’ 보고서를 낸 한 증권사의 연구원이다.
당시 박지모 회원들은 해당 애널리스트에게 “매국노냐”거나 “돈을 받았냐”, “네가 뭔데” 등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며 가방을 붙잡거나 보행로를 막는 등 수위 높은 항의를 이어갔다.
지난 8일 해당 연구원은 ‘인기투표와 저울’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에코프로의 목표주가를 기존 55만5000원에서 42만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하고, 투자 의견 ‘매도’를 유지했다.
에코프로는 이달 6일 공매도 전면 금지에 힘입어 직전 거래일 종가(3일, 63만7000원) 대비 상한가인 82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이어진 7일에도 3%대 오르며 마감한 바 있다. 그동안 공매도의 주요 타깃이 된 이차전지주의 투자심리가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에 힘입어 되살아난 것이다.
하지만 에코프로는 공교롭게도 항의를 받은 연구원이 보고서를 발표한 지난 8일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해 상승 폭을 줄이며 지난 10일 공매도 금지 전 종가보다 약 7% 높은 수준인 68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해당 연구원은 지난 4월 에코프로에 대해 처음 매도 의견을 냈는데, 당시에도 이차전지 투자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소속 증권사에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금융감독원에서 관련 민원에 다수 접수되면서 연구원이 금감원의 조사를 받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에코프로는 연초부터 급등세를 이어가 지난 8월까지 1000%를 훌쩍 넘기는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 이달 10일 기준으로도 지난해 말보다 거의 600%가량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같은 주가 수준에서는 매도를 고려할 만하다고 여겨지지 않는가. 증권사와 애널리스트가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는 것이 더욱 직업 윤리 의식이 없는 것 아닌가.
앞서 올해 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국내 증권사의 대표들을 만나 리서치 보고서의 ‘매수 쏠림’ 관행을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국내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 비중은 0.02% 수준으로, 사실상 시장에서는 보유나 중립이 매도로 여겨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연구원들이 실질적으로 매도 의견 등 부정적인 리포트를 냈다간 이번 에코프로 사례처럼 공격당하기에 십상인 상황에서 누가 용기를 낼 수 있겠는가.
금융당국도 깜짝 공매도 금지 발표를 이어가는 등 개인들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일개 연구원이 종목과 산업군에 대한 분석에 있어 객관성과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
게다가 법인 영업도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애널리스트는 개미와 기관 두 투자주체의 눈치를 살펴야만 하는 상황이다.
최근 ‘증권가의 꽃’이라 불리던 애널리스트들의 이탈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 선진국 도약을 위한 일환으로 이들의 중립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