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빙그레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이하 소협)가 원유가 상승에 따른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 인상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0월30일 소협은 원유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에 원유 인상을 이유로 빙그레가 아이스크림 제품의 가격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빙그레가 "원유 뿐 아니라 부수적인 제료 등의 비용 상승으로 가격을 인상한 것"이라 반박했다.
1일 소협에 따르면, 국내 원유 1L당 가격은 올해 2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2% 상승했다. 이에 비해 빙그레 '메로나'의 가격 상승률은 같은 기간 24.3%나 올랐다. 원유 가격 상승 대비 아이스크림 인상 폭이 크다는 주장이다.
■ 원료인 탈지분유 값은 하락했는데, '메로나'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빙그레 아이스크림 제품 중 국내산 원유를 원재료로 하는 제품은 '투게더 바닐라맛' 하나 뿐이며 '메로나'는 수입산 혼합탈지분유를 사용하고 있다. 소협은 "원유를 사용하지 않아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빙그레는 원재료 가격 인상을 이유로 아이스크림 가격을 올리는 근거로 삼았다"라고 지적했다.
수입산 탈지분유는 지난해 9월 평균 가격보다 올해 같은 기간 미국산 분유는 25.3%, EU산은 2.4% 각각 하락했다. 원유가 인상에 따라 제품 가격이 올랐다면, 탈지분유 부담이 경감되었으므로 메로나의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소협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아이스크림의 주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상승했을 때 이를 빌미로 원유를 사용하지 않는 메로나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빙그레는 원유가 상승 전인 지난 2월에 메로나 가격 인상을 밝혔는데, 8개월 지난 시점에 가격 인상을 두고 대립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원유는 통계청 조사에 따라 원유생산비에 근거하는 '원유가격 연동제'에 따라 매년 8월 가격이 결정된다. 빙그레는 메로나 인상이 2월이고 당해 원유가는 8월에 결정되니, 메로나는 원유 때문에 인상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소비자 가격이 원재료만 고려해 책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반박의 근거로 들었다.
빙그레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탈지분유 가격이 인하한 상황만 본다면 소협의 주장은 이해가 되나, 메로나는 원재료 값 뿐만 아니라 나무바와 인건비·포장비닐·전기세·냉동 보관창고·물류비 등 소비자에게 유통되기까지 부수적인 모든 비용을 고려해 인상된 것"이라 말했다.
그는 이어 "원유가와 소비자 가격 상승을 단편적으로 연결지을 수 없고, 원재료라는 작은 부분만 보고 가격을 논하는 건 이를 확대 해석한 것"이라 강조했다.
■ 공정위에 가격 담함 고발당했는데, 아이스크림 가격 여러번 올리는 것은 '소비자 우롱'
또한 소협은 빙그레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가격 담합으로 검찰 고발당한 사례도 거론했다.
지난해 공정위는 지난 2016년 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의 기간 중 5개 빙과류 제조사와 3개 유통사가 아이스크림 가격 상승에 담합한 사실을 적발했다. 공정위는 이들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350억4500만원을 부과하고 빙그레와 롯데웰푸드를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지난 2007년 "콘류 제품 가격 담합에 이어 재차 발생한 담합으로 국민 가계 부담을 가중시켰다"며 먹거리 분야 담합 감시를 강화에 나선 바 있다.
소협은 "가격 담합이 적발된 이후에도 빙그레가 6~7번의 가격을 인상을 보이는건 소비자를 배려하지 않고 우롱하는 처사"라며 "원유가 인상이 이유가 아니더라도, 가격 담합을 지적받고도 인상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빙그레는 "공정위 고발로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어 구체적인 조사 상황을 말하긴 어렵다"라며 "소비자들은 가격 인상에 민감한데 현재 여러 먹거리 물가가 올라 소비자 심리가 불편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협은 11월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가격 동향을 주시할 예정이다. 매달 100명의 조사원이 대형마트와 백화점, 일반 슈퍼마켁 등 서울과 경기 지역 420곳의 유통 현장에 직접 나가 살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