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완 기자 입력 : 2023.08.29 22:21 ㅣ 수정 : 2023.08.30 09:41
방위사업청·창원대학교·LIG넥스원·HD현대중공업, 방산업계 인력 육성 현황 공개 방산업계 인력 이탈 이유에 대한 상세한 분석 이어져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대한민국의 방위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문성을 갖춘 인재 확보와 양성이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위산업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 등 공적 지원은 물론 기업과 학계 등 다각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뉴스투데이와 한국안보협업연구소는 29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산-학-관 관계자들과 함께 ‘방산 전문인력 수급 진단 및 대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2023 K-방산혁신포럼’을 진행했다.
포럼을 주최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국회 국방위 간사)은 환영사에서 “최근 방산업체들은 전문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인력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남욱 뉴스투데이 대표이사 또한 “방위산업이 발전하려면 전문인력 양성은 물론, 충원 및 지속 유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정부의 정책 및 현실을 진단하고 새로운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주제발표 또한 방산업계가 직면한 인력부족 현 주소와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안 제시에 집중됐다.
■ 전문인력 양성·이탈 최소화에 관심 집중
포럼의 첫 주제발표는 홍수미 방위사업청 과장이 맡았다.
홍 과장은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방위산업이 재편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인력 수요는 증가하고 있고 이를 해결해야 기업의 혁신성장을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 과장은 △방위산업분야 특성화 학과 개설 등을 통한 핵심인재 육성 △지역중심의 인력양성 및 취업지원 강화, 방산업체 재직자 대상 교육 지원 등을 통한 사업 구조개편 및 지원 강화 △인센티브 확대를 통한 방위산업 전문인력 양성 인프라 강화 등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3가지 전략 과제를 제시했다.
홍 과장은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검토를 진행하며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향후 정부 인재양성 부처와 협업을 통해 인재 확보와 육성을 위한 지원을 적극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제발표에 나선 김호성 창원대 교수는 전문인력이 이탈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방위산업 연구개발(R&D) 인력의 근무환경 어려움을 강조했다. 방위산업 R&D의 경우 일반적으로 장기간의 제품 시험평가를 위한 출장이 빈번하며, 이는 내근직을 선호하는 최근 트렌드와 맞지 않으며 이에 따라 많은 근로자들도 업무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방위산업이라는 특성상 보안에 대한 부담감을 항상 인지하고 있고 이는 지속적으로 근로자들을 압박하는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방산인력이 민수기업으로 떠나는 근본적인 문제는 연봉”이라며 “R&D 인력의 이직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환경 또는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과 관련해 폴란드, 영국, 미국의 사례를 들면서 “우리나라가 과도하게 공직자 취업을 제한함으로써 전문가 활용이 어렵다며 사업관리, R&D 분야에 대해서는 취업제한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승영 LIG넥스원 본부장은 우수 인력 확보와 함께 육성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방산업계 이탈 증가에 대해 심도있게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개인적 측면에서는 방산업계 커리어에 대한 불안, 신기술 획득의 기회 부족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구조적면에서는 사업수주에 의해 프로젝트 존속여부가 정해지기 때문에 전문 분야에서의 지속적인 개발이 이어지기 힘든 상황이며, 보안 등의 문제로 폐쇄적인 개발 환경이 지속되면서 업무 만족도도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고숙련직과 저숙련직을 이어 줄 중숙련직의 대거 이탈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방위산업의 매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위산업 매력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K-방산 호재를 필두로 산업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홍보 △학교의 계약학과 확대를 통한 맞춤형 인재 육성 △산학 장학생 제도를 통한 핵심 박사급 인력 수급 △군사과학기술병의 진입 장벽을 낮춰 다양한 인재 풀(Pool) 마련 △수출 및 업체주관 사업을 위한 우수연구개발 인력 이동 지원 등을 제시했다.
마지막 주제발표자로 나선 최태복 HD현대중공업 이사는 함정사업을 타 분야 방산무기체계 사업과는 다르게 바라봐야하며 이에 따라 함정건조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특별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함정사업은 타 분야 방산무기체계와 다르게 △복합 무기체계 성격이 짙고 △개발 의사 결정이 복잡하며 △다종 소량 생산되기에 발주처와의 마찰이 잦고 △시제함부터 전력화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최 이사는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지방 소재 방산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특수선(군함) 분야의 광역 취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며 “예측가능한 영업 및 수주 또한 뒷받침 돼야 함정건조 사업이 장기간 존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보안 문제 개선 및 산-학 협력 뒷받침 돼야 '현(現)인력' 효율성 제고 가능해져
주제발표에 이은 종합토론에서는 방위산업 인력 부족 문제를 공감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산업 환경 개선과 학계와의 협력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심우영 KAI 인사관리실장은 많은 문서작업과 보안 등을 언급하며 폐쇄적인 연구 환경을 꼬집었다.
방산업은 무엇보다도 보안이 1순위다. 따라서 여러 R&D가 진행될 때 외부와의 인터넷망이 차단되는 게 일반적이고 이에 따라 연구개발자들은 다양한 사제 프로그램을 손쉽게 이용할 수 없다.
이 뿐 아니라 여러 프로젝트를 시행할 때 보안 관련 서류도 같이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본업인 R&D 외에도 많은 서류 작성에 시달린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김무영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영지원실장도 "핸드폰을 사용하기 위해선 보안 관련 앱을 설치하고 상시 가동해야 하는 등 현장에서 근로자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며 산업 현장의 애로상황을 공유했다.
오병후 한국군수품수출협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거래에서도 많은 보안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회장은 “대기업들은 자사의 보안 기준 잣대를 그대로 중소기업에 들이밀고 있다”며 “게다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평가하는 데 여러 보안요소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항상 이를 신경쓰다가 업무가 늦어지고, 이에 대한 대기업의 지적이 빈번하게 발생할수록 방산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게 비참해진다”고 말했다.
보안이라는 요소 때문에 여러 기업들이 고통 받고 있고 이를 보다 간소화해야 한다는 발언은 나왔으나 어떻게 이 문제를 명확하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경상대학교 김수진 교수는 “본 학교는 수만명의 우수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인문계 50%, 이공계 50%로 취업준비생이 구분돼 있는데 인문계 학생들이 방산업계에 종사할 수 있도록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해 준다면 숨어있는 인재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종합토론이 종료된 후 록히드마틴 관계자 등의 열띤 질의가 이어지는 등 포럼은 성공리에 마무리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