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40년, 사라지는 미래(11)] "출산·육아, 국가가 함께 책임진다"...프랑스 출산율 '1.83명'의 비결
서예림 기자 입력 : 2023.08.17 08:29 ㅣ 수정 : 2023.08.17 08:29
지난해 프랑스 합계 출산율 '1.83명'…한국보다 '2배' 이상 높아 '경제적 지원', '직장과 육아의 균형'. '개방적 가족 규범'이 비결 "출산율 반등 위해 프랑스 정책 단계별로 응용·도입해야"
대한민국은 1984년 합계출산율 1.74명을 기록한 이래 40년째 저출산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2022년에는 역대 최저치인 0.78명을 기록했다. 출생아 수 감소는 학령인구‧병역자원‧생산인구‧총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로 이어진다. 정부는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 2006년부터 해마다 수십조원을 투자해왔으나 출산율 하락은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저출산 정책의 진단과 출산율 제고를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분석해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 2018년 처음 1명 이하인 0.98명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지난해 역대 최저치인 0.78명을 기록했다. 반면, 프랑스의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1.83명으로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평균 합계출산율 1.59명과 비교했을 때도 높은 수준이다. 유럽연합(EU) 국가 중에서는 '최고 출산율'로 손꼽힌다. 전세계가 '저출산' 위기를 맞았지만, 프랑스 출산율 감소 비율은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도 미미한 수치에 불과하다.
프랑스가 높은 출산율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크게 △경제적 부담 축소 △직장 및 양육의 균형 유지 △개방적인 가족 규범 등으로 나뉜다. 모든 정책은 '출산과 육아를 개인 뿐만 아니라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황성원 건양대 아동보육학과 교수는 '저출산 극복을 위한 프랑스의 유아교육·보육정책 연구' 논문에서 "프랑스가 높은 출산율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출산과 육아를 개인 또는 가정의 문제로 보지 않고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하며 매우 중요한 과제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저출산을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프랑스 저출산 정책을 단계별로 도입, 응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경제적 부담 축소’· ’직장 및 육아의 균형 유지’· ’개방적인 가족 규범’이 프랑스 높은 출산율 이끌어
'경제적 부담'은 출산·육아를 기피하는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한국에는 “아이가 많을 수록 양육비에 부담이 크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경우 '소득세 과세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이 출산율 상승을 이끌었다.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을 가구원 수로 나눠 부과하는 제도로, 자녀가 많을 수록 세금이 감면된다. 본인과 배우자는 각각 1명, 자녀는 2명까지 0.5명, 3명부터는 1명으로 계산해 세금을 줄여주는 식이다.
또한 자녀가 2명 이상이라면, 자녀가 만 20세가 될 때까지 가족수당을 받는다. 자녀가 3명 이상이면 혜택은 더욱 늘어난다. 대표적으로 셋째 아이를 출산한 후 무급휴가를 쓰면 매달 추가 수당을 제공한다. 여기에 소득이 적은 가정은 추가적인 재정지원까지 받을 수 있다.
'직장과 양육'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육아휴직으로 인한 직장의 인사성 불이익, 경력단절 등에 대한 문제점이 존재한다. 또 맞벌이 부부 사이에서는 육아휴직 후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유치원 추첨 대란'도 일어나고 있는 실상이다.
프랑스는 3세에서 6세까지의 모든 어린이에게 무료 공립 유치원을 제공한다. 프랑스 유치원의 99%는 공립이다. 정부가 인증한 양질의 육아 도우미도 지원받을 수 있다. 직장을 다니지 않는 부모는 시간제 보육 제도를 통해 개인의 시간을 보장 받으며, 시간당 비용의 일부는 정부가 부담한다.
여기에 더해 임신부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모자보건센터, 생후 3개월 반 이후 등록 가능한 국공립 탁아소 등 다양한 시설이 존재한다.
'개방적인 가족 규범'도 출산율 상승 비결로 지목된다. 한국에서 비혼 출산은 여전히 꺼내기 불편한 이야기다. 실제 한국의 혼외 출산율은 2%에 불과하다. 반면 프랑스의 비혼 출산율은 62%에 달한다. 동성·동거 부부, 미혼 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사실혼 관계를 법제화한 '시민연대계약'을 맺으면 동성·동거 부부, 미혼 가정에게도 결혼한 부부와 동일한 혜택을 제공한다.
■ 출산율 반등 위해 프랑스 저출산 정책 단계별로 응용·도입해야…개정안 속속 등장
이러한 프랑스 저출산 정책들은 출산율 증가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으며, 많은 저출산 국가들의 참고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출산율 반등을 위해 프랑스의 저출산 정책에 주목하는 추세다. 프랑스 저출산 정책을 단계별로 응용·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최근 정치권도 프랑스 사례를 응용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자 발 벗고 나섰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프랑스의 소득세 과세제도를 본떠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소득세를 자녀 수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자녀 수가 많을 수록 세율을 1%씩 낮췄다.
이와 관련 강 의원은 "저출산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악화된다는 점에서 빠른 대책을 강구할 필요성이 있다"며 "특히 프랑스와 같이 가족 구성원의 수에 따라 소득세를 달리 적용해 다자녀 가구에 대한 세금 감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기에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의 '인구정책으로서의 비혼 출산, 어떻게 봐야 하나' 세미나에서는 비혼 출산을 향한 싸늘한 시선을 거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날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누구나 출산과 양육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비혼 출산지원법'을 대표 발의했다.
전문가들도 프랑스 저출산 정책 도입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정치외교사학회는 '저출산 문제 극복사례: 프랑스 사례' 논문에서 "만약 우리나라가 적절히 프랑스 제도의 장점을 도입해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면,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많은 긍정적인 방안들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