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저출산 정책 대응 본격화...김동연 "실질적 대책으로 정부·지자체 선도"
[뉴스투데이=임은빈 기자] 1400만 인구를 자랑하며 대한민국 광역자치단체 17개 중 인구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경기도가 저출생 대응을 위해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소득 기준을 폐지하는 등 임신·출산 분야 전략을 추진한다.
2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저출생 대응을 위한 정책 구상을 구체화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김동연 경기도지사 주재로 월 1회 정기위원회를 개최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6월 26일 경기도청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 주재로 엄마·아빠(아이원더 124, 아빠하이!), 기업대표, 전문가 등 23명의 위원이 함께한 가운데 제1차 '인구2.0 위원회'를 열고 저출생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위원회에서 김동연 지사는 "작더라도 임신 전 단계부터 임신기간 중, 출산과 출산 후까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해보겠다. 경기도부터 한번 시작을 해보자"라며 "제가 이번 달로 취임한 지 1년이 된다. 앞으로 3년 남았는데, 이 회의를 36번 하면 한번 회의 때마다 2건씩만 시정해도 70건 이상이 시정될 거다. 이를 시작으로 해서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 문화를 바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이날 임신·출산 분야 자유토론과 가족 친화 조직문화 조성·확산, 둘째 희망 플러스,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확대, 위기 임산부 핫라인 등에 대한 주제 토론을 이어갔다.
이날 위원회에 참석한 익명의 중소기업 대표는 "가족 친화 경영의 취지에 공감하지만, 이윤과 성과를 창출하려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숙련된 인력의 공백 시에 부담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기업을 위한 지원이 적극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경기도는 가족 친화 일하기 좋은 기업 인증을 확대하기로 했다. 먼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가족친화제도에 대한 인식개선과 확산을 위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가족 친화 일하기 좋은 기업 인증을 현재 35개 사에서 내년부터는 50개 사로 확대한다. 인증된 기업을 대상으로 가족친화제도 도입 지원금도 현행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또 가족 친화 기업을 위해 500억원 규모, 기업당 최대 3억원 규모의 특별보증 금융지원을 해 가족친화제도가 기업의 이익과 따로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했다.
공공분야의 가족 친화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난임 치료 휴가 등에 부부 동행 휴가를 신설하고 공공기관 직원의 육아휴직 시 정규직 충원을 위한 별도 정원제와 수시 채용 등을 시행한다.
둘째아 출산과 양육을 지원하기 위한 '둘째희망플러스 아이돌보미 서비스'도 시행하기로 했다. 둘째아 이상 출산 가정 가운데 긴급 양육 공백이 발생하면 소득에 상관없이 1인당 30만원 내에서 돌봄서비스 본인부담액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OECD 국가 평균 1.59명의 절반도 못 미치고 미국 1.64명, 일본 1.33명에 비하면 상당히 뒤처지는 숫자이다. OECD 국가 중 1명 이하는 한국이 유일하다.
결혼 건수는 지난 10년 새 40%, 첫째아 출생아 수도 37% 하락했다. 지난해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민의 63.9%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가 2명인데 실제 둘째아 출생 비중은 35.7%에 그치고 있다.
경기도는 첫째아 출생은 결혼이라는 복합적인 문제가 더해지지만 둘째아 출생은 정책적으로 장애요인을 제거해준다면 저출생 문제의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도민에게 장애요인의 원인을 직접 듣고 해법을 함께 논의하기 위해 도민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위원회의 도민참여단 인력풀은 △출생, 육아, 돌봄의 현장에 있는 도민 △가족친화경영인증기업 대표 △사회학자(인구학), 육아정책, 청년·일자리 전문가 등 200명 규모로 구성돼 있다.
또 경기도는 '아이원더 도민참여단'을 구성해 활동 중이다. '아이원더'는 아이를 더 원하는 마음으로 모집하는 청년, 육아맘 등의 도민참여단을 지칭한다.
경기도 인구정책팀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아이원더 도민참여단은 지난 6월부터 시작해 올해 12월 말까지 6개월간 활동할 예정"이라며 "참여단 구성원은 결혼(미혼, 예비·신혼부부 포함), 임신·출생(무자녀·난임 포함), 육아(만 1~5세), 초등돌봄(1~3학년) 분야별로 31명씩 총 124명으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군별로 결혼, 임신·출생, 양육, 초등돌봄 등 4개 분야에서 심층인터뷰(FGI)와 온·오프라인 활동을 통해 지역 생황을 공유하면서 인구 인식개선 문화확산을 펼치며 '인구2.0 위원회'를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의 '인구2.0 위원회'는 김동연 지사의 저출생 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김 지사는 민선 8기 시작부터 저출생을 주요 현안으로 내세우며 관행과 기존의 틀을 깨고 도민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에 경기도는 저출생 대응 인구전략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지난 1월 청년, 육아맘 등 도민 40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실시하고 3월에는 2회에 걸쳐 500여명을 대상으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노력을 이어 왔다.
지난 3월 29일 경기도청 대강당에서 열린 '[경바시]인구문제 기회 토론회'에서 김동연 지사는 "얼마 전 직원 110명과 함께 이 문제 가지고 한차례 토론을 했는데 그와 같이 육아 문제, 출산 문제, 직장에서 애로, 결혼 안하고 계신 분이 겪고 있는 생생한 목소리를 처음 들어본 것 같다"며 "도민이 겪는 문제에 대해서 깊이 공감하지 않는다면 살아있는 정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변화를 못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 정부가 저출생 대책을 발표했다. 제가 보기에는 이제까지 냈던 대책과 크게 다를 바 없고 조금 개선됐다고 보인다. 저출생고령화위원회 위원 면면을 보니 다들 훌륭하신 분이지만 직접 겪는 분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실제 직원들 얘기, 살아있는 얘기, 도민들 얘기 들어서 정말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만들어 중앙정부와 다른 지자체를 선도하는 그런 일을 한번 해보고 싶다. 우리가 갖고 있는 어떤 틀이 있다면 한번 깨보자"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지사가 취임한 이후 저출생 해법 모색을 위해 2회에 걸친 토론과 지난 6월 '인구2.0 위원회' 활동 등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며 "아직 토론을 비롯해 위원회 활동까지 시작한 지가 얼마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눈에 띄는 성과는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