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매각 드디어 성공하나…하나‧우리금융 참전 여부 주목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주요 금융지주사의 참여 여부가 관전 포인트로 지목된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의 대주주인 산은은 지난달 30일 진행될 예정이었던 KDB생명 매각 본입찰을 이달로 연기했다. 본입찰은 1주 미뤄졌으며, 구체적인 연기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매각 대상은 산은이 칸서스자산운용과 공동 설립한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KCV PEF)가 보유한 KDB생명 지분의 92.73% 전량이며, 이를 주관하는 곳은 삼일PwC다.
산은은 2009년 KDB생명(당시 금호생명)을 인수한 뒤 2014년부터 꾸준히 매각을 시도해왔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2020년 6월에는 JC파트너스를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지만 지난해 4월 JC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는 MG손해보험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대주주적격성 문제로 좌절됐다.
산은은 네 차례나 KDB생명 매각이 무산되며 고배를 마셨지만, 최근 KDB생명의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반전되는 모양새다.
KDB생명은 올해 5월 보통주 75%에 대한 무상감자를 실시해 자본금을 줄였다. 감자 전 4737억원이었던 KDB생명의 자본금은 감자 후 1186억원으로 감소했으며, 이월결손금도 축소됐다. 감자 후 KDB생명의 매각가는 4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에는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면서 유동성 확보에도 나섰다. 6월 23일 진행된 후순위채 발행 수요예측에는 모집 금액의 6배에 달하는 535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리면서 흥행을 기록했다.
자본성증권으로 분류되는 후순위채권은 보험사의 자본으로 인정된다. 이번에 발행된 KDB생명의 후순위채는 산은이 지급보증했으며, 한국신용평가로부터 AAA(안정적) 평가를 받았다.
또 KDB생명은 5월 콜옵션 기일이 도래한 2만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상환을 위해 216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산은은 이 신종자본증권을 전량 인수하면서 KDB생명 매각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강석훈 산은 회장도 KDB생명 매각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달 20일 취임 1년 기자간담회에서 "다수의 원매자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이번 본입찰에서는 매각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KDB생명 인수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 곳은 사모펀드 파운티헤드PE와 캑터스PE, 자산운용사 WWG자산운용 등이다.
여기에 비금융 강화가 필요한 금융지주의 입찰 참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 가운데 유일하게 보험사가 없는 우리금융과 보험사가 있으나 존재감이 크지 않은 하나금융의 입찰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아직 KDB생명 인수와 관련해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지주가 인수전에 뛰어든다면 직접 인수보다는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가 사모펀드와 손을 잡고 인수전에 뛰어든다면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는데 유리해진다. 때문에 산은은 금융지주와 컨소시엄을 이루는 사모펀드에 KDB생명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산은의 이번 본입찰 연기는 금융지주가 참여할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지주가 참여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버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산은이 KDB생명 무상감자,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인수자 부담을 덜어내면서 인수전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금융지주의 인수전 참여는 공식화된 바가 없지만, 보험업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참여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JC파트너스와 SPA를 체결하고서도 대주주적격성 심사에서 고배를 마신 만큼 산은 입장에서는 직접 인수든 컨소시엄이든 금융지주가 참여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KDB생명 관계자는 "본 입찰이 1주 미뤄져 이번 주 안에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