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에너지캐시백 제도가 밝혀낸 '인센티브 경제학', 누적 적자 완화에 시사점 던져
[뉴스투데이=임은빈 기자] 한국전력(사장 직무대행 이정복)의 주택용 에너지캐시백 신청이 지난 18일 기준 21만 세대를 돌파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예년에 비하면 대단히 높은 참여율이다.
올여름 덥고 습한 날씨 전망과 지난달 전기요금 인상으로 냉방비 부담 증가 우려와 함께 에너지 절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한전이 하반기부터 캐시백 단가를 대폭 상향 조정한 게 높은 참여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택용 에너지캐시백 제도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절감량 1kWh당 30원의 캐시백을 해줬다. 오는 7월부터는 1kWh당 30원의 '기본캐시백'에 1kWh당 30~70원의 ‘차등캐시백’을 추가해 최대 100원의 캐시백을 지급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시범 시행한 에너지캐시백은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참여가 5만2490세대에 불과했다. 그런데 올해 하반기 시행을 위해 지난 7일부터 온라인 접수를 시작한 지 11일 만에 신규 참여자가 21만세대를 넘어섰다. 벌써 상반기 참여가구보다 4배에 달하는 셈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가구가 신청할지도 관심사이다.
이 같은 수치들은 우리나라 가구가 어느 정도의 인센티브에 반응하는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kWh당 30원을 캐시백할 경우에는 1년 6개월 동안 5만여 세대만 참여했다. 인센티브가 충분하다고 보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kWh당 60원~100원으로 인센티브의 크기를 2∼3배로 키우자 상당히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 우리나라 4인 가구들이 전기 절감을 통해 얻는 인센티브 액수는?=월 1만 5080원∼4만 6430원
그렇다면 우리나라 가구들이 실제 얻는 인센티브 액수(전기요금 절감액)는 월 평균 어느 정도일까. 에너지캐시백에 가입해 10% 이상 전기사용량을 줄일 경우 지난해보다 전기요금은 오히려 낮아진다.
지난해 여름철(7~8월) 평균 전기사용량이 427kWh인 4인 가구의 절감 전 전기요금은 8만 530원이다. 사용량을 10% 줄일 경우, 1만5080원(캐시백 3900원 + 전기사용량 절감에 따른 요금감소 1만1180원)의 요금이 절감돼 최종요금은 6만5450원이 되며, 지난해 전기요금인 월 6만6690원보다 약 1000원을 덜 내게 된다.
전기사용량을 20% 줄일 경우 인센티브 금액은 3만 2130원으로 올라간다. 30%를 감축하면 인센티브 금액이 무려 4만 8760원에 달한다.
■ 적자 완화 대책=전기를 팔수록 적자가 난다면 매출을 줄이는 게 적자폭 줄이는 방안
정부는 물가인상에 끼칠 영향 등을 고려해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그럴 경우 40조원에 이르는 한전 누적적자 해결방안 마련이 요원해진다. 하지만 물가요인 때문에 연료비가 급등해도 시장논리에 따라 전기요금을 충분히 인상할 수 없다는 '공적 구조' 자체를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안 중의 하나는 전기절감이다. 전기를 팔면 팔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라면, 매출을 줄이는 게 적자폭을 줄이는 중요한 방안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평균적인 가구들이 어느 정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때 전기절감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지를 면밀하게 파악, 에너지절감 정책을 마련한다면 한전의 구조적 문제뿐만 아니라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을 위한 해결책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 관계자는 "오는 8월 31일까지 신청한 고객도 7월분부터 소급해 요금에서 캐시백을 차감받을 수 있다"며 "아직 신청하지 않은 고객은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신청하기"를 당부했다.
에너지캐시백 제도 참여를 희망하는 일반주택, 아파트 등에 거주하는 개별세대는 6월까지는 온라인 신청만 할 수 있다. 해당 주소지에 주민 등록된 구성원이 신청 자격을 갖는다. 6월에 수령하는 전기요금 청구서 등에 포함된 QR코드나 포털사이트 검색, 모바일 앱 한전:ON 등의 방법을 통해 가입 URL을 문자로 받아볼 수 있다. 온라인 신청이 어려운 개별세대를 위해서는 7월부터 가까운 한전 사업소를 방문해 신청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