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완 기자 입력 : 2023.06.20 05:00 ㅣ 수정 : 2023.06.20 05:00
현대차, 충전 변환 커넥터 제공과 NACS 방식 전기차 생산 전략 펼쳐 SK시그넷, 올해 안에 NACS 기술 활용해 충전기 생산 청사진 마련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NACS(북미충전규격) 방식과 충전 커넥터 인프라 등 두 마리 토끼로 거대 미국시장 잡아라'
현대자동차와 충전기 제조업체 SK시그넷이 전기자동차 급속 충전방식인 NACS 방식을 활용해 미국 전기자동차 충전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 NACS는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가 주도하고 있으며 미국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이 가세한 충전방식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 시장에 진출한 현대차는 해당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기존 CCS(합동충전시스템) 방식에 머물지 않고 △NACS 방식을 활용한 전기차 설계와 생산 △CCS 방식에서 NACS로 바꾸는 충전 커넥터 생산·제공이라는 대응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내 사업을 펼치고있는 SK시그넷 역시 NACS 기술을 활용해 올해 안에 미국 자동차 충전시장에서 최적화된 제품을 내놓겠다는 사업 청사진을 마련했다.
현재 전세계 전기차 급속 충전 표준 규격은 미국과 유럽, 한국 등이 쓰는 CCS, 일본의 차데모(CHAdeMO), 중국의 GB/T 등이 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북미 지역에서 독자적인 NACS을 사용하고 있다.
NACS는 테슬라가 개발한 충전방식으로 테슬라 차량에 사용되고 CCS 방식은 테슬라를 제외한 대다수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충전을 위해 마련한 충전 방식이다.
그동안 CCS 방식으로 전기차를 생산한 현대차는 물론 CCS 기반 충전기 생산에 주력해온 SK시그넷으로는 새로운 기술 수용에 따른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테슬라가 주도해온 NACS 방식에 GM과 포드가 합류하면서 거대한 미국 전기차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현대차와 SK넷은 충전방식 변경과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NACS 방식 급속충전 시간이 CCS방식에 비해 절반 밖에 걸리지 않는 점도 현대차와 SK시그넷이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정부가 그동안 CCS방식을 표준으로 여겨왔지만 테슬라가 주도하는 NACS 방식과 GM과 포드 합류로 표준 방식을 CCS방식에서 NACS 방식으로 바꿀 가능성도 커졌다.
■ 테슬라 주도하는 NACS 방식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GM과 포드가 경쟁관계에 있는 테슬라 주도 NACS 방식에 합류 의사를 밝힌 것은 미국에 갖춰져 있는 전기차 충전소 가운데 NACS 충전소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급속 충전기 시장에서 NACS 시장점유율이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40% 시장을 놓고 CCS 방식 등이 경쟁하고 있다.
이에 따라 GM과 포드는 전기차 업계 선두주자 테슬라의 NACS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해 지금껏 고집해온 CCS 방식을 접는 수순을 밟고 있는 셈이다.
특히 GM과 포드는 지난 수년간 전기차 생산·판매에서 테슬라에 크게 뒤쳐졌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GM과 포드는 전기차 충전방식 등 인프라 확장에 신경쓰지 않고 기존 테슬라 방식 충전 인프라를 활용해 전기차 생산에 주력하겠다는 경영전략을 밝혔다.
이러한 상황 변화는 미국에서 테슬라 등과 경쟁해야 하는 현대차로서는 적잖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올해 1분기 미국에서 전기자동차를 총 1만4703대를 판매하며 3위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 판매 1위는 16만1630대를 판매한 테슬라이며 △2위는 2만670대를 판매한 GM △5위는 1만866대를 판매한 포드다.
사실상 미국 주력 완성차 기업이 NACS 방식으로 뭉친 상황이다. 이에 맞서 판매량 3위인 현대차·기아와 4위 폭스바겐만이 CCS 규격을 사용하는 업체인 셈이다.
■ 현대차, 2가지 해법으로 미국내 전기차 시장 공략 고삐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차가 취할 수 있는 2가지 전략은 △전기차 판매에 따른 별도 변환 커넥터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거나 △NACS 설계 기술을 활용한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급속충전 변환 커넥터만 제공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NACS와 CCS 규격은 큰 차이가 있다. NACS 충전소는 250kW 충전능력을 제공하지만 CCS 방식 충전소는 50∼350kW 충전능력을 갖췄다.
일반적으로 CCS 충전소는 50~100kW 사이 충전능력을 제공해 테슬라 충전소보다 충전속도가 느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변환 커넥터를 활용해 테슬라 충전소를 활용하면 기본 충전 능력 250kW의 절반도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미국에서 CCS 규격으로 생산된 전기차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불편함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차도 NACS 방식을 적용한 전기차를 생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SK시그넷, 올해 내로 NACS기술 적용된 충전기 생산 계획
SK시그넷은 테슬라 NACS 방식을 수용해 올해 안에 충전기 생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SK시그넷의 기존 초급속 충전기 제품은 △1대 충전기에 장착된 두개 커넥터가 모두 CCS방식이거나 △1개는 CCS, 1개는 차데모 방식 커넥터로 생산돼 왔다.
그러나 앞으로 생산되는 제품에는 NACS 방식 커넥터도 생산할 계획이다. 즉 충전기 하나에 NACS와 CCS 방식 커넥터를 모두 부착해 1대 충전기로 모든 종류의 전기차에 충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신정호 SK시그넷 대표는 “어떤 전기차를 선택하든지 상관없이 모든 전기차 이용자에게 쉽고 빠른 충전경험을 제공하도록 하겠다”며 “이를 통해 미국내 초급속 충전 1위 사업자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급속 충전기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기록하는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 3위 EV고는 모두 SK시그넷 고객사다.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에 충전기를 공급하는 스위스 충전기 제조업체 ABB, 호주 트리티움은 NACS 방식을 적극 수용한다는 방침이며 EV고 역시 NACS 방식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