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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이 쏘아 올린 '비상구 좌석' 논란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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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영 기자
입력 : 2023.05.31 05:00 ㅣ 수정 : 2023.05.31 09:46

아시아나항공, 문열림 사고에 비상구 좌석 판매 중단 결정
비상구 좌석, 더 비싼 금액에 판매돼 소비자 불만 커
추가 요금 통해 수익성 높이지만 항공기 안전 '뒷전'
대한·제주·티웨이항공·진에어·에어프레미아도 비상구 좌석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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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아시아나항공]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착륙 중 출입문 개방 사고’ 이후 항공사 비상구 앞좌석(레그룸) 판매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6일 오전 11시 49분경 승객 194명을 태우고 제주공항을 출발해 대구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OZ8124편 여객기 비상문이 열리는 일이 발생했다.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던 상황에서 약 250m 상공 무렵 탑승객 A씨가 비상구 출입문을 무단으로 열었다. 이 사고로 열린 비상문 인근 좌석에 앉았던 승객 9명은 메스꺼움과 구토, 손발 떨림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최근 실직 후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착륙 전 답답하던 차에 빨리 내리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사고 조치의 하나로 이달 28일부터 사고 항공기와 같은 기종의 비상구 앞자리를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애초 ‘만석이 아니면’이라는 전제를 뒀지만 안전에 대한 우려와 지적이 끊이지 않자 전면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적용 기한은 명확히 정해진 바 없다. 

 

아시아나항공은 “28일 00시부터 A321-200 항공기 비상구 좌석에 대해 전면 판매 중단 결정했다. 이 조치는 안전 예방 조치로 항공편이 만석일 경우에도 적용된다”며 “174석으로 운용되는 A321-200 항공기(11대)의 26A 좌석과 195석으로 운용되는 A321-200 항공기(3대)의 31A 좌석이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비상구 좌석은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승무원을 도와 탑승객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가 주어지기 때문에 아무나 앉을 수 없다.

 

항공사별 차이는 있지만 대개 공통적으로 △타인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건강한 자 △신체적으로 항공기 비상구 개폐가 가능한 자 △승무원 지시를 이해하고 응대 가능한 자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탑승객에 대해서만 판매된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사건에 휘말린 A씨도 키 180cm이 넘는 건장한 체격을 지녀 외적으로 비상구 좌석 이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규정에도 비상구 개방 사고가 발생하자 비상구 좌석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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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상)과 대한항공(하)의 비상구 좌석 추가요금 자료 [사진 = 각 항공사 홈페이지]

 

특히 비상구 좌석이 더 비싼 금액에 판매되고 있는 점이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뉴스투데이가 비상구 좌석 추가 요금을 확인해본 결과 아시아나항공은 단거리인 △한국~일본·중국·동북아 2만8000원 △한국~동남아 5만7000원 △한국~서남아 7만6000원 △한국~미주·유럽·시드니 14만2000원의 추가 요금을 받고 있다. 다른 일반 좌석 대피 공간이 넓어 상대적으로 편안한 비행이 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추가 요금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있지만 안전에는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만 하다. 비상구 좌석 추가 요금은 대한항공과 LCC(저비용항공사) 등 여러 항공사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비상구 좌석이 포함된 ‘엑스트라 레그룸’에 대해 한국 출발 구간 기준 △장거리 15만원 △중거리 6만원 △단거리 3만원을 부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항공은 한국 출발 구간 기준 거리에 따라 비상구 좌석에 대해 적게는 1만1000원, 많게는 4만원의 추가 요금을 부과했다. 티웨이항공은 1만3000원에서 7만5000원, 진에어는 1만2000원에서 4만원으로 파악됐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사태를 계기로 항공업계 전반에 비상구 좌석 안전 관리에 대한 항공사의 경각심 제고와 판매 정책 변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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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대구국제공항에 비상착륙한 아시아나 비행기의 출입구 비상개폐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하고 에어서울이 비상구 좌석 판매 중단을 결정한 상태다. 일각에서 진에어와 에어프레미아 등이 판매 정책 변경을 논의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진에어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지금 당장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도 “(운용 중인 항공기는) 오토락(자동잠금)이 걸린다”라며 당장 판매 중단을 검토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고가 있었던 만큼 살펴볼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고로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으로 항공사에 비상구 좌석 판매 금지를 요구하는 분위기에 대해 업계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업계의 관계자는 “단순히 판매를 금지하면 정말 비상상황이 발생해 승무원을 도울 인력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지 못하는 또 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이번 사고로 비상구 좌석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기우는 분위기지만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비상구 좌석을 비운다고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는 사고 유형이 아니다”라며 “단편적인 방법이 아니라 안전관리에 관한 근본 해결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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