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그동안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쟁력으로 여겨졌던 파킹통장(수시입출금식통장) 금리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 평균 대비 높은 금리로 대기성 자금 수요를 빨아들였지만, 연이은 금리 인하로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케이뱅크(플러스박스)와 카카오뱅크(세이프박스)는 자사 파킹통장에 각각 2.60%와 2.40%의 금리를 적용 중이다. 토스뱅크(토스뱅크통장)는 5000만원까지는 연 2.0%, 5000만원 초과 금액에는 연 2.8%의 금리를 제공한다.
파킹통장이란 주차를 의미하는 파킹(Parking)과 통장을 합한 용어로, 잠시 차를 주차하듯 언제든지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수시입출금식 예금이다. 통상 개월이나 연 단위로 계약하는 예·적금과는 다른 방식의 차이다.
파킹통장 관심도가 커진 건 지난해부터 시작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의 수신 상품에 가입하길 원하거나, 증시 부진으로 투자처를 잃은 ‘대기성 자금’ 유입이 활발했다.
인뱅 파킹통장 금리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은행권 경쟁에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올 초 정점에 도달한 뒤 하락했다. 케이뱅크의 경우 연 3.0%였던 금리가 현재 0.4%포인트(p) 깎였고, 토스뱅크도 4.0%(5000만원 초과분)인 금리를 1.2%p 끌어내렸다.
이는 시장금리 하락과 조달 부담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최근 예·적금을 비롯한 은행권 수신금리가 연일 하락세인 상황에 높은 금리로 수신고를 채울 경우 조달 비용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파킹통장 금리가 내려갔지만, 여전히 1금융권 내에서 상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인뱅들의 판단이다. 시중은행의 경우 파킹통장이 0~1%대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만큼 비교 우위에 있다는 설명이다.
또 인뱅들은 파킹통장의 금리보다 ‘수시입출금식’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상품 설계상 ‘가입 기간’에 제한이 없다보니, 보다 자유로우면서 안정적으로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인뱅의 관계자는 “정기예금은 파킹통장보다 금리를 더 주지만, 자금 운용 계획이 틀어져 해지하면 수수료를 뱉어내야 한다”며 “파킹통장은 언제든지 넣고 빼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다만 파킹통장 금리가 수치상 하향세인 건 사실인 만큼 인뱅들은 ‘매일 이자 지급’으로 고객 묶어두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토스뱅크가 처음 시도한 시스템인데, 케이·카카오뱅크도 이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파킹통장에 자금을 예치한 고객이 ‘매일 이자 지급’ 서비스를 활용할 경우 일(日)복리 효과가 나올 수 있다. 금리 적용 원금이 고정되는 예·적금과 달리, ‘원금+이자’에 대한 금리 적용으로 총 이자가 계속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5000만원을 연 2.5% 금리의 파킹통장에 넣으면 다음 날 3424.6원의 이자가 나오는데, 이 이자를 다시 예치하면 익일에는 5000만3426.6원에 대한 연 2.5%의 이자가 붙는 방식이다.
인뱅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1%p가량 낮기 때문에 (복리 구조 파킹통장의) 최종 이자가 눈에 띄게 많다고 내세우긴 어렵다”면서도 “장기 예치를 선호하지 않거나 필요할 때 원금이나 이자를 꺼내 쓰길 원하는 고객들이 많이 찾아주고 있어 수요 감소를 걱정하진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