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일 연세대 교수 “리더십은 카리스마가 아닌 공감·신뢰가 좌우”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리더라는 존재는 직원의 사랑·존경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목표 달성과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직원들을 통해 더 많은 것들을 해내려는 습관적인 노력·사고가 매우 중요하다.”
리더십 분야 세계적 전문가 정동일 연세대학교 교수는 11일 ‘C레벨(C-Level)의 탄생: 좋은 관리자에서 탁월한 경영자로’를 주제로 진행된 한국생산성본부(KPC) CEO(최고경영자) 북클럽 강의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정 교수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후 그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수를 거쳐 2008년부터 연세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리더십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저널 '계간 리더십' 편집위원을 한국인 최초로 역임했다.
정 교수는 이날 ‘C레벨의 탄생’의 탄생이라는 도서를 통해 강의를 진행했다. C레벨은 분야별 최고 책임자로 최고수익책임자(CRO)나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별’인 임원급들이다.
이 서적은 이제 막 C레벨이 된 리더들이 기억해야 할 4가지로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할 거란 사실을 기억하라 △나쁜 뉴스를 환영하라 △이사회와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라 △떠날 때를 알아라 등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성공한 CEO들의 공통분모 중 하나는 모르는 것에 대해 설명해 줄 만한 전문가 집단을 전략적으로 주위에 포진시키려 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리더십에서 리더의 ‘이너 서클(Inner Circle)’이라고 부르는데 CEO로서 경쟁력이 있고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내가 지금 놓치고 있는 정보가 있는 지 여부를 체크하면 좋은데 컨설팅 회사도 좋지만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며 “퇴임한 전직 임원을 만나 회사에 대한 얘기를 자유롭게 나누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CEO 역할로 서로 다른 정보나 인식에 대한 균형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단기 실적과 장기 성장 등 조직에서 나오는 양극단적 의견을 적극 수용하면서 최적점을 파악하는 게 CEO 역할이라는 얘기다.
그는 “CEO들과 오랫동안 얘기도 나누고 코칭하며 관찰한 결과 양극단은 진정한 답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지난 경험과 성향, 성격 고집 등 때문에 한 극단의 포지션만 옳다고 맹신하고 있지 않은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어 “CEO가 실패하는 것은 역량이나 경험이 부족한 게 아니라 핵심 정보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라며 “부정적인 뉴스가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의사결정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실패가)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CEO에 제대로 된 정보가 올라오지 않은 이유에 대해 위계 질서를 강조하는 조직 문화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EO 지위 자체가 정보를 차단하는 근본적 이유라는 얘기다.
정 교수는 “CEO는 정보가 차단돼 상황 파악이 잘 안 된다 싶으면 본능적으로 지난날 성공에 대한 지나친 과신과 의지를 하게 된다”며 “사고 방식이 굳은 느낌을 가지고 있으면 직원들도 듣기 좋고, 보기 좋은 정보만 전달하기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CEO는 모든 걸 파악하고 있지 않으니 ‘나는 배우기를 원한다’는 얘기를 많이 해줘야 직원들도 신뢰하고 진실을 얘기할 것”이라며 “이건 몇 년씩 걸리는 작업이다. 개인적 스타일도 중요하지만 위계적 관계를 피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거버넌스(기업 지배구조)가 매우 중요한 시대이다 보니 이사회와의 관계를 조금 더 수평적이고 건설적으로 바꿔보는 것도 회사 운영을 선진화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다”며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회사의 사회적공헌이나 윤리적인 기준은 본인의 기준보다 훨씬 더 높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최근 급변하는 회사 문화와 관련해 리더십 측면에서 과도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는 원대한 비전이나 강인한 카리스마보다 직원들에 대한 ‘공감’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정 교수는 “리더십은 직원 입장에서 정의하는 게 훨씬 바람직하며 직원들이 나도 모르게 CEO를 신뢰하고 따라오도록 해야 한다”며 “긍정적 영향과 신뢰를 위한 나만의 ‘비장의 무기(One Thing)’가 무엇 인지를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최악의 리더는 그때그때 정답을 알려주는 리더라고 한다”며 “리더십 핵심 중 하나는 업무하면서 습관처럼 직원들에게 ‘너의 생각은 어때’라고 묻는 것이다. 이렇게 외치면 직원들이 접근해올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