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륜주 기자 입력 : 2023.05.08 05:00 ㅣ 수정 : 2023.05.08 05:00
IMO 탄소중립 규제로 친환경 선박 발주 증가 두드러져 HD한국조선해양, 메탄올추진선 경쟁에서 가장 앞장 서 삼성중공업, FLNG로 친환경선박 시장 공략 본격화 대우조선해양, LNG운반선 분야에서 최고 기술력 갖춰 HD한국조선해양, '아비커스' 중심으로 자율운항시장 선두로 나서 삼성중공업, 자율운항 LNG운반선 개발에 본격 나서
[뉴스투데이=강륜주 기자] 국내 조선업계 3사가 친환경선박과 자율운항선박 등 '두 마리 토끼'로 미래 먹거리 확보에 본격 나선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중립(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환경친화적인 선박 개발이 향후 조선업계의 명운을 좌우하는 경영화두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또한 정보통신기술(ICT)이 갈수록 첨단화되면서 자율운항 기술이 선박 제조에도 접목되고 있는 분위기다. 자율운항선박은 선박 사고 횟수는 물론 에너지 소모량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올해 조선업계가 1분기에 흑자로 돌아선 점도 친환경과 첨단선박을 모두 거머쥘 수 있는 좋은 기회다.
HD현대(옛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고 삼성중공업은 22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대우조선해양은 한화그룹과 기업결합에 성공해 적자폭을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 조선3사 친환경선박 개발에 가속페달
IMO 탄소중립 규제에 따라 관심을 모으고 있는 친환경 선박은 친환경 에너지나 연료를 동력원으로 하거나 해양오염 저감 기술, 선박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을 탑재한 선박을 일컫는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연구 중인 대체연료(화석연료가 아닌 연료) 가운데 주목받고 있는 것이 메탄올이다.
메탄올은 액화천연가스(LNG) 대비 탄소 배출량이 적고 상온에서도 액체 상태로 운송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기존 연료와 비교해 메탄올은 황산화물 99%, 질소산화물 80%, 온실가스 25%를 줄일 수 있다.
국내 조선업체와 중국 조선사가 메탄올 연료를 사용해 선박을 운항하는 '메탄올 추진선'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HD한국조선해양이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1년부터 현재까지 메탄올선박을 모두 54척 발주했다. 이 가운데 메탄올추진선은 38척으로 전세계 메탄올추진선의 55.9%를 차지한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메탄올추진선은 차세대 친환경 선박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선박"이라며 "머스크 같은 세계 1위 선사가 친환경선박으로 메탄올추진선을 수주하면서 국내 조선사도 한국의 기술경쟁력을 토대로 메탄올추진선을 수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로 안정적인 에너지를 확보해 친환경선박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LNG(액화천연가스)도 친환경선박 연료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청정 연료인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친환경 해상 가스전 개발도 중요해지고 있다. FLNG는 해상 가스전 개발에 소요되는 투자비를 크게 절감하고 상업성이 떨어지는 중·소규모 해상 가스전 개발에도 적합한 친환경 신개념 해양 설비로 등장했다.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FLNG는 바다에서 천연가스를 채굴·정제하고 LNG로 액화해 저장과 하역까지 진행하는 복합 해양플랜트로 흔히 '바다 위 공장'으로 불린다.
삼성중공업은 전세계 FLNG 5척 가운데 4척을 수주한 기업으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며 현재 다수 FLNG 프로젝트 기본설계(FEED)에 참여해 추가 수주 가능성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7년 '셸 프렐류드'를 건조했다. 이는 세계 최대 크기 FLNG로 자체 증량 26만t, 길이 488m에 달해 이를 세워 놓으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555m)에 육박하는 규모다. 아울러 삼성중공업은 현재 차세대 FLNG 모델을 개발해 발주처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삼성중공업은 미국 텍사스주(州) 휴스턴 해양기술 박람회(OTC 2023)에서 노르웨이 DNV선급으로부터 FLNG 부유체 독자 모델(이하 MLF-N)에 대한 기본 인증을 획득했다.
MLF-N은 최근 주요 LNG 생산국의 LNG 수출 증가 영향으로 육상 플랜트에 비해 납기가 빠르고 경제적인 FLNG 모델을 찾는 시장 상황에 맞춰 개발한 제품이다. 또한 천연가스 액화 모듈 등 약 5만t 중량의 상부 플랜트 설비를 밑에서 떠 받칠 수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고객지향적 기술 혁신을 통해 FLNG 기술 리더십을 계속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한화그룹과 기업결합 승인이 난 대우조선해양은 LNG 운반선 등에서 최고 기술력을 가진 세계 4위 조선업체다. 인수합병 문제로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대우조선해양은 모든 인수가 끝나면 한화그룹과 글로벌 기업 간에 연계된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은 한화의 해양첨단시스템 기술을 대우조선해양의 함정 생산 능력과 결합해 자율운항이 가능한 민간 상선을 개발하거나 잠수함에 적용 중인 한화의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을 활용해 친환경 선박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시장 진출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LNG, 암모니아, 수소, 풍력 등 한화 에너지 분야 역량을 대우조선의 에너지 생산 설비, 운송 기술 분야와 결합해 그린 에너지 가치사슬(밸류체인)을 새롭게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이 힘을 합친다면 풍력 시장 개척도 가능하다. 한화건설은 풍력 발전 사업 설계부터 시공에 이르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역량과 대우조선 해양플랜트 운반선 기술을 접목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LNG, DF(이중연료), 메탄올, 암모니아 선박이 상용화되거나 준비 중이지만 향후 성장성이 크다”며 “기술적 우위에 있는 국내 조선사가 점유율을 유지하거나 늘려갈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바다의 테슬라' 노리는 조선3사
자율주행은 우리의 삶을 바꿀 기술로 주목받으며 자동차뿐만 아니라 선박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자율운항선박은 자율주행자동차처럼 사람 없이 기상 상황과 주변 선박, 암초 같은 해상 장애물을 파악해 스스로 운항하는 선박이다.
특히 자율운항은 '바다의 테슬라'로 불리울 만큼 해상 운송 패러다임을 바꿀 유망 미래기술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이에 따라 조선업계는 자율운항 기술을 확보해 인력 부족문제도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MO는 자율운항 기술을 △부분적 자율운항·선원 의사결정 지원 △선원이 승선해 원격제어 가능 △선원 승선 없이 원격제어 가능 △완전한 무인 자율운항 모두 4단계로 나눈 바 있다.
국내 조선3사는 자율운항 기술 경쟁에 돌입하고 있지만 앞서 나가고 있는 곳은 HD한국조선해양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를 중심으로 자율운항선박 시장 기술개발을 이끌고 있다. 아비커스는 지난해 6월 자율운항 기술 2단계를 탑재한 대형 선박 LNG운반선이 세계 최초로 태평양횡단에 성공했다.
또 지난해 8월엔 장금상선, SK해운 등 국내 선사 2곳으로부터 대형선박의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HiNAS) 2.0을 수주하며 세계 최초로 인지·판단·제어가 가능한 자율운항 솔루션을 상용화했다.
하이나스 2.0은 컨테이너선과 LNG운반선 등 모두 대형선박 23척에 오는 8월부터 차례대로 탑재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아비커스는 국내외 선사로부터 1단계 솔루션인 하이나스 1.0을 300여기 수주했는데 이는 대형선박 자율운항 솔루션 중 가장 많은 상용화 실적이다.
이와 함께 HD한국조선해양은 자율운항선박에서 엔진과 발전기 등 기계 장비 상태를 스스로 진단하고 돌발상황을 자동으로 인식해 대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인공지능(AI) 기반 솔루션(기관자동화시스템, 통합안전관제시스템) 개발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월 미국선급협회(ABS)와 손잡고 사람 도움 없이 항해는 물론 기관작동·안전진단까지 가능한 ‘무인 선박’ 자율운항 현실화 시점을 2024년으로 잡았다.
삼성중공업도 자율운항 LNG운반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3월 노르웨이 '콩스버그'와 자율운항선박 개발을 위한 공동 개발 프로젝트 협약(JDA)을 체결했다. 콩스버그는 선박에 탑재되는 자동화·항해 시스템 및 디지털 솔루션 분야에서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글로벌 전문 기자재 업체다.
삼성중공업은 최신 원격자율운항기술 및 저탄소 기술을 최적화해 안전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인 17만4000㎥급 차세대 LNG운반선을 개발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콩스버그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통해 미래 자율운항선박 시장을 공략해 디지털·친환경 제품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자율운항시험선 단비(DAN-V) 사업을 추진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21년 말 자율운항시험선 단비를 개발하고 경기경제자유구역청, 시흥시,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등과 자율운항기술 개발과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1월 서해 제부도 인근해역에서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해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단비는 대형 상선을 묘사한 자율운항 전용 테스트 선박으로 실제 대형 선박과 유사한 운항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며 "자율운항 자체 솔루션(DS4)에 대한 기술적인 검증도 완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조선업계는 이제 흑자 전환 달성을 발판으로 '친환경선박'과 '자율운항선박·효율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내 조선3사가 뛰어난 선박 제조 기술을 갖춘 가운데 친환경과 자율운항 기술을 통합하면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한국이 세계 1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