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한화그룹 김승연 호(號),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국방 강화·조선업 경쟁력 향상’ 일궈낸다
한화그룹, 대우조선해양 역량 십분 활용하는 유일한 그룹으로 평가돼
한화, HD현대 철저하게 벤치마킹해 한국조선해양 견제할 인프라 갖춰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국방안보를 강화하고 국내 조선업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화그룹이 그동안 축적한 방산 역량이 대우조선해양의 선박 건조 역량과 결합하면 군함, 잠수함 등 보다 진일보된 특수선을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조선업계 절대강자 한국조선해양을 일부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늑장 대응, HD현대(옛 현대중공업그룹) 조선계열사를 비롯한 조선업계 견제로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현재 조선업 경쟁 당국인 튀르키예, 영국, 일본,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 정부에 이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지난달 31일 기업결합 안건에 대한 승인을 마무리 했다. 그런데 한국 공정위는 아직까지 기업결합 승인을 확정짓지 않았다.
게다가 HD현대 조선계열사 및 동종 업계 종사자들이 지난해 12월 29일, 올해 2월 6일, 3월 10일, 24일 등 총 4회에 걸쳐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에 대한 이의제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기존에 보유해온 전투체계 역량과 대우조선해양의 특수선 건조 역량이 합쳐지면 한화그룹은 향후 독보적인 특수선 기술력은 물론 가격 결정력을 가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우려에 매각 당사자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군함 등 방산 제품은 정부가 최종 수요자이기 때문에 기술, 가격 등에 특별한 우위가 있어도 경쟁 저하 및 가격 불이익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대목이다.
4차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조선업은 단순 선박이 아닌 최첨단 기자재를 갖춘 종합 제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투체계 등 다양한 방산 역량을 갖춘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국방안보는 더욱 강화된다. 이는 조선업계에서 절대적 위용을 갖춘 한국조선해양도 새로운 라이벌 출현에 긴장하게 되는 셈이다.
즉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보다 강력하고 합리적인 방산무기 제조 역량, 편중되지 않은 조선업 생태계 조성에 일조를 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한화그룹, 대우조선해양인수에 최적화 돼 있는 기업
22년 간 ‘주인없는 회사’로 불린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면 막대한 자금력,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 등이 뒷받침 돼야 한다.
국내에서 이 같은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그룹은 한화그룹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그룹은 삼성중공업을 보유하고 있어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이 없다. 1999년 LG그룹에서 분가한 LIG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SK그룹과 롯데그룹은 방산업 및 조선업과 사업 관련성이 매우 낮다.
반면 한화그룹은 이미 수많은 사업들이 함정 및 잠수함과 연계돼 있다. 한화그룹에서 체계사업을 담당하는 한화시스템은 함정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함정 전투체계와 정찰·전투 역할을 수행하는 해양무인체계 등 첨단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화시스템은 한국 해군의 함정, 잠수함 등 80여척에 전투체계를 공급해왔다. 이와 함께 센서와 무장 등 다양한 장비와의 연동, 체계통합(SI) 기술력도 갖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 품에 안긴다면 이러한 기술과의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흡수합병 된 한화디펜스는 지난 2020년 초 대우조선해양과 선박용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개발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2020년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은 선박 운항 때 발생하는 오염물질 배출을 크게 줄이기 위해 ESS 기술개발을 추진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준비해 왔을 때부터 전투체계 및 ESS에 대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해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룹이 보유한 해양첨단시스템 기술을 대우조선해양의 함정 양산 능력과 결합해 자율운항이 가능한 민간 상선을 개발할 수도 있다"며 향후 사업방향을 일부 공개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방산 역량과 상선 역량을 모두 강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 한국조선해양 '라이벌' 등장... 한화그룹 전략으로 대우조선해양·HSD엔진 연합군 '눈앞'
한국 조선업계는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을 흔히 '빅3'라고 부른다.
그런데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을 계열사로 두고 있고 매출 면에서도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매출을 합친 것보다 많다. 수십 년간 한국 조선업계는 한국조선해양이 지배해 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를 활용해 선박 대형엔진을 직접 확보하고 현대글로벌서비스를 활용해 엔진 부품 및 모든 선박에 탑재된 장비의 기술서비스를 공급 받아왔다. 즉 파생 사업에 대한 내재화가 확실하게 돼있다는 뜻이다.
한화그룹은 한국조선해양의 이런 전략을 벤치마킹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함께 HSD엔진 인수도 추진 중이다. 현재 HSD엔진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엔진을 공급해 매출 대부분을 확보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HSD엔진 인수에 성공하면 자체적인 엔진 공급 및 유지보수를 할 수 있고 친환경 엔진(이중연료 추진엔진) 개발 역량까지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HSD엔진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흑자전환에 돌입한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HSD엔진은 지난 2021년 매출 5990억원, 영업손실 398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매출 7642억원, 영업손실 295억원이다. 올해에는 매출 1조894억원, 영업이익 607억원으로 경영성적표가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매출이 수 년간 견조하게 상승했다는 것은 HSD엔진 제품이 조선업계에서 영향력이 있음을 방증한다. HSD엔진은 내부 충당금 설정으로 적자가 2년간 이어졌지만 올해는 상당부문 관련 문제가 해결돼 흑자기조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HSD엔진과 대우조선해양이라는 2가지 패를 모두 갖추면 그동안 조선업계를 독주해온 한국조선해양를 견제할 수 있다”며 “이러한 요소는 결국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업계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