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한화그룹 김승연 호(號), 대우조선해양 품어 '한국판 록히드마틴' 만든다

강륜주 기자 입력 : 2023.04.28 05:48 ㅣ 수정 : 2023.04.29 08:18

대우조선해양과 기업결합… '육해공 통합시스템' 갖춰
한화그룹, 대우조선해양 조속한 경영정상화 주력
단순한 이익창출 넘어 수출 확대로 국가 경쟁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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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한화그룹 / 사진편집=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강륜주 기자] 김승연 회장(71·사진)이 이끄는 한화그룹이 15년만에 대우조선해양을 품에 안았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이하 한화)은 기존 우주·지상 방산 사업에 해양 사업까지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육해공 통합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한국판 록히드마틴' 탄생을 눈앞에 둔 셈이다. 록히드마틴은 미국 최대 방산업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 결합을 조건부 승인하고 한화가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이는 한화가 2008년 대우조선 인수를 처음 시도한 지 15년 만에 이뤄진 일이다.

 

공정위는 27일 한화-대우조선 기업결합 신고를 접수한 지 4개월 만에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공정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및 한화시스템 등 5개 사업자가 대우조선해양 주식 49.3%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을 걸었다.

 

시정조치 조건은 △입찰과 관련해 함정 탑재장비 견적가격을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행위 △상대회사 경쟁사업자가 신고회사들에게 방위사업청을 통해 함정 탑재장비 기술정보를 요청했을 때 부당하게 거절하는 행위 △경쟁사업자로부터 취득한 영업비밀을 계열회사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건으로 모두 3가지다.

 

한화는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최종 관문을 통과해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방산업체를 육성하기 위한 출발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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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화그룹]

 

■ 한화 '3가지 시정조치' 조건 수용…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노력

 

한화는 지난해 '경영정상화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사업으로 나라에 보답한다)’ 차원에서 국가 기간산업 재건과 'K-방산'의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경영실적 리스크와 당국의 시정조치까지 감수하며 대우조선해양 인수 결단을 내렸다. 사업보국은 지난 1952년 창립한 한화의 창업이념이기도 하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과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이 발표된 27일 경영상 제약에도 경영실적이 악화돼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조속한 경영정상화와 기간산업 육성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정위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 경영 상황은 지난해 9월 인수 양해각서(MOU) 체결 후에도 계속 악화돼 자본금을 늘리는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수혈이 긴급한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최근 2년 간 적자규모는 3조4000억원에 달하고 부채비율은 1600%다.

 

올해 1분기 경영혁신으로 흑자로 돌아서는 '턴어라운드'를 기대했던 대형 조선3사(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이 유일하게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 4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공격적인 수주전 또한 펼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조선업 사이클이 상승기이지만 수주실적은 지난해 1분기 42억달러에서 올해 8억달러로 줄어드는 초라한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설상가상으로 핵심 인력 유출 등 인력난도 심각하다.  지난해 160명이 넘는 직원이 경쟁 회사로 옮겼다. 특히 특수선 설계 인력의 실무 업무 주축인 대리와 과장급 인력 유출이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10년 전 1만3000명에 달했던 대우조선해양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8300명으로 5000명 가량 감소했다. 결국 한화는 대우조선해양과 유기적 결합을 통해 단순한 이익 창출을 넘어 지역 상생과 수출 확대로 국가 경쟁력 강화에 일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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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화그룹]

 

■ 한화, 종합 방산⋅그린에너지 분야 시너지 창출로 글로벌 기업 도약 기대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밝힌 '한국판 록히드마틴'을 완성하기 위한 열쇠이기도 하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방산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 록히드마틴은 미국 종합 방산업체로 미국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을 쥐락펴락하는 육해공 방산업의 독보적 역량을 갖춘 기업이다.

 

록히드마틴의 주요 산업은 항공기, 미사일, 헬기, 우주산업으로 나뉜다. 지형 회피 정보를 제공하는 헤드업 3D(3차원)뷰를 비롯해 △안전한 고도에서 비행할 수 있는 주변 지형 정보 계산 기술 △블랙호크 헬리콥터 제조 △대형 화물 수송기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 'F-22랩터' △무인기 시스템 △미사일 방공 시스템 등으로 주요 군사 및 항공우주 산업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실제로 록히드마틴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미국 제조업이 큰 타격을 받았던 상황에도 오히려 사상 최대 규모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록히드마틴의 2021년 매출액은 670억4400만달러(약 89조9060억원)로 세계 1위를 거머쥐고 있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쳤던 2020년 매출액 653억9800만달러(약 87조6987억원), 2019년 598억1200만달러(약 80조2078억원)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앞으로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한화는 기존의 우주, 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한국판 록히드마틴'으로 거듭나 '육해공 통합 시스템'을 갖춘 명실상부한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의 성장할 수 있게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1월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했고 이달 초 한화 방산부문 합병을 완료했다. 이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존의 항공기 엔진·부품, 유도무기 엔진, 우주발사체 등 항공·우주사업에 K9 자주포, 레드백 장갑차 등 지상무기체계 사업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한화의 해양첨단시스템 기술을 대우조선해양의 함정 양산 능력과 결합해 자율운항이 가능한 민간 상선을 개발하거나 잠수함에 적용 중인 한화의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을 활용해 친환경 선박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시장 진출도 기대된다.

 

또한 액화천연가스(LNG), 암모니아, 수소, 풍력 등 한화 에너지 분야 역량을 대우조선의 에너지 생산 설비, 운송 기술 분야와 결합해 그린 에너지 가치사슬(밸류체인)을 새롭게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유럽, 아시아에서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하면 한화 무기체계는 물론 대우조선해양 주력 제품 잠수함과 전투함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결합으로 글로벌 수출 네트워크도 확대돼 수출 판로도 크게 넓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에 대한 이슈로 전 세계 에너지 전환이 빨라지는 시점"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의 조선, 해양 기술을 통해 ‘글로벌 그린에너지 메이저’ 위치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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