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코스닥시장 중심으로 거래대금이 크게 늘며 증권사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부문 수익률 회복이 실적 견인을 도울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17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35.3% 늘어났다. 특히 코스닥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9조6000억원)이 코스피 시장(8조원)을 넘어섰다.
예탁결제원 자료에서는 증권사들의 1분기 장내주식 거래대금은 20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16조1000억원) 대비 24.9% 늘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권업 1분기 실적은 거래대금 회복과 증시 반등, 시장금리 하락으로 컨센서스보다 양호한 실적을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005940)은 한국투자증권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071050)의 올 1분기와 2분기 브로커리지 수익이 각각 직전 분기 대비 38~40% 늘어난 760억원과 7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코스피·코스닥 등 누적 시장약정 규모가 9272억원으로 전년(1조5017억원) 대비 38.3% 줄며, 위탁매매 수익도 38% 감소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미래에셋증권이 1495억원의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45% 증가한 수준이다.
삼성증권(016360)도 올 1분기 순수 위탁매매 수수료만 1147억원 규모로 전 분기 대비 47% 늘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위탁매매 수수료가 3846억원으로 전년 대비 48.4%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이외 실적 컨센서스(시장전망치)가 없는 다른 증권사들도 올 1분기에 직전 분기보다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분석했다.
대신증권 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미래에셋증권(1748억원)·한국금융지주(1940억원)·NH투자증권(1370억원)·삼성증권(1423억원)·키움증권(1824억원) 등 주요 증권사 5곳의 순이익이 총 830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수치는 직전 분기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로, 시장 전망치 대비 9% 이상 상회하는 수준이다. 특히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같은 기간 20% 내외로 증가하며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사들 1분기 실적 호조는 올해 글로벌 긴축정책 기조가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다는 기대감에 은행에 묶였던 자금이 위험자산으로 이동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다 3월 주주총회 기간을 앞두고 행동주의펀드 열풍이 불며 주주활동 대상 기업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에코프로(086520)·에코프로비엠(247540) 등 2차전지·인공지능(AI) 등 일부 테마주 중심의 쏠림현상도 이어졌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 개인투자자 중심의 장세가 펼쳐지면서 증권사 브로커리지 수익이 전 분기보다 20% 안팎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이번 실적 개선의 핵심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시장금리가 안정세를 찾으며 증권사들이 보유한 채권 상품들의 평가손익이 증가한 점도 호실적에 영향을 끼쳤다.
기업금융(IB) 부문의 경우 지난해 4분기보다 사업 여건도 호전됐다. ‘연초 효과’로 KT(030200)와 포스코(005490), SK텔레콤(017670) 등 대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늘고 중소형주 위주로 기업공개(IPO) 흥행이 잇따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았으나, 지난해 4분기 평가손실·충당금 적립을 반영한 뒤 대형사 대부분 영업을 재개한 상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5대 증권사들의 1분기 실적은 브로커리지와 트레이딩, 조달비용 상승으로 급감했던 이자이익이 다시 증가해 각종 지표가 개선됐고 IB 수수료 수익도 직전 분기 대비 72%나 늘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다만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잔존 우려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발목을 잡겠지만, 국토교통부와 대형사들이 조성한 채안펀드 등으로 적시에 유동성이 공급돼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한층 낮아졌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