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로 은행권 수신금리 정체도 이어질 전망이다. 일부 은행의 경우 정기예금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도는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자금 유입 속도는 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은 초단기 예금 출시 등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수신고 이탈을 억제하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신금리 상승세에 나타난 ‘역(逆) 머니무브’ 현상이 다시 ‘머니무브’로 전환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력 정기예금(1년 만기) 상품 금리는 연 3.37~3.50%로 집계됐다. 최고금리가 현재 기준금리(연 3.50%)와 같은 수준이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 연 3.46%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3.37%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 연 3.50%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 연 3.50% △농협은행 ‘NH왈츠회전예금II’ 연 3.40%다.
예치 기간을 늘리면 금리는 더 떨어진다. 국민은행의 경우 ‘KB Star 정기예금’ 상품에서 24·36개월 만기 금리를 연 3.00%로 책정했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장기 수신고 유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연 5%대를 돌파한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올해 하락 전환한 뒤 3%대 중반까지 주저앉았다. 은행들은 올 1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연 3.25→3.50%) 때도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이번에 기준금리가 다시 동결되면서 정기예금 금리 상승 동력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정기예금 금리 산정의 기준으로 삼는 은행채(1년물) 금리가 진정된 지 오래됐다”며 “올해는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에 맞춰 가입을 고려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기예금 금리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수신고 감소도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05조3384억원으로 전월 대비 10조3622억원 급감했다. 신규 가입은 물론 기존 고객까지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1개월 단위도 가입이 가능한 ‘초단기’ 예금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지만 큰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리 자체는 높지만 원금이 20~50만원 수준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이자 수령액도 작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중 자금 흐름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증시 부진 속 정기예금 금리 상승으로 시중 자금이 주식에서 은행으로 이동하는 ‘역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났지만, 다시 투자 수요가 늘어나는 ‘머니무브’로 전환될 것이란 관측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정기예금 금리 조정 계획은 없다. 연말 쯤 가면 지금보다 더 하락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며 “저금과 투자는 성격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시중 자금의 급격한 이동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