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에 정기예금 폭증···은행권 “가계대출은 계속 줄어”

유한일 기자 입력 : 2022.10.16 00:05 ㅣ 수정 : 2022.10.16 00:05

9월 은행 정기예금 32조원 증가··역대 최대
증시 부진 속 은행 역머니무브 현상 가속화
신용대출 중심 가계대출 9개월 연속 감소세
부실 리스크 우려 겹치며 은행 고민 깊어져
은행권 “실수요자 중심 영업 전략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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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은행에 내걸린 상품 안내 현수막 앞을 시민이 걷고 있다. /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한국은행의 연쇄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은행권 수신금리도 오르면서 정기예금 잔액이 폭증하고 있다. 증시 부진에 투자처를 잃은 자금이 은행에 몰리는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정기예금 증가를 수신고 확대의 기회로 보면서도 우려를 나타낸다. 그간 호실적을 견인한 가계대출 성장세가 꺾인 만큼 수익성이 과거 대비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32조5000억원 증가했다. 전월 증가액(21조2000억원)보다 10조원 이상 확대되며 통계 작성 후 한 달 증가액으로는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정기예금 잔액이 폭증하고 있는 건 최근 금리 상승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올해만 기준금리를 2.00%포인트(p) 끌어올리면서 은행권 수신금리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4%대 후반을 기록 중이다. 

 

최근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증시가 부진한 점도 은행에 돈이 몰리는 ‘역(逆)머니무브’를 부추기고 있다. 증시 안정화 전 비교적 안전한 은행에 자금을 묻어두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은행들도 이런 흐름을 수신고 확대의 기회로 보고 공격적인 수신금리 인상에 나섰다. 주요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 발표 전후로 예·적금 금리 인상을 발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은 기준금리가 0.5%p 오를 때 예·적금 금리를 최고 1.00%p 인상했다. 

 

정기예금을 비롯한 은행권 수신금리는 앞으로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 당장 한국은행은 다음 달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다. 인상폭은 0.5%p(빅스텝)에 무게가 실리는데, 은행권 수신금리도 큰 폭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어느 시점에 예·적금 상품을 가입해야 하냐는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다음 달쯤이면 대부분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간 기준금리 인상은 은행권에 호재로 작용했다. 수신금리 뿐 아니라 대출금리도 오르면서 이자 이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자 이익 증가는 각 은행들의 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 

 

다만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차주들이 고금리에 부담을 느끼면서 가계대출 성장세가 정체되고, 상환 능력 약화에 따른 부실 증가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간 누려온 금리 인상 효과가 리스크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830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3679억원 줄었다. 올해 들어 9개월 연속 감소세다.

 

주 수익원인 여신(대출)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수신(예·적금) 증가로 나가는 이자 비용이 커지니 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은행권은 적어도 올 연말까지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눈에 띄는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진 않지만 예·적금 잔액 증가로 은행의 조달 비용이 크게 늘어난 건 사실”이라며 “올 초에는 정책적 영향이 있었고 하반기에는 금리 문제가 있어 가계대출도 당분간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또 급격한 금리 상승에 따른 부실 가능성을 우려한다. 차주가 치솟는 대출금리에 원금·이자 상환을 못 하면 리스크로 돌아온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대손충당금 적립을 지속 요구하는 것도 부실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충당금은 비용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은행 실적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최근의 가계대출 감소세 중심에 신용대출이 자리잡고 있는 건 그나마 다행인 점이다. 가계대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아직 증가세다. 다만 가을 이사철에 따른 일시적 효과일 뿐 하반기 이후 꺾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시장에선 가계대출 감소와 리스크 우려 등 은행들의 업황이 점차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단 은행들은 가계대출 추가 감소를 억제하기 위해 실수요자 중심의 영업 강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나간 대출 잔액이 있고 여전히 주담대나 전세자금대출의 신규 수요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큰 폭의 감소는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경기 위기 상황인 만큼 늘어나고 있는 기업대출 시장도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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