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드라마 “대행사”는 “광고대행사”를 의미한다. 평생을 광고대행사에서 일해온 광고쟁이로서 관심이 많았던 드라마다.
처음에는 광고대행사의 분위기, 일하는 모습, 직급 체계, 기획과 제작의 갈등 등을 제법 그럴 싸하게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특히 드라마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보영이 분한 일에 미친 고아인 상무는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광고 밥 좀 먹은 사람이라면 대충 들어서 아는 삼성의 하우스 에이전시 제일기획의 최초 여성 임원이자 드라마 속 고아인과는 성만 다르고 이름이 거꾸로인 최모 부사장이다. 광고대행사에 오래 다닌 누군가의 자문을 제대로 받고 있구나 라는 안도마저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기대는 얼마 가지 않아 완전히 깨졌다. 치열하게 일하는 광고쟁이의 일상과 애환을 담는 대신 현실감 떨어지는 재벌 집안싸움에 이용 당하거나 반대로 그들을 이용해 벼락 출세하려는 정치적 광고쟁이들만 나오니 말이다.
그나마 투 탑 주인공인 이보영의 명품 연기와 에이핑크 출신 손나은의 좌충우돌 천방지축 캐릭터가 드라마에 대한 몰입감과 보는 재미를 주었다.
이 두 주인공들은 드라마에서는 광고대행사에서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로 나오지만 현실에서는 남들이 만드는 광고에 모델로 출연하고 있다.
[손나은 커피가 대체 뭔데?]
손나은이 슬립 하나만을 걸치고 조명을 받으며 무대에 앉아 있다.
손나은 : 나를 위한 변화 / 그 첫 시작은 키스프레소 블랙커피
손나은이 손을 튕기자 장면이 바뀌며 다양한 포즈로 우월한 몸매를 보여준다.
손나은 : 커피의 다른 생각 / 더 나은 커피
[더 쉬워진 손”나은” 다이어트..?]
손나은이 거실에서 몸을 풀고 있다.
손나은 : 충전 중? / 아니 다이어트 중 / 키스프레소 다이어트로
그린커피빈 주정추출물 함유 / 빠지고 싶다면 시작해 봐 / 나를 위한 변화 키스프레소 다이어트
이 광고는 모델의 개성을 잘 살렸을 뿐만 아니라 이름인 “나은”을 절묘하게 활용하여 제품과의 연관성을 높였다.
[엘리비에 프리미어 이보영 편]
웅장하고 우아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며 샹들리에가 아름답게 장식된 바로크 풍 대저택의 로비를 이보영이 우아한 흰색 원피스를 입고 마치 드라마 대행사에서 보여준 것과 똑같은 단발머리와 표정으로 당당함과 도도함을 풍기며 걸어 나온다.
카메라가 다양한 각도에서 이보영을 클로즈업 한다.
이보영: 어느 각도에서도 섬세하게
어느 각도에서도 자연스럽게 / 시선을 끌고 싶은 당신 / 오늘부터 히알루론산 필러 / 엘라비에 라인
드라마 대행사에서 보여준 걸크러시의 전형적인 모습을 광고에서도 보여준다. 크리에이티브 차원에서 드라마와의 연관성을 높여 광고의 집중도가 좋아짐은 물론 드라마 중간 중간 광고를 집행하여 매체의 효율성 또한 높였다.
크리에이티브와 매체 집행의 시너지를 통해 광고의 효과와 효율을 극대화한 것이다. 성공한 드라마나 영화의 캐릭터를 광고에 활용 시 모델과의 유사성과 제품과의 연관성이 강한 경우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배우가 가진 원래 이미지와 전혀 다른 강렬한 극중 캐릭터를 가져올 경우 소비자로 하여금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느끼게 하며 효과보다는 혼란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배우 손석구가 영화 범죄도시 2에서 보여준 강렬한 빌런의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평소의 착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광고에 쓰는 것과 같은 논리다.
◀신재훈 프로필▶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