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3.03.09 01:28 ㅣ 수정 : 2023.03.09 01:28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광폭 기조에도 물가상승률이 좀처럼 꺾어지 않자 연준의 무능함을 탓하는 시장 비판 목소리 확산, 연준 3월 금리인상폭 키울 경우 시장의 불만 더 커질 듯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9년 연방준비제도(연준)를 겨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었다. 트럼프는 당시 연준이 금리를 더 빠르고, 큰 폭으로 내리지 않아 경제를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며 강도 높은 톤으로 비난을 퍼부었다.
트럼프는 “연준이 시장을 너무 조이는 바람에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미국이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고 연준을 직접 겨냥했다.
트럼프는 연준을 가리켜 ‘무능’ ‘거만’ 등 동원가능한 모든 단어를 써가며 경제위기의 주범이 연준이라고 추가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연준이 행정부의 의도와 다른 방향의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행정부를 불편하게 한 적은 많았지만 대통령이 직접 연준을 무능하다고 몰아세운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4년이 흐른 지금, 연준은 이번엔 다른 의미에서 비판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시절과 차이가 있다면 대통령이 아닌, 시장이 비판의 선봉에 섰다는 점이다.
작년 6월부터 광폭으로 시작된 연준의 금리인상 움직임은 자이언트스텝(금리 0.75%P 상승)을 세 차례나 단행하면서 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작년 12월 빅스텝에 이어 올해 2월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때만 해도 시장은 연준의 금리인상 움직임이 조만간 끝날 것으로 기대했었다.
잘하면 하반기에는 오히려 금리를 인하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180도 바꿀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왔다.
올해 연초 증시가 깜짝 랠리를 펼친 것도 이같은 낙관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감은 연준이 또 다시 강경한 기조를 보이면서 물건너간지 오래다. 오히려 연준이 더 큰 폭으로, 또 더 오래 금리를 인상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1월 고용지표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의 기대치를 웃도는 것으로 나온 것이 연준을 매파로 돌변시킨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아무리 금리를 올려도 물가상승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모두 강력하게 나왔다”면서 “이는 최종금리 수준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높아질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혀 금리인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데이터 전체가 더 빠른 긴축을 필요로 한다면 우리는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금리인상폭을 올리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파월의 발언 이전에도 주가는 각종 경제지표가 너무 강하다는 시그널에 하락세를 보였는데, 파월의 발언은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상황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시장에서는 연준이 과연 제대로 일하는 것이 맞는지 회의적인 시선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 큰 충격을 주면서까지 금리를 올렸는데도, 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는 것은 연준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는 날선 비판도 나오고 있다.
연준이 입버릇처럼 목표치로 잡고 있는 물가상승률 연2%는 상당기간 도달가능한 목표치가 아니라는 극단적인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경제지표가 계속 좋은 것으로 나타나면 더 강한 금리인상 정책을 들고나올 수밖에 없는 패턴이 반복되다 보면 금리수준이 최악의 경우 6%에 가까워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아직 파월이나 연준을 직접적으로 겨냥해 비난한 적은 없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금리상승이 계속되는데도, 물가상승이 잡히지 않고 오히려 경제에 깊은 주름을 안겨준다면 파월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비판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을 것이다. 트럼프가 연준을 가리켜 ‘너무 오만하고 무능하다’고 했던 비판의 목소리가 바이든 행정부 인사 입에서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나올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연준에 대한 시장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