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제주항공 등 항공업계, '여객 정상화' 흐름에 3년간 닫힌 채용문 '활짝'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느슨해지면서 항공 수요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는 항공 수요에 힘입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닫았던 항공업계 채용의 문이 활짝 열린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설(1월 22일) 명절만 하더라도 4일이라는 길지 않은 연휴에도 해외로 여행을 떠난 이들이 37여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굳게 닫힌 하늘길로 끝 모를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갇혔던 항공업계로서는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본격적으로 다시 날갯짓을 시작한 항공업계는 폭발하는 항여객 수요에 발맞춰 그동안 굳게 걸어뒀던 채용문 빗장을 3년여만에 마침내 풀었다.
특히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어 항공업계는 머지않은 항공 수요 정상화에 대비해 인력 확보 채비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 항공 여객 수요 2022년 하반기 기점으로 폭증
코로나19 장기 유행으로 승무원과 조종사 등 항공업계 종사자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계를 꾸려야 하는 신세가 됐다.
이에 따라 김포공항 인근에 있는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카페 아르바이트생은 모두 승무원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이처럼 기존 직원조차 설 자리가 없다 보니 신규채용은 언감생심이었다.
이를 보여주듯 2019년 하반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8개 항공사가 1400여명을 신규채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후 항공업계 채용 공고는 그야말로 씨가 말랐다.
그렇게 항공업계 채용 암흑기가 3년여 동안 지속된 후 지난해 하반기에 들어서며 코로나19 방역 완화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은 지난해 10월부터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우리나라는 입국 후 코로나 검사 의무 폐지 등 전 세계 국가들이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완화하며 단계적 일상회복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여객 수요는 점차 회복세를 보였다.
국토교통부의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선 여객 수는 1950만5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감염 급증으로 방역이 강화되던 시점인 2021년 320만9364명과 비교하면 약 507%(약 5배) 늘어난 성적표다.
국적기를 통한 국제선 여객 수 기준으로 살펴보면 2022년 1251만8168명으로 184만5655명을 기록한 2021년과 비교해 578% 수준으로 광폭성장을 일궈냈다.
특히 국제선 여객수 확대는 지난해 하반기에 두드러진다. 지난해 1~6월까지 국제선 여객이 396만1486명을 기록한 반면 7~12월은 1553만8573명으로 하반기에 접어들며 약 292% 증가했다.
다만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9038만5640명과 비교하면 지난해 17% 수준으로 회복했다.
국제여객 수요 회복세는 올해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도로공사의 도로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경기침체가 더해져 지난해 국제여객 수요가 2019년과 비교해 44~81%에 불과하지만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항공사 '채용 먹구름', 해외 수요 증가에 개이나
이처럼 여객 수요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항공사들은 일제히 인력 충원에 나섰다.
특히 전 세계가 코로나 19 엔데믹에 진입한 만큼 항공여객 수요 정상화 속도도 가팔라질 것으로 보여진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0월 객실승무원 100여명 공개채용을 실시한데 이어 같은 해 12월 여객 영업·운송, 여객RM(영업지원 및 시장분석), 화물 영업·운송, 항공기술 등 일반직 사원 100여명 채용에 나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여객 사업량이 아직 코로나19 상황 이전 수준에 못 미치고 일부 객실승무원은 휴업을 지속하고 있다”며 “그러나 올해(2022년) 연말 이후 국제선 여객 수요가 폭증할 것에 대비해 채용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도 신규 채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LCC(저비용항공사) 가운데 티웨이항공이 가장 먼저 신규 채용 소식을 전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하반기 객실인턴승무원과 정비, 일반직 등 9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신규 채용을 실시했다. 이에 힘입어 티웨이항공은 올해에도 객실승무원, 정비사, 일반직 등 다양한 직군 인재 영입을 이어가기로 했다.
지난해 A330-300, B737-8 기종 신규 항공기를 도입해 기단을 넓히고 싱가포르, 시드니 등 중장거리 노선에 새롭게 취항한 티웨이항공은 이번 채용을 통해 해외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다하고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신규 채용에 나선다”며 “글로벌 티웨이의 미래를 함께 이끌어 갈 열정적인 인재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일본과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여객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국내 대표 LCC 제주항공도 3년 4개월 만에 객실승무원 공개 채용을 재개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제주항공은 국제선 여객 48만3915명을 수송했다. 같은 기간 49만6088명을 기록한 아시아나항공과 큰 차이가 없었다.
제주항공의 실적은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12월(69만4016명)과 비교하면 약 70%까지 회복한 셈이다.
또한 제주항공은 중·단거리 노선을 늘리기 위해 올해 보잉 차세대 기종인 B737-8 40대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국제선 운항편수 회복과 올해 예정된 차세대 항공기 도입 시기에 발맞춰 신규 채용을 진행하는 만큼 경영 정상화 기반 재구축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진에어는 지난해 10월 항공정비직 신입·경력 직원을 채용했으며 올해 1월 고객 서비스, 기내식 기판, 영상·사진 전문가 등 경력 채용에 돌입했다.
에어서울은 지난해 12월 일반직 신입 공채를 실시해 올해 1월 10명을 채용했고 에어부산도 최근 현장정비·정비품질 직군 신입·경력 채용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여객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는 추세”라며 “코로나19 유행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만 여객 정상화 시점과 향후 경쟁력 선점을 위한 선제적인 인력 확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항공 수요가 빠르게 회복돼 더 많은 인력을 계속 채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