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호 기자 입력 : 2022.12.04 11:52 ㅣ 수정 : 2022.12.04 21:04
약 배송 논란으로 의료현장 ‘우왕좌왕’... 엔데믹 시대의 새로운 비대면 진료시스템 구축해야 대법원도 약배송 유죄 판결..."한시적이었던 비대면 진료와 약배송 중단 후 수정 보완해야"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비대면 진료 플랫폼 기업들의 약 배송 서비스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약 배송은 약사법상 위법이지만 비대면 진료 플랫폼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 필요하다고 주장을 하고 있어 보건당국도 어쩔 수 없다는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회도 입법 발의를 통해 약 배송 확산을 막아야 하나 관망하고 있는 모습이다. 약사법 일부 개정안이 여럿 발의됐지만 약 배송 관련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도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추진하면서 약배송은 제외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면 진료는 '뜨거운 감자'가 된 셈이다.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핵심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약 배송은 복지위 내부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어 불편하게 바라보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상황에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랑 연관돼 있어서 현재로서는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과 국회가 약 배송에 대해 눈감아 주는 형국이라 의료 현장은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다. 특히 약사법 상 약 배송 관련 조항이 미흡하다보니 비대면 진료 플랫폼 기업들이 활개를 치는 것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도 나온다.
특히 대한약사회는 약 배송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 기업들이 코로나19가 엔데믹 상황에 접어들자 사업을 영유하기 힘들게 되니 기득권(旣得權)을 거론하며 논란을 유발시키고 있다”고 했다.
비대면 진료에서 이루어지는 약 배송은 약사법 50조 1항 “약국개설자 및 의약품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에 저촉된다.
플랫폼 사용자가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으면 의사가(의료기관) 처방전을 환자가 거주하는 인근 약국에 보내게 된다. 사용자가 직접 약 수령이 불가능한 상황이면 약 배송을 요청하고 약값은 계좌이체 하면 되는 게 현 시스템이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이용한 환자가 직접 약을 수령하면 문제될 게 없지만 약 배송을 하게 되면 의약품의 구매가 약국에서 이루어진 게 아니라 위법 소지가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21년 약 배송 사례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린 바 있다.
2019년 서울 종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가 1년간 고객과 의약품 상담을 한 후 문자메시지로 계좌번호를 보내고 입금이 확인되면 약을 택배로 발송한 것이 드러났다. 약사는 약국 외 판매가 아니라는 것을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대한약사회는 코로나19 엔데믹 상황에 접어들어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무의미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시적 허용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모바일 생활의 편의성을 느낀 국민들을 위해서는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면서 “그동안 한시적으로 허용한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을 중단하고 수정 보완해 다시 서비스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도 약배송에 대해 외면하고 있는 만큼, 입법기관인 국회가 비대면 진료 시스템 속에서 약배송 문제를 새롭게 정리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