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흥국생명이 불러온 신뢰 위기…금융당국 관리 나서야

김태규 기자 입력 : 2022.11.11 14:38 ㅣ 수정 : 2022.11.1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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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엄청난 혼란을 불러온 겁니다."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권(콜옵션) 미행사와 관련해 한 금융권 관계자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이달 초 흥국생명이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금융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신종자본증권은 은행, 보험사 등 금융사가 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하는 자본증권의 한 종류다. 통상 만기가 30년 이상이지만, 시장에서는 첫 콜옵션 행사기일(발행 후 5년이 경과하는 날)을 실질 만기로 여긴다.

 

그런데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에 금이 갔다. 콜옵션 미행사가 부도의 의미는 아니지만, 돈을 갚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회사의 자본건전성에 의문을 갖게 된다.

 

실제로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는 시장에 불안감을 몰고 왔다. 콜옵션 미행사 공시 이후 일주일 간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가격은 28%가량 급락했다.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배경에는 이자 부담이 있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에게 기존 연 4.475%보다 더 높은 6.75%의 금리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새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경우 이보다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콜옵션 미행사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결정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불러오면서 흥국생명뿐 아니라 다른 국내 금융사의 해외조달에도 문제가 생겼다. 한국 기업에 대한 해외 투자가 위축되면서 차환 목적의 신규 외부자금을 조달하는 회사들의 부담이 커진 것이다.

 

이에 흥국생명은 지난 7일 "금융시장 혼란을 잠재우기 위함"이라며 콜옵션 행사를 결정했다. 대주주인 태광그룹도 자본확충을 지원하면서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은 만큼 혼란을 수습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내년 첫 콜옵션 행사기일이 예정된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 신규 발행과 차환을 통한 조달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금융위는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결정에 "흥국생명의 콜옵션 행사와 관련한 일정계획 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흥국생명 자체의 채무불이행은 문제 되지 않는 상황이며 기관투자자들과 지속 소통 중"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설명은 금융시장 혼란을 안정시키기에는 부족했다. 오히려 금융당국이 콜옵션 미행사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금융시장의 신뢰가 저하되면서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요인이 없는지 어느 때보다 철저한 당국의 관리감독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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