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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에 채권시장 불안감 커져…보험업계 유동성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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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기자
입력 : 2022.11.07 07:29 ㅣ 수정 : 2022.11.07 07:29

흥국생명, 9일 예정된 5억달려 콜옵션 미행사
국내선 2009년 우리은행 이후 두 번째 사례
투자자 신뢰 저버려…보험사 조달 어려워질 수도
업계, 새 회계기준 도입 앞두고 자금 확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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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흥국생명]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흥국생명이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한데 이어 DB생명도 콜옵션을 미행사하기로 하면서 채권시장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는 내년 새 회계기준 도입을 앞둔 상황에서 유동성 확보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오는 9일 예정된 5억 달러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국내에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 사례는 이번이 두 번째로, 지난 2009년 우리은행의 후순위채 콜옵션 미행사 이후 처음이다.

 

신종자본증권의 만기는 30년이지만, 시장에서는 통상 콜옵션 행사기일(발행일로부터 5년)을 사실상 만기로 여기고 있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 부도는 아니지만, 시장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KB증권은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위한 감독규정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콜옵션을 미행사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조기상환에 대한 감독규정은 △신종 및 후순위 증권 상환 후 RBC(지급여력)비율이 150% 이상일 것 △동 증권 상환 전까지 자본성이 동일하거나 강한 자본조달로 대체할 것 △계약서상 발행자의 콜옵션이 명시돼 있거나 당사자 간 합의가 있어야 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콜옵션 행사기일까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 투자자들에게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해야 한다. 흥국생명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연 4.475%지만, 이번 콜옵션 미행사로 금리가 6.7%까지 오르게 됐다. 하지만 콜옵션 행사를 위해 새로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보다는 미행사로 오르게 되는 금리가 더 낮아 미행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지 않고 5억 달러를 갚는다면 RBC비율이 더 낮아지게 돼 부실 보험사가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조기상환을 포기하고 이율을 올리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흥국생명의 올 상반기 기준 RBC비율은 157.9%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에 근접해 있다. RBC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본을 늘려야 하는데, 높은 금리, 투자자 모집의 어려움 등 신종자본증권 신규 발행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금융당국도 흥국생명의 결정에 대해 "콜옵션 미행사에 따른 영향과 콜옵션을 위한 자금상황 및 해외채권 차환 발행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채권 발행 당시의 당사자간 약정대로 조건을 협의‧조장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흥국생명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깬 상황에서 다른 보험사들에 대한 신뢰마저도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한국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불안하다는 시각이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정대호 KB증권 연구원은 "(흥국생명이) 향후 시장 환경과 수요를 고려해 재발행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채에 대한 투자자 경계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흥국생명은 내년 5월 도래하는 신종자본증권 이자 지급 기준일에 맞춰 콜옵션을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채권시장에서는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보험사들의 주요 자금조달 방안 중 하나다. 하지만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자금이 은행으로 쏠리는 상황에 보험사들이 자금을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DB생명도 오는 13일 예정됐던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를 내년 5월로 연기하면서 채권시장의 불안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보험업계는 내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되기 전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금융당국도 올해 12월말까지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이 기준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가용자본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히며 자금 확보를 지원했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되면서 채권금리 역시 올라 보험사들의 자금 조달이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다. 2017~2018년 일부 보험사들이 발행한 22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가운데 12억 달러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가 내년으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공시로 국내외 자금시장 내 불확실성이 일부 확대됐다면서 차환목적으로 신규 외부자금을 조달하려고 한 회사들의 경우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채권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내년 콜옵션 행사가 예정된 곳이 많은 만큼 업계에서는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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