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2.11.11 07:20 ㅣ 수정 : 2022.11.11 08:06
한은 올해 마지막 금통위 앞둔 상황에 국책硏 “완만하게 올려야” 속도조절론 한-미 금리 격차 확대 우려 나오지만 가파른 금리 상승에 경기 둔화 우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올해 마지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앞두고 기준금리 속도조절론이 나오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안정) 억제를 위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 둔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1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한은이 고물가에 대응해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유지하되 가능한 완만한 속도로 올려야 한다고 진단했다.
KDI는 당장 오는 24일 예정된 금통위 회의부터 기준금리 속도조절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달 말 금통위가 있을 텐데, 가능하면 낮은 폭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해 가면서 물가 상승세를 지켜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인플레 소방수’로 나선 한은은 지난해 12월 연 1.00%였던 기준금리를 현재 연 3.00%까지 2.00%포인트(p) 인상했다. 시장에선 이달 역시 빅스텝(한 번에 0.50%p 인상) 수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데, 인상폭을 줄여야 한다는 게 KDI의 주장이다.
이는 내년 나타날 경기 둔화 우려 때문이다. 가계부채 규모가 큰 상황에 시장금리가 빠르게 오를 경우 내수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치솟는 대출금리에 따른 차주 부실화 가능성도 커지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 주요국의 강력한 긴축 정책이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경우 4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p 인상)으로 기준금리를 연 3.75~4.00%까지 올렸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0.75~1.00%p 수준이다. 통상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질 경우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화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 금리(이자)로 봤을 때 외국 시장에서 투자금을 운용하는 게 더 유리한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장 기준금리 속도조절론이 나오는 건 가계부채 문제와 금융시장 안정화와도 맞닿아있다. 레고랜드 사태 등의 영향으로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가운데 기준금리마저 큰 폭 오르면 충격이 배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1.00%p 정도 계속 높았지만, 미국이 계속 자이언트스텝을 이어가며 지금은 역전된 상황”이라며 “그래도 레고랜드 사태로 국내 금융시장이 위험한 상황이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0.25%p씩만 올려 안정화하는 게 필요하다. 0.25%p씩 올려 미국을 따라가도 될 거 같다”고 말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연준의 긴축 부담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있지만 국내 유동성 환경의 급격한 위축과 실물·금융 불안정에 대한 위험성 부각되며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신중론이 등장했다”며 “한국 통화정책 변화의 중심에는 크레딧 시장이 있다. 금리 인상이 계속될수록 제2, 제3의 레고랜드 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향후 경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 섣불리 기준금리 인상폭을 줄이면 가장 우선적 목표인 물가 억제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내년 1분기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정점 인식이 나오고는 있지만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이 아직 미비해 긴축 기조를 조절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며 이달 한은의 기준금리 빅스텝을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