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0선 탈환한 코스피…증권가 “반등 추세 이어지기 힘든 상황”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지난달까지 2,200선에 머물던 코스피가 이달 들어 7거래일 만에 5% 넘게 급등하며 2,400선을 돌파했다. 지수는 4거래일 연속 상승장을 기록했고, 외국인과 기관은 연일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는 최근의 상승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요소가 많지 않으며, 오버슈팅(일시적 폭등)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25.37포인트(1.06%) 상승한 2,424.41에 마감했다. 지수가 종가 기준 2,40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9월 15일(2,401.83)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지난 10월 한 달간 2,300선을 웃돌지 못하던 코스피는 이달 들어 지난 3일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상승했다. 지수는 지난달 31일(2,293.61) 이후 단 7거래일 만에 5.70% 급등했다.
최근 지수 상승은 외국인과 기관 순매수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지난달 31일부터 전일까지 8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며 2조2652억원어치를 사들였고, 기관은 최근 4거래일간 1조1622억원어치를 매입했다.
외국인들의 수급은 최근 나타난 달러 약세 기조에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탄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전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0.1원 급락한 1364.8원에 마감했다.
지난 8일에는 1달러당 1400원대를 유지하던 환율이 1300원대 후반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밑돈 것은 지난달 6일(1397.1원) 이후 약 한 달여 만이다.
게다가 시진핑 중국 주석의 3연임 이후 외국인들이 중국 증시에서 빠져나오며 국내 증시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관측도 제시되고 있다. 미·중 갈등과 중국-대만의 양안 긴장 격화 등으로 이탈한 자금이 한국 증시에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중 갈등과 중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글로벌 투자자금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며 “신흥국 주식자산에서 중국 비중이 추가로 줄게 되면, 국내 주식시장은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코스피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는 등 거시경제 상황이 아직 호전되지 않았으며, 최근의 반등이 펀더멘탈(주요 거시경제지표) 개선보다 수급적 요인에 영향을 받고 있어서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등에는 미 공적연금들의 신흥국 시장 벤치마크 변경과 중간선거 기대감, 숏커버 등으로 볼 수 있다”며 “이중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공적연금들의 신흥국 시장 벤치마크 변경인데, 이는 지난 10월부터 내년 6월까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달부터 코스피가 11% 넘게 오르고 인도 SENSEX는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최근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시장의 반등은 이익이나 경기의 바닥을 확인한 것이 아닌 수급적 요인이 가장 크다”며 “펀더멘털의 개선이 동반되지 않은 반등은 추세를 유지하고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반등의 중심을 이룬 2차전지 관련주의 주가 상승이 둔화하기 시작한 점은 지수 상승 탄력의 둔화 신호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나정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및 중국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되고 있고, 코스피 실적 전망치의 하향 조정이 지속되고 있다”며 “증시의 추세적인 상승 조건을 부합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 연구원은 “수급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증시가 상승 모멘텀을 얻는 상황은 긍정적이지만, 단기 고점을 예측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와 같이 큰 변동성 요인 전에 일부 차익을 실현하고 향후 증시 조정 시 저가 매수를 위한 현금을 마련하는 것도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